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리더는 늘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한다. 하나는 ‘성과’라는 냉정한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라는 따뜻한 문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관계도 중요하지만 결국 회사가 원하는 건 성과 아닌가?” 맞는 말이다. 조직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그 성과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성과를 빠르게 내려면 리더가 직접 방향을 잡고 끌고 가는 게 제일 확실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구조는 오래 못 간다는 것이다.
반대로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그 팀은 리더 없이도 성과를 낸다. 리더가 모든 걸 책임지는 조직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역량을 재현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과제 리더이던 시절, 신입 과제원에게 데이터 분석을 맡긴 적이 있다. 처음엔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권한과 자율권을 주자 질문 대신 스스로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문제 정의부터 분석 방향, 목표까지 본인이 먼저 정리해서 회의에 들어왔다. 단순히 ‘분석을 잘했다’가 아니라, ‘이제 일의 주인이 되었다’라는 게 느껴졌다. 그때 처음으로 “이 연구원은 이제 내가 손을 놓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는 종종 팀원을 ‘일 잘하는 손’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진짜 리더는 그 손이 왜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주체로 대우받는 사람은 지시를 따르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모인 팀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과도 지속적이다. 주도적인 사람은 더 많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그 출발은 지시가 아니라 환경에서 비롯된다.
조직에선 성과 중심 리더십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걸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관계 중심 리더십이 함께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게 ‘사람을 도구가 아니라 동료로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결국 리더는 혼자 결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결과를 낼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우리 연구원들을 타인에게 소개할 때 동료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