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조이스 Dec 20. 2023

호텔을 관찰하면 세상의 변화를 먼저 읽을 수 있어요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한이경 님

당대의 트렌드를 가장 빠르고 완성도 있게 구현하는 공간, 호텔! 요즘 호텔은 어떤 흐름을 따라 진화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트렌드의 최전선이 알고 싶은 헤조 멤버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헤이조이스 인스파이러이자 호텔 최고의 전문가 한이경 님의 인터뷰를 만나 보세요!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한이경 님



Q. 안녕하세요 이경 님! 메리어트, 힐튼 등 글로벌 호텔 그룹을 비롯해 20여 년 동안 전 세계 곳곳의 새 호텔 문을 열어오셨어요. 이 길을 오래 걸어오셨는데 여전히 설레 보이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


호텔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공간이에요.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이기에 늘 저도 같이 즐거워지죠. 이 과정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는 점도 좋고요.


호텔은 100군데면 100군데가 다 다릅니다. 똑같은 곳이 하나도 없지요. 예를 들어 각기 다른 구조와 크기의 객실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 수많은 조건을 고려하며 설계해야 하는데요.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야 하는 도전이에요. ‘카오스’를 즐기는 저에게 특히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발을 땅에 뿌리 내리고 중심을 딱 잡고 서있으면 소용돌이가 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그 상태에서 가만히 끈기 있게 관조하다 보면, 그 안에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지요. 무질서 속의 질서는 반드시 있거든요.



Q. 얼마 전 출간한 저서 『웰니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통해 ‘웰니스(Wellness)’가 현재 전 세계 주요 산업군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점에 서있어요. 단순히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저의 흐름을 읽어야, 각자의 위치에서 나아갈 방향을 잘 설정할 수 있는데요. 메인스트림이 이동하는 곳 중 하나가 ‘웰니스’입니다. 진정한 쉼을 추구하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요구가 커지면서, 그 해결책으로 ‘웰니스’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관심 있게 보아온 화두인데, 한국에는 얼마 전부터 이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웰니스’를 ‘웰빙’과 헷갈리실 수 있는데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웰빙은 자아가 깨어 있는 상태로, 우리의 지향점을 의미해요. 웰니스는 요가, 명상 등 웰빙의 상태에 다다를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들이고요.



Q. 웰니스라는 화두로 인해 앞으로 호텔업계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이제는 사람들이 단순히 훌륭한 경험이 아니라 ‘나의 자아를 찾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경험’에 돈을 쓰기 시작했어요. 호텔은 새로운 경험의 최전선에 있기에, 더욱 이 흐름과 결을 같이 할 거예요.


특히 ‘웰니스 리트리트(Wellness Retreat)’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럭셔리 호텔과는 접근 방식부터 다른데요. 웰니스 리트리트에는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자세로 갑니다. 나의 내면과 조우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 때문이죠. 리트리트 공간은 보통 자연 속에 있고, 가는 길 자체부터 매일의 일상과 점점 멀어지는 심리적인 여정으로 설계됩니다. 


지금 시대의 럭셔리는 보이는 레이블이 아니라 무형의 가치로 정의됩니다. 우리가 존재 자체로 빛날 수 있도록, 본질이 아닌 것들은 치우고 걷어냅니다. ‘비움의 럭셔리’가 배어 있는 공간 경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지요. 공간은 그저 그 안에서 인간이 하는 행위들을 담백하게 돕는 역할을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일하는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좋아하는 이솝 우화가 하나 있어요. 길가는 나그네가 겉옷을 스스로 벗게 하려면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요. 오랜 시간 여러 나라에서 일하며 성차별, 인종차별 등을 겪기도 했는데요. 왠지 전사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면, 저는 늘 그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정신적 중무장보다는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지요.


굳이 사람들이 말하는 전사처럼 싸울 필요 없어요. 오히려 ‘내 일’에서 전사가 되세요. 내 일 자체가 반짝반짝 빛이 나야 내가 빛납니다. 나라는 사람만 빛나고, 내 일은 에너지가 없어서 제대로 못하면 더 공격받기 쉬워요. 에너지는 총량이 있잖아요. 제한적인 에너지를 외부의 공격보다 내 일에 오롯이 집중해 보세요. 나보다 일을 앞에 내놓고, 일이 무대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헤이조이스 뉴스레터에 먼저 실린 글이에요. 헤이조이스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뉴스레터로 누구보다 빨리 받아볼 수 있어요. 여기서 구독 신청하면, 수요일 아침에 찾아갈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