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빈틈을 찾는 생각 도구
어떤 영역이든 사람들의 인식 속 '최초'의 자리에 내 브랜드가 안착하면 이후 사업의 행보는 한층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최초'가 될 수 있는 빈틈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서, 시장의 빈틈을 찾는데 도움이 될만한 생각 도구를 하나 정리해 봤습니다.
책 [포지셔닝]에 나오는 내용을 제 언어로 각색한 뒤 아이디어나 예시를 좀 추가했습니다. 창업, 기존 사업의 신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내 제품, 서비스가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만큼 날카로운가'를 점검해 보는 용도로 사용해 보세요.
모든 새로운 시도는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가'를 기준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우리 기술만이 할 수 있으니까',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으니까', '우리 공장이 이걸 잘할 수 있으니까'는 적어도 사업의 영역에서는 성공의 요건이 되기 어렵습니다.
1. 크기
시장에 있는 경쟁자보다 압도적으로 크거나, 압도적으로 작은 제품을 만듭니다. 귀가 작아 기존 이어폰을 쓰지 못하는 고객을 위한 초소형 이어폰, 기존의 커피 양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한 2L 커피처럼요. 남들보다 '조금 더 큰', '조금 더 작은'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눈에 확 띄는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케팅을 할 때 촬영이나 디자인을 통해 고객의 시선을 끌어당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가격
프리미엄 버전을 만듭니다. 작은 기업에게 '초저가 전략'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평균보다 조금 비싼 가격임에도 충분히 써보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제품의 품질은 물론이고, 패키지, 담는 용기, 로고의 느낌,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가격을 정당화하는 마케팅 메시지까지 모두 '프리미엄'에 걸맞아야 합니다. 준비단계부터 콘셉트를 '프리미엄'으로 잡으면, 다른 경쟁자와 비슷한 가격으로만 맞춰도 우리 제품의 매력도는 크게 올라갑니다. 다른 곳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데도 '합리적인 가격'처럼 보이죠. 요즘 자주 보이는 한우 브랜드 '설로인'을 한 번 분석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성별
뚜렷하게 남성 고객만을 만족시키는, 혹은 뚜렷하게 여성 고객만을 만족시키는 브랜드를 만듭니다. 기존에 굳이 성별을 나누지 않던 시장도 더 깊이 들어가면 성별을 나눌 수 있습니다. 여성 고객들이 좋아할 맛과 분위기에 집중해 남성 고객들까지 끌어들이는 레스토랑이 점점 많아지는 것처럼요. 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아닌 '다름'에 근거해 브랜드 가치와 메시지를 다듬으면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에는 성별이 나뉘어있는 시장을 '합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4. 연령
아예 특정 연령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시니어들은 시간과 돈이 많은 고객들입니다.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죠. 이런 분들을 위한 맞춤 운동이나 여행 서비스, 혹은 자신의 경험을 기업이나 대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출생률이 줄어든다고 그 시장을 암울한 시장으로만 볼 필요도 없습니다. 교육적으로, 혹은 아이의 건강한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될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부모들은 다수의 자녀를 키우던 시절보다 한 명의 자녀에게 기꺼이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겁니다.)
5. 시간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을 아예 브랜드 가치에 적용하면 고객에게 좀 더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마시기 좋은 물', '잠들기 전 깊은 숙면을 돕는 조명' 같은 메시지를 전하면 고객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될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루의 특정 시간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는 '습관'을 고객에게 주입하거나 재구매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6. 유통
저는 최근 다이소를 보면서 '유통'의 힘에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평소 우리 제품군이 들어가지 않았던 유통 채널에 들어가면 브랜드 자체가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고요. 최초로 백화점에 들어간, 최초로 올리브영에 입점한, 최초로 편의점에 들어간 ㅇㅇ 브랜드로 기억되도록 상품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요? 유통 채널이 주는 이미지가 고객에게도 편익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어떤 광고채널보다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7. 마니아
덕후, 마니아들은 그 수는 적지만 구매력은 막강합니다. 창업자 본인도 특정 분야에 깊게 빠져 브랜드 창업을 하게 됐다면 이들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원래 좋아하던 분야이기 때문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고, 타깃 고객의 마음도 그 어떤 경쟁자보다 잘 이해하고, 그래서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는 선순환이 일어나죠. 만화 덕후들을 위한 테마 공간, 커피 덕후들을 위한 월드클래스 바리스타의 그룹 강의, 와인 덕후들을 위한 유럽 여행 프로그램 등 평범한 아이템도 깊은 취향과 독특한 색깔이 담기면 누군가에게 '최초'가 될 수 있습니다.
포지셔닝이라는 책이 나온 지 벌써 40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그만큼 시장도 더 작게 쪼개지는 상황에서는 2~3가지를 섞어서 초기 진입 시장을 찾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것 같네요.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작은 시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집착하면 두리뭉실한 전략만 쏟아내게 됩니다. 작은 기업은 작은 시장에서 작은 성공을 먼저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힘과 실력이 생깁니다. 큰 시장의 경쟁자와 적은 자본으로 부딪히기보다, 누군가의 '최초'가 되는 경험을 먼저 쌓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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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