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여행자 Nov 25. 2022

청소하는 즐거움

매일매일의 작은 청소 습관이 삶을 변화시킨다 



청소는 나에게 언제나 하기 싫은 귀찮은 그런 일이었다. 학창 시절 학교에 숙제를 해 가지 않거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았을 때 벌로 남아서 청소를 해야 했는데 아마도 그때 그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청소는 뭔가 내가 잘못했을 때 벌로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그런 일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 맞벌이인 부모님을 대신해 외할머니와 큰 이모가 번갈아 가시면서 음식을 해주시고 집안일을 해 주셨다. 그분들의 희생으로 난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이다... 그 당시 맛있는 음식을 먹기만 하고 음식을 하는 방법이라든지 청소하는 방법, 정리 정돈을 잘하는 방법 등은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대학 졸업 후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나만의 방 한 칸이라는 공간이 생겼다. 셰어 하우스에서 지내면서 주방, 욕실 등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쓰는 공간이기에 스스로 음식을 해 먹고 바로 치우고 욕실도 쓰고 바로 치우는 습관이 생겼다. 솔직히 내가 생활하던 방은 정말 작은 공간이었기에 딱히 치울 것도 없었지만 나만의 방을 나름대로 꾸미고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해야 했기에 때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바로 그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너무 편안한 것보다는 조금은 불편한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때 그 습관을 유지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난 이전의 나로 거짓말처럼 돌아갔다. 두 살 터울의 오빠가 군대에서 전역한 후 청소, 음식, 빨래 등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더니 두세 달이 지나자 이전의 오빠로 돌아갔다. 2년 2개월의 군생활 동안의 습관은 겨우 두세 달 만에 사라졌다. 난 그 당시 오빠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줄 알았지만 이 또한 나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청소를 자주 하지 않았고 청소를 하면서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기분이 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나를 위해 청소, 음식, 빨래 등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난 나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집안일은 하기 싫은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나의 잠재의식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


그런 던 어느 날 마쓰다 마쓰리로 작가의 <청소력>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누군가가 내 방에 놓고 간 책이었다. 그 누군가는 나의 친언니였다. 아마도 "좀 치우고 살아라."라는 말 대신에 두고 간 듯하다. 책 제목부터 별로 읽고 싶지 않았지만 책이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의 첫 장을 넘겼고 어느 순간부터는 책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책을 읽은 후 내 방을 둘러봤다... 충격 그 자체였다. 나에게 충격을 준 문장은 "당신이 사는 방이, 당신 자신이다."였다. 나의 마음의 상태, 그리고 인생까지도 나의 방이 나타내고 있다는 그 글을 읽자마자 난 부끄러움에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책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책장에는 먼지가 내려앉아있었다. 어제 마신 커피잔이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지 않은 책상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후 매일 아침 청소는 나의 일상이 되었고 하루의 가장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내가 청소를 반드시 해야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청소만으로 인생이 바뀐 <청소력>의 저자 마쓰다 미쓰히로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마쓰다 미쓰히로 님은 모든 것을 다 잃고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 어떤 반전도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순간에 청소를 하는 것이 직업인 친구의 제안으로 청소를 시작하고 청소 업체의 사장이 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청소로 인해 완전한 대 반전을 이루어내게 된다. 


청소만으로 인생이 바뀐다니... 이 책을 읽을 당시 난 나이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면서 오래된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자 몸부림치고 있었다. (여기서 몸부림은 미친 듯이 책을 읽고 실행해 보는 일이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속는 셈 치고 행동으로 옮겨 보았다. 


물론 작가의 인생은 청소로 인해 대 반전을 이루어 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 바뀐다는 건 뭔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인생은 긍정적인 사고만으로도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루하루 청소로 기분 좋은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청소를 통해 나라는 사람이 좀 더 밝아지고 좀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사는 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을 떠올랐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청소를 했을 때의 그 행복감. <청소력>을 읽은 지 1년 정도가 흘렀고 난 이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에는 무조건 청소를 한다. 만약 일정이 있어서 오전에 못하는 날이면 오후에 하면 된다. 예전에는 1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이제는 30분 정도면 거실 청소, 욕실 청소, 주방 청소, 빨래 등 모두 가능하다. 매일매일 하다 보니 할 게 그리 많지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래가는 건 그날 하루 종일 나와 함께 하는 상쾌한 감정, 활기찬 감정, 행복한 감정이다. 


이 책에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작심삼일부터 시작하라. 작심삼일도 일곱 번이면 인생이 바뀐다." 


비단 청소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고 우리 인생의 모든 것에 다 적용되는 말이다. 내가 브런치에 이렇게 오랫동안 (거의 2년 동안)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다. 이 글이 브런치에 쓰는 100번째 글이다. 시작은 작심삼일이었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청소를 했지만 이내 지쳐서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작심삼일부터 시작했다. 나란 사람이 처음에는 무슨 일이든 열정적으로 하다가 이내 지쳐 나가떨어지는 성향이라서 난 그저 내가 분명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중간에 잠시 중단한다고 해서 포기한 건 아니었다. 난 다시 작심삼일부터 시작한다. 청소도, 글쓰기도, 책 읽기도 다 마찬가지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처럼 뭔가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도 이내 지쳐하던 일을 잘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문장을 크게 책상 앞 벽에 붙여놓으면 좋다. 실패란 완전히 포기 선언을 했을 때만 실패인 것이다. 실패한 인생이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나이 마흔이 돼서야 청소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이 사실은 하기 싫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과 한 두 번 해 본거 만으로 하기 싫은 일인지 아닌지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청소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전 10화 내가 책을 읽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