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수의 웨어러블, 하드웨어 관련 전시회에 빨간색 헬멧을 쓰고 다니는 이가 있다. 옆에서 지켜 보노라면, 관람객에게 제품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그들과 셀피를 찍는 것도 열심이다. 이러한 기록은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다. 어찌보면 마케터의 역할이지만, 이 일을 하는 이는 넥시스에서 사업기획, 마케팅, 영업, 투자유치 등을 담당하는 엄정한 이사다.
엄정한 이사는 얼마전까지 ‘이사’라는 직함보다 특허법률사무소 BLT의 ‘변리사’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올초 하드웨어 스타트업 넥시스의 코파운더로 합류해 현재는 한국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그리고 중국을 누비는 비즈니스맨으로 재각인되는 중이다. 11일 창립 1주년을 맞은 넥시스의 엄정한 이사를 중국 심천 현지에서 만났다.
넥시스 이사이자 변리사이시기도 한데요. 어떤 계기로 하드웨어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로 합류하게 된건가요?
저는 2015년 1월에 넥시스에 합류했어요. 현재 BLT 업무와 넥시스 업무를 병행하고 있고요. BLT는 특허법률사무소지만, 처음에 설립할 때부터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비즈니스모델 중 하나로 구상하고 있었어요. 스타트업을 돕는 최종단계는 그들의 사업에 직접 참여해서 A to Z까지 전부 돕는 것이라고 봤죠. 그래서 5~6개 스타트업에 특허바우처로 현물투자를 했고요. 단순히 특허, 상표업무만 처리해주는 변리사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핵심 일원으로 사업기획, 정부사업, 마케팅, 영업, 투자유치 등을 직접 챙기는 변리사 출신 앙트프래너가 되는 것이 저와 BLT 변리사들의 성장코스라고 봤고요.
개인적으로 넥시스 합류 이전부터 웨어러블에 크게 관심을 갖고있었어요. 한국발명진흥회 김상범 상담관 소개로 넥시스와 인연이 닿게 됐어요. 여담이지만, 더 많은 변리사들이 스타트업 투자 혹은 코파운더로 참여할거라 봅니다.
넥시스는 2014년 11월에 설립된 기업입니다. 오늘(11일)이 창립 1주년인데요. 그간 사업 과정을 요약해서 설명해 주신다면요?
말씀하셨듯이 넥시스는 2014년 11월 11일에 설립되었습니다. 워낙 기술력이 있는 팀이기 때문에 여러 국내외 중견기업에서 개발의뢰가 들어와 상반기까지 해당 업무를 진행했죠.
2월부터 넥시스의 아이템이 구체화되어 스마트헬멧을 개발했어요. 현직 소방관을 자문멤버로 위촉하고, 5월부터 로아컨설팅 이경현 이사가 합류하여 비즈니스전략 파트를 맡았고요. 5월 비글로벌 서울(beGlobal Seoul)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외부활동에 돌입했어요. 비글로벌에서 LG U+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개발기간이 많이 단축되었고요. 하드웨어 및 관제시스템 개발은 8월에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고, 9월 GMV박람회, 10월 사물인터넷 국제전시회 등에 참가해 제품을 알렸죠. 같은달 경기도가 주최한 슈퍼맨 창조 오디션에서는 금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리고 11월에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원하는 IoT Global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중국 심천 현지에서 기구제조 파트너, 투자자 등과 미팅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벤처캐피탈 회사들과 투자유치와 관련된 미팅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김동현 대표를 포함해 현재 함께하고 있는 팀원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어떤 역량을 가진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나요?
김동현 대표는 한 분야에서 20년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국내 블랙박스 시장의 50%를 점유했던 ‘다본다 블랙박스’에서 연구소장을 역임했고, 2009년 소프트웨어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의 전문가예요. 넥시스의 공동창업자인 연구원들은 모두 팀장급 인력으로서, 최소 12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들입니다. 이러한 인적 자산이 빠른 성장 원동력이라고 봐요.
6일부터 8일까지 중국 심천에서 열리는 SZIDF(심천 국제 산업 디자인 전시회)에 전시자로 참가했는데요. 현지에서 여러 기업 관계자를 만나셨을거라 봅니다.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그리고 비즈니스 차원의 후속 미팅이 잡혀있는게 있다면요?
넥시스 부스에 6일과 7일 이틀간 약 2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어요. 다른 대형부스에 못지않게 많은 관람객이 찾아준거죠. 중국어 브로셔는 거의 소진되었고, 다수의 후속 미팅 일정을 심천에서 소화하는 중이예요.
전시회에서 중국 현지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과 상담을 진행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만난 문헬멧(Moon Helmet)의 대표가 초대해 10일 광저우에 다녀오기도 했어요. 문헬멧은 1년에 300만개의 헬멧을 생산하는 중국 10위권 헬멧 제조업체로 스마트헬멧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문헬멧 측에서 내년 CES 2016에 공동 부스참가를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또한 100만 위안(2억 원)규모의 투자제안도 받았고요. 더불어 이번 전시회에서 만난 소방, 군용품 납품업체 브라이트 퓨쳐(Bright Future)에서도 유의미한 제안을 받아 이후 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리커창 총리가 방한당시 넥시스의 헬프웨어를 시연하기도 했는데요. 관련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그리고 이번 SZIDF 전시장에서 관련 자료를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고 계신데요. 중국 현지 관람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운도 좋았어요. 원래 헬프웨어는 리커창 총리의 방문 동선에 전시되고 있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운좋게 리총리가 보게 되었고 넥시스의 스마트헬멧을 시연하게 되었죠. ‘안전사고가 많은 중국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하더라고요. 관련 자료는 심천 현지 중국VC들에게 상당히 임팩트있는 장면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 박람회에서도 관련 사진을 태블릿에 띄워놨는데, 사진을 찍어가는 사람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넥시스의 중국진출에 있어 첫 관문을 넘는 주요 매개체가 될 것 같습니다.
전시회만을 위해 심천을 방문한게 아니라고 알고있습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8개사와 함께 19박 20일 간 중국 심천에서 진행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가중이신데요. 어떤 과정을 밟고 있는지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하고 하드웨어 전문 엑셀러레이터인 N15(대표 허제)에서 운영하는 ‘IoT Global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가중이예요. 이 과정에서 투자자 미팅, 공장과의 양산계약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VC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루어낸 팀도 있고요. 마무리되는 시점에 더 좋은 소식이 이어지리라 봅니다. 11일에는 화창베이를 총괄하는 화창그룹 주최 데모데이가 있는데요. 40명의 중국 현지VC가 참여한다고 하여 기대가 높아요.
이번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나 전시회 이전부터 심천에 관심이 있었다고 알고있는데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심천에 어떤기회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중국 심천은 미국 실리콘벨리에 비견되는 곳입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는 언제든지 부품을 찾을 수 있는 화창베이가 있고, 바오안 근처에는 양산을 위한 공장들이 즐비합니다. 또,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삼 느꼈지만, 산업디자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요. 또한 심천은 중국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경제특구이기에 각종 지원혜택도 많습니다. 한국이랑 가깝고, 창업문화가 발달되어 있으며, 집중적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커요. 이번 방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봤어요.
제품 이야기를 해보죠. 센서 및 LTE가 연동되는 카메라 부착형 스마트헬멧 ‘헬프웨어’가 주력 사업 모델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인가요?
건설현장, 조선소, 소방현장, 발전소, 화학공장, 정유사, 군/경찰 등 분야 종사자를 위한 LTE 기반 웨어러블 토탈 솔루션입니다. 리눅스 운영체제로 구동되며, 헬멧에 LTE모듈과 HD카메라를 탑재하여 현장요원의 모든 상황을 기록하고, 이를 LTE망으로 실시간으로 서버에 업로드 하는 솔루션이예요. 동시에 작업자의 심박, 가스, 위치 등의 데이터 또한 관제플랫폼에 전송합니다. 헬멧에 카메라만 달린것이 아니라, 생체데이터까지 관제하는 모니터링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이 차별화 되는 요소죠. 이 점이 중국, 일본, 싱가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포인트입니다.
넥시스는 왜 이 제품을 기획 개발했나요? 동기가 있다면요?
넥시스는 원래부터 산업용 웨어러블을 만들려고 했어요. 관련 분야 제품을 연구하던 차에 현직 소방관인 원종만 반장을 만나게 되어 소방헬멧 기획에 착수했죠.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실질적인 제품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고요.
헬프웨어는 LTE를 통해 제품의 연동이 되는데요. LTE망이 닫지않는 곳에서의 연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Wifi 버전의 스마트헬멧이 있습니다. Wifi신호를 특정한 영역에 중계하는 기술이 이미 보편화 되어 있기에 전력만 들어온다면 공장이나 탄광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 wifi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해요. wifi 버전의 헬멧이 해당 영역안에 들어가면 촬영된 영상 및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게 돼죠. 또, 5세대 이동통신인 5G가 상용화 될 경우, LTE-M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D2D가 구현되기 때문에, 별도의 LTE망이 없어도, 헬멧과 헬멧, 헬멧과 서버의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현재 4G의 경우에도 폐쇄망 구축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서비스 구현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요소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기술적으로 강조할 부분이 있다면요?
무조건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솔루션의 구매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하겠지만, 사용자가 이 솔루션을 사용했을때,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깊이있는 고민을 해요. 서비스 기획은 마땅히 그래야 하고요. 현직 소방관 자문도 듣고, 공사현장을 다니며 의견을 수시로 청취해 기획의 완성도를 높여왔어요.
기술적으로 헬프웨어는 영상기술, 네트워크기술, 센서 제어기술 및 관제 플랫폼이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LTE통신망의 컨디션에 따라서, 영상의 퀄리티를 제어하는 로드벨런싱 기술이 넥시스의 최대 강점이예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서, 대만의 VATICS와 SW라이센싱을 하고 있고요.
넥시스는 헬프웨어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B2B사업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어떤 기업, 산업군을 타깃으로 삼고 계신지요? 그리고 넥시스의 수익모델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현재 민간기업에서는 보안업체, 제조공장, 항공사 등과 납품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어요. 더불어 통신사를 통한 B2B영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요. 넥시스는 ‘산업안전을 위한 토탈 웨어러블 시스템’이기 때문에, 헬멧 각각을 팔기보다는, 전체 시스템 구축사업 형태로 제공하는 수익모델을 초기에 가져갈 예정입니다.
헬프웨어에 관심을 갖는 해외 기관, 기업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사항을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일본에서 투자자들이 3번 정도 다녀갔어요. 건설경기가 워낙 좋은 싱가폴 건설회사에서도 문의가 오는 중이고요. 더불어 상하이 캐피탈 회사와 중국에 조인트 벤처 설립을 검토중입니다.
넥시스는 특허관련 강소기업이라고 보는데요. 스타트업, 특히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특허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면요?
스타트업은 짧은 시간안에 최대한의 성장속도를 보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특허가 없다면 다른 기업들이 해당 스타트업의 아이템을 보고, 살짝 변형하여 카피할 가능성이 있어요. 성장초기의 시간확보 및 투자/납품 계약의 매개체로서도 특허가 중요합니다. 넥시스의 경우 필요한 특허와 상표를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등록받은 두 건의 특허의 경우는 특허청 일괄심사 제도를 이용해 출원후 15일만에 특허청 사무관의 의견을 받을 수 있었어요.
넥시스의 비전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기반 플랫폼’으로 알고있습니다. 헬프웨어가 끝이 아니라고 판단되는데요. 이후 어떤 종류의 솔루션이나 플랫폼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계획인지요?
넥시스는 1년에 약 2,000명이 사망(중국은 11,000명)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 ‘산업안전’을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내놓았는데요. 이후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웨어러블(iBOHO)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헬프웨어가 헬멧이 중심이라면 후속 제품은 ‘뱃지’가 중심이 될 예정입니다.
끝으로 회사나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넥시스는 이제 시작입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국내 건설현장 등에 납품실적을 쌓도록 할 예정이고, 해외진출을 가속화 할 계획입니다. 현재 투자유치도 진행중인데요. 투자유치가 완료되면 더 많은 개발자들이 더 합류할 예정입니다. 그들과 함께 넥시스를 세계최고의 안전 웨어러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