리더의 자리는 마치 진수성찬이 차려진 고급 레스토랑과도 같다. 화려한 조명 아래 정성껏 준비된 요리를 마주하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맛있는 음식, 주목받는 자리, 특별한 대우. 이 모든 것이 리더가 되었을 때 마주하는 권한과 명예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계산서가 나온다. 상상보다 훨씬 비싼 금액의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리더십이 요구하는 책임과 희생을 상징한다. 리더는 누구보다 먼저 결정해야 하고, 누구보다 깊이 고민해야 하며, 누구보다 무겁게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맛있는 권한을 누린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용기다. “나는 계산서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리더십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의 집합체다. 권한의 향연 뒤에는 반드시 책임의 대가가 따른다. 진정한 리더는 그 계산서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는, 값비싼 청구서 속에 자신의 성장, 팀의 신뢰, 그리고 조직의 미래가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준비되지 않은 채 너무 일찍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본다. 처음 마주한 산해진미에 취해 순간을 즐기다가, 감당할 수 없는 계산서를 마주하게 된다. 그땐 이미 늦다. 넘치는 권한을 행사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조금은 이른 나이에 임원의 자리에 올라 비슷한 경험을 했다. 관객석에서 구경만 하다가 갑자기 무대에 오른 듯한 느낌이었다. 나만을 비추는 조명 아래에서 내 행동 하나하나에 점수가 매겨졌고, 혹독한 피드백이 따라왔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임원이란 자리에 취해 감당할 수 없는 권한을 휘둘렀다. 결과는 참담했다. 나는 조직의 신뢰를 잃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무너졌다. 하지만 그 대가를 통해 나는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리더는 단지 화려한 자리에 앉는 사람이 아니라, 팀을 위해 먼저 고개를 숙이고, 가장 늦게 고개들 드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결국 나는 뼈를 깎는 혁신 끝에 재취업에 이어 이직까지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로 졸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00명 조직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100명 앞에 머리 숙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