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PT #12. 신선한 조합을 사용하세요!
이제는 클릭을 받기 위해 ‘돈’ 이야기로 시선을 끄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강의나 전자책 시장에서 유독 많이 보이죠. 일부 사람들은 이 어그로를 시작으로 ‘따라 하면 무조건 된다’,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공수표를 남발해 결제를 유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이런 현상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고객의 욕망을 이해하고 이를 메시지에 녹이는 건 마케터의 일과 비슷한 면이 있네...
제품이 메시지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거나, 메시지 그 자체가 허상이라면 사기가 아닐까?
'지식'이라는 상품은 일반적인 제조, 서비스 상품들에 비해 고객의 해석과 적용하는 상황에 따라 그 효과의 차이가 더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지식의 가치, 메신저의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의 몫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모든 마케터가 이런 '어그로'를 실무에 적용할 수는 없다는 거죠.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과 서비스가 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결합되는 상품의 한 측면을 찾아내 메시지로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이 메시지로 모든 마케팅 활동을 도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돈 이야기 없이 매력적인 후킹을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핵심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요소를 섞어 나의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표현하는 겁니다. 사실 지식 시장에서 흔하게 보이는 후킹들도 제품의 가치를 배제하고 보면 이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or 빠르고 쉽게 or 변수 없이 누구나 다 + 부자가 될 수 있다 (=어울리지 않던 두 언어의 조합으로 본인 제품의 가치를 표현)
하지만 지식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은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하게 납득할 수 있는 가치 제안'이 있는 상품을 팝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이어가야 할 이야기는 적어도 '이걸 알면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그럴듯한 목차만 보여주고 '구매하면 알 수 있다'며 팔 수 있는 제품도 아닙니다.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실물 사진과 설명으로 각인시켜야 하기도 하고, 서비스가 실제로 구동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튜토리얼 영상으로 보여줘야 할 때도 있죠.
때문에 우리는 애초에 증명할 수 있는 가치 제안에서 출발해 신선한 조합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신선한 조합으로 끌어낸 사람들의 시선을 구매라는 행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마블의 캐릭터 중 ‘데드풀’은 마블 세계관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만화 속 캐릭터임을 인지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관객과 소통이 가능한 캐릭터라는 것이 데드풀의 여러 매력 중 하나죠. 그리고 이는 영화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나며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데드풀의 가치 제안)
데드풀의 이런 매력은 마케팅에서도 적극 활용됩니다. 영화가 처음 개봉된 2016년, 당시 영화 홍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던 채널에 데드풀이 깜짝 등장합니다. 데이팅 앱인 틴더에 데드풀의 프로필 사진이 올라온 것이죠. (영화 캐릭터 + 사람이 사용하는 데이팅 앱)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온라인 공간에 등장한 데드풀을 보며 사람들은 즐거워했고, 이 프로필은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공유됐습니다. 실제로 데이팅 앱 내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기도 했죠. 물론 이게 데드풀 마케팅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 어떤 마케팅보다 저렴하면서도 데드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 마케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더 유명해진 최현석 셰프님은 ‘원조 스타 셰프’라고 불릴 만큼 그 이전에도 인기가 있던 셰프였습니다. 그분의 철학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나 실험적인 요리에 도전하면서 동시에 '격식을 조금 내려놓는' 파인다이닝을 추구하죠.
셰프님의 이 철학은 직접 운영하고 계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쵸이닷의 요리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파인다이닝에서 나올 요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할 비주얼의 요리들이 손님들을 즐겁게 합니다. 접시 위에 건담이 등장하고, 통조림 캔이나 단백질바 포장에 쌓인 요리들이 제공됩니다. (=쵸이닷의 가치 제안)
애초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요리 자체가 파인다이닝에서 보기 어려운 비주얼을 갖추고 있으니, 이를 찍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인스타그램 콘텐츠가 완성됩니다. (고급 요리가 기대되는 파인다이닝 + 장난감, 가공식품)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지키자는 자신들의 신념을 오랜 시간 행동으로 보여준 브랜드입니다. 애초에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과 컬러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모든 의류 제품을 무료로 수선해 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심지어 창업자는 약 4조 원 규모의 지분까지 지구를 위해 양도하죠. (=파타고니아의 가치 제안)
그들은 마케팅 활동에서도 이런 신념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모두가 '더 사라'고 외치는 광고 지면을 굳이 구매해서 '더 사지 말라(Don't buy this jacket)'는 카피를 내보냅니다. 이 광고는 거의 대부분의 마케터분들이 한 번쯤은 봤을 광고가 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죠. (판매를 위한 광고 지면 + '사지 말라'는 카피)
그 광고 이후에도 파타고니아는 마케팅 채널에서 꾸준히 브랜드의 신념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카피를 쓰고 있습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후킹에는 정체성이 담겨야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그저 시선을 끄는 일에만 몰두하는 브랜드는 결국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눈앞의 이익을 신뢰와 계속 바꿔가면서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온갖 자극이 넘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건강한 관심을 일으키고 싶다면,
1) 내 정체성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가치를 먼저 정의해 보세요. (없다면 그 가치를 먼저 만드세요.)
2)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을 조합해 그 가치를 표현해 보세요. (사람들이 '뭐지?'하고 보게 만드세요.)
그렇게 얻은 고객들의 관심은 오직 상대방의 욕망만 자극하기 위해 거짓과 과장까지 섞어가며 얻은 관심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클 겁니다. (=구매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객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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