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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롯 레터 Plot Letter Feb 17. 2022

영화에 메시지를 그리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팬 여기~여기 모여라!


▲ 영화 <벼랑 위의 포뇨>, 2008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적인 작품 <벼랑 위의 포뇨><마녀 배달부 키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모두 등장인물의 어린 시절 성장을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벼랑 위의 포뇨>의 소스케는 바다에서 온 소녀 포뇨를 만나며 친구와의 우정을 배우고, 겁이 많고 소심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치히로는 모험 과정에서 책임감이 가득한 당당한 소녀로 거듭나게 되죠. 또한 <마녀 배달부 키키>의 13살 마녀 키키는 가족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수련을 통해 훌륭한 마녀로 성장해요. 이렇게 하야오가 어린 아이의 성장을 많이 다룬 이유는 그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유년기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에요. 어린이가 가진 순수함에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는 어린이 문학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했다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직접 자신의 유년시절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에 적용하기도 했어요. 어린 시절에 살았던 동네의 배경을 애니메이션에 녹여내거나,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가치관을 드러내는 등의 방식으로 작품에 그의 이야기를 담았죠.하야오는 모든 작품의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그림 작업 단계까지 대부분의 제작 과정을 지휘하며 끊임없이 영화에 자신의 메시지를 그려냈다고!


우리가 아는 유명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에는 과연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떤 어린 시절 기억들이 녹아 있을까 궁금해요!




전쟁 반대! 하야오의 반전주의 


그의 작품들에 녹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중 대표적인 것은 전쟁에 대한 기억인데요, 그는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주의 사상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는 1941년 비행기 공장장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어요. 1940년대의 일본은 한창 제국주의로 물들어가던 시기였고, 하야오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인해 피난길에 자주 오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래는 반전주의자였던 아버지가 전쟁이 시작한 이후로 사람을 해치는 군용기를 조립해 돈을 버는 모순적인 상황을 목격하게 되자, 이에 대한 반발심과 회의감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는 전쟁과, 이를 일으킨 자국에 대한 원망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많은 것을 폐허로 만드는 전쟁과 무기에는 이로운 점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그의 작품 안에 반전주의 사상을 담게 되었다고.


▲  영화 <붉은 돼지>, 1992


이러한 그의 가치관은 영화 <붉은 돼지>에 가장 잘 드러나 있어요. 보통의 지브리 작품과는 달리, 성인 남성들을 타겟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강한 반파시즘* 성향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작품 속 남자 주인공 ‘파르코’가 전쟁 속에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껴 스스로 돼지로 변해 버리는 모습에서 이러한 성향이 잘 드러나죠.하야오는 무기로 생명을 해하는 소모적인 전쟁에 회의를 느껴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인 편이 나아"라고 말하며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파르코를 통해, 현실의 잔인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반전주의자의 모습을 드러내요.


*반파시즘 : 독재자가 군국주의적 통제 및 탄압으로 통치하는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사상.



▲  영화 <이웃집 토토로>, 1988


이뿐만이 아니에요. 하야오의 또다른 작품 <바람이 분다> 속 지로의 대사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에는 전쟁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애써 치유하려고 하기보다는, 수용적인 자세로 그 자체를 인내해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이 드러나 있어요. 이미 잃어버린 것들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은 할아버지 덕에 그가 전쟁 와중에도 머무를 수 있었던 아름답고 넓은 정원을 생각하며 그린 것이라고!




생태계를 지켜라! 하야오의 생태주의


하야오의 작품 속에는 전쟁과 대비되는 그의 또 다른 메시지가 하나 더 있어요. 그것은 바로 지구의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하는 생태주의! 사실 평생을 거쳐 하야오가 마음 속에 품은 꿈은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사는 것이었어요.그는 인간은 결코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그의 작품에 자연의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주 담았어요.



이러한 하야오의 생각은 영화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에 가장 잘 드러나 있죠.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원령공주 ‘산’은 대자연의 수호신으로 그려지는데, 여기서의 신은 공존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연륜을 쌓은 존재를 뜻해요.작품 속에서 인간들이 자연을 마구 파괴하자, 평범했던 멧돼지가 몸집이 거대한 재앙신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하죠. 하지만 결국 주인공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게 된 재앙신은 마지막까지 자연의 질서를 강조하는 말을 남긴 채 죽게 된다고.


등장인물의 대사 하나하나에서도 그의 고민과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네요! 뚜렷한 그림체의 특색뿐만 아니라 안에 담긴 그만의 이야기 때문에 하야오의 작품이더 유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  미야자키 하야오 (1941~)


끝나지 않은 그의 메시지 


이렇듯작품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며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 된 하야오는 2013년 9월 나이를 이유로 공식 은퇴를 선언해요. 그러나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계를 떠날 줄 알았던 그는 2016년 일본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은퇴를 번복하겠다고 밝히죠. 사실 하야오의 은퇴 번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어요. 이미 여러 차례 은퇴를 선언했다 다시 돌아온 바가 있는 그는 2021년 현재에도 80대의 나이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대요. 아직 끝나지 않은 그의 작품 활동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지금 작업 중인 영화에는 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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