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에서
김 부장 이야기 드라마가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김 부장이 다니던 회사에 세차업체 직원으로 들어가 임원 차량을 닦다가, 예전 부하 직원인 송 과장을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담담하고 떳떳하게 임하는 김 부장의 모습 앞에서, 송 과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조심스레 묻는다. “부장님, 제가 주제넘게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뭐? 바쁘니까 빨리 말해.”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그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부장님, 존경합니다.”
부장과 팀원으로 함께 일할 때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을, 세차업체 직원이 된 뒤에야 김 부장은 들을 수 있었다. 그 장면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상사가 존경받는 이유는 많이 알아서도, 연봉이 높아서도 아니다. 결국 사람은 솔직함과 진정성에 끌린다.
재직 당시의 김 부장은 "부장이니까 모든 걸 알아야 한다", "부하 직원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는 불안한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태도는 부하 직원에게 존경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거리만 남겼을 뿐이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널 믿지 못하겠다"는 시그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정작 본인만 몰랐던 것이다. 이 장면이 많은 직장인에게 공감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는 태도. 그 단순한 솔직함이 상하를 막론하고 상대에게 신뢰를 준다. "아 저분은 투명하구나. 믿고 함께 가도 되겠구나." 하고 말이다.
신뢰가 쌓이면 팀웍은 훨씬 단단해진다. 특히 리더가 먼저 그런 모습을 보일 때 파급력은 훨씬 크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자존심을 내려놓는 용기는 더 어렵고,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일수록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리더의 역할은 지식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리를 깔아주며, 그 안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다. 나 역시 그런 리더, 그런 동료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