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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너앤라이터 Sep 13. 2024

매일 술을 마신다면 하루의 시작에 변화가 필요하다.

회사에서 추석연휴 앞뒤로 공동 연차를 붙여서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됐다. 

7일간의 긴 연휴를 맞아 마음이 여유로웠다.

여유로운 마음에 어제는 치팅데이를 가졌다.

저녁 루틴들을 접고 술을 마셨다. 그것도 혼자서.

퇴근 전에 이미 치팅을 마음먹었기에 아내에게 톡을 보냈다.

'저녁에 둘이서만 데이트 하장'

아내에게서 돌아온 답은 "힝~ 오늘 저녁에 친구랑 약속 있어"

아들은 복싱을 간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두 딸을 데리고 데이트를 했다.

자기 계발을 시작한 작년 2월부터 술을 스스로 찾아 마시지 않는다.

부득이한 가족 모임이나 회사 업무상 술자리가 아니면 술을 피했다.

엄밀히 얘기하면 해야 될 것들이 많아서 술 마실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술에 대한 내성이 줄어든 게 느껴진다.

어제는 뜬금없이 주량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1차는 막걸리 마실 때 주로 이용하는 칼국수 집에서 기가 막힌 겉절이와 함께 막걸리 한 병을 마셨다.

취기는 없었지만 배가 불러 한 병 이상 마실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옛날 통닭과 소주 1병을 샀다.

막걸리가 들어간 상태로 소주를 마시니 몸속에서 소주가 막걸리로 발효되는 기분이 들었다.

반 병 정도 마셨을 때쯤 얼굴에 열기가 느껴지고 취기가 올라왔다.

좀 더 마시면 블랙아웃이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까지가 어제의 마지막 기억이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식구들은 출근과 등교를 하고 없었다.

내가 잠들었던 자리 옆에 술상은 그대로 펼쳐져 있고, 비워진 소주 병과 뜯다만 닭다리가 있었다.

만취 상태로 쓰러져 잠든 것이다.

주변도 기분도 엉망진창이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태양을 기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내가 태양은 이미 저만치 높이 올랐고 빈 소주병에 반사된 햇살을 보며 일어난 것이다.

식구들에게 주량 테스트라는 얘기를 안 하고 한 행동이라 내 모습을 보고 실망했을지 모른다.

"우리 아빠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어요"라고.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몸은 무겁다.

계속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잠든다는 의식도 없이 잠들어 일어날 때부터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하루 시작부터 패배감이 찾아왔다.

눈은 떴지만 숙취로 한참을 누워있었다.

누워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를 봤다.

강의나 강연이 아닌 눈 요깃거리의 영상들을 기웃거렸다.

머리가 아프니 강의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해야 될 것들을 하지 못했다는 처참한 기분과 자신을 깎아내리는 부정적 생각들이 불쑥불쑥 떠올랐다.

딱 하루 술 먹고 엉망이 됐는데 파급 효과는 컸다.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았다.

규칙적으로 루틴을 지켜온 날은 하루를 기분 좋게 승리로 시작했다.

반면 술에 취해 엉망이 된 다음날 아침은 우울하게 패배로 시작됐다.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절실히 느꼈다.

2년 전만 해도 자칭 애주가 타이틀을 달고 술에 의존하며 살았던 내가 이렇게까지 변했다.

주량은 술을 못 마시는 사람 수준으로 줄었고, 술 마시고 엉망이 되는 시간들을 못 견디게 됐다.

사람을 바꾸기 힘들다고 한다.

그건 본성을 바꾸기 힘들다는 거지 안 좋은 습관은 바꿀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루틴, 가능하면 하루를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실천한다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

좋은 삶은 하루의 시작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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