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문학이 탄생하는 과정에 동참하다
구원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보존'은 그 지지대를 잃고 한낱 그럴싸한 기록보관소에 지나지 않게 된다. 박물관이나 도서관처럼 조건부의 제한된 형태의 불멸, 즉 해방의 새로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또 다른 형태의 영원한 생명인 길게 연장된 하루를 제공하는 기억 저장고. 기술 혁명은 잇따라 그런 디지털 창고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인류의 언어에서 '가능한'은 이미 '필요한'을 의미한다.
- 기억의 기억들 중
그들은 자기 내면의 기억이 아니라 외부의 신호에 따라 타인의 글을 신뢰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온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기억 자체가 아닌 기억을 떠올리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 기억의 기억들 중
사진 촬영의 논리는 우리 후손들이나 외계인을 위해 인류의 증거로 가득 채운 타임캡슐을 준비하는 것과 유사하다.
-기억의 기억들 중
천대의 CCTV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우리의 외형을 긁어댄다. 이건 마치 법의학이 출현하기 전까지 인류가 어디에나 남기고 다닌 지문과 같다.
-기억의 기억들 중
포스트 메모리 텍스트의 아카이브 사진은 언제나 변형된 형태로 나타난다. 잘리고, 확대되고, 다른 이미지에 투사된다. 재구성되고, 맥락에서 벗어나거나 새로운 맥락을 덧입는다. 그리고 새로운 텍스트와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옮겨진다.
-기억의 기억들 중
톨스토이가 밝히지 않은 부분은 이러한 증언의 매력, 즉 구문을 그토록 생생하게 만들고 단어의 선택을 그토록 정확하게 하는 건 바로 강요와 압박이라는 사실이다. 그건 자유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고통의 결과이다.
-기억의 기억들 중
화가의 대상이 단순히 정지된 형태의 '나-결과'가 아니라 변화해 가는 '나-움직임' 으로써의 '나'가 되는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기억의 기억들 중
역사학자인 박물관 고문은 나에게 무엇을 쓰는지 물었고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아, 작가가 자기 뿌리를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하는 책 중 하나로군요. 지금은 그런 책이 많이 나오지요."라고 말했고 나는 "네, 그런 책이 한 권 더 나올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 기억의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