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잘노는 놀담 Feb 11. 2020

8살에 형성된 이것이
평생의 행복을 결정한다

놀이와 자존감 발달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내 아이가 만약 이렇게 자란다면 어떨까요?


▢   잔병이 많고 발달에도 문제가 있는 아이

▢   잠을 많이 자지 않는 아이

▢   ‘왜요? 왜요?’ 끊임없이 질문을 늘어놓는 아이

▢   1 더하기 1은 1이라고 고집부리는 아이

▢   사회성이 없어 기관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   생각이 엉뚱하고 말썽이 심한 아이

▢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다니는 아이


더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백기를 들어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혹시 모르지요. 

내 아이가 이렇게 자랄 지도요. 

정말로 만약에 내 아이가 이렇게 자란다면 부모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떠한 말들을 해줄 수 있을까요? 


모든 부모들은 너무나 사랑하는 내 아이가 어디 하나라도 흠날까 다칠까 잘못될까 염려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순간에는 지킬박사로 변하고 맙니다. 

그날 밤 천사처럼 곱게 잠든 아이를 보며 반성하고 홀로 사과하더라도 말입니다. 

초승달에서 꽉 찬 보름달이 되었다가 다시 초승달로 변하는 것처럼, 

일관성은 커녕 매일 매분 매순간 어쩌면 이렇게도 변덕스러운 부모가 된 것인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참 어렵습니다. 

지금쯤 내 아이가 이 아이라서 천만다행이다 싶으신가요? 

누구보다 고난이도 육아를 경험해 본 엄마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낸시 에디슨의 자존감육아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의 위대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의 엄마인 낸시 에디슨입니다. 

에디슨은 일곱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이 막내아이는 어찌나 별났던지,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고 사고도 많았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저능아란 소리를 들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당했습니다.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헛간에 불을 내고, 

거위처럼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몇 시간이나 알을 품고 있었다는 일화들은 유명합니다. 


에디슨의 엄마가 나와 여러분이었다면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일찌감치 검사를 받으러 다녔을 테죠. 

왜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느냐고 나무랐을 것이고, 

어떻게 하면 개과천선 시킬지 궁리하며 적어도 속으로는 신세를 한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낸시 에디슨은 달랐습니다. 

에디슨을 존중해 주었고 에디슨의 자존감에 상처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원하는 실험을 마음껏 하도록 실험실을 마련해 주었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을 1년 만에 엄마표 홈스쿨로 가르쳤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독서를 강조하며 많이 읽어주었습니다. 


에디슨은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명언도 남겼지만, 

“나는 내가 막힐 때면 언제나 나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나를 믿어 주는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한편 낸시 에디슨은 “내 아이는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를 믿고 기다리는 중입니다”라며 인내하였습니다. 

애석하게도 에디슨이 유명해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말입니다. 

인간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대단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에디슨의 성공의 어머니는 

어쩌면 ‘지지해주는 부모’였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특별함이 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부모’였던 것입니다.




성공을 바라보게 하는 자존감

<매슬로우(Maslow)의 인간의 욕구 5단계> 중 

기본욕구와 성장욕구 사이에 위치한 것이 ‘자존의 욕구’입니다.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며 

충족되지 않으면 결핍의 문제가 생기는 욕구 가운데 가장 상위 욕구이고, 

기본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를 이어주는 중요한 욕구입니다. 


자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테지만, 

‘성공하면 행복하다’의 공식은 깨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 많은 눈이 성공보다는 ‘행복’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존감이 탄탄하게 뿌리를 잡으면 주어진 조건 안에서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낍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비난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단순한 그 일 하나에 빠져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합니다. 

높은 자존감은 행복의 원인인 동시에 성공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자존감(self-esteem, 自尊感)을 한자로 풀면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하거나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두루뭉술하고 모호하며, 이성보다는 정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객관적으로 무엇을 얼마나 가졌느냐,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대단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느냐’에 의해 

자존감이 높게 또는 낮게 존재합니다. 


자존감은 크게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인 ‘외적 자존감’과 

자신이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인 ‘내적 자존감’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둘은 상호 의존하기 때문에 올바른 자존감 형성에 모두 필요합니다. 


자존감은 5~8세 사이, 즉 유아기와 아동기에 뚜렷이 형성되고, 

대체로 8세를 전후로 안정되며 이후에는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5세 이후에 형성된다 하더라도 그 토대는 5세 이전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영아기의 안정적인 애착도 아주 중요하지요. 

또한 성장에 따라 외적 자존감보다 내적 자존감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에디슨은 머리가 크고 외적으로 빼어난 곳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실험이라는 실험은 망치기 일쑤였죠. 

상처받을 만한 평가를 수없이 듣고 자랐습니다. 

다만 그에게는 자존감에 단단하게 방어막이 되어주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믿어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 그의 편이 되어준 단 한 명. 

에디슨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동요하지 않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며 계속 이루어 나갔습니다.



딛고 일어서는 힘, 자기조절과 자아탄력성


요즘 아이들의 자존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왕 대접을 받으며 자라고 있으니 자존감이 너무 높아 문제라고요. 

그러나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기죽이지 않기 등이 곧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아닙니다.


과도한 교육열과 경쟁사회 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고, 

스트레스가 가중되거나 지속되면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스트레스 대처능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자기조절능력과 자아탄력성의 개념입니다. 

자기조절능력은 외부의 보상이나 감독이 없어도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관찰, 평가, 조정하여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는 리더십, 또래유능성, 효능감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아탄력성은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이전의 상태로 복귀할 수 있는 힘이나 능력입니다. 

‘회복탄력성’ 개념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아탄력성이 높은 아이는 내면적, 외현적 문제 등 정서적 문제를 적게 보이고,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합니다. 

자기조절능력과 자아탄력성은 밀접하게 관련되었음을 예측할 수 있으며, 

자기조절능력과 자아탄력성이 높으면 자존감 역시 높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놀이가 주는 선물세트


자존감과 자기조절능력, 자아탄력성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변인은 ‘놀이’입니다. 

에디슨의 “나는 평생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재미있는 놀이였다”라는 말에서 

놀이의 무게가 더욱 중요해 집니다. 


강수경 외(2015)에 따르면 어린 시절 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던 경험이 

성인기 이후에까지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하였고,

Elias와 Berk(2002)의 종단연구에 따르면 

사회극놀이가 유아의 자기조절능력 발달을 촉진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놀이를 할 때 아이는 자신과 타인에 의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외적, 내적 자존감이 모두 높아집니다.

놀이를 통한 긍정적인 정서는 두려움이나 불쾌감 등 부정적인 정서를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아이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지더라도 정신적으로 방해를 덜 받게 되고, 

도전적인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합니다. 


아이에게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을 ‘실현해보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하는 것은 놀이입니다. 

학습으로는 습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생각해 보면 놀이 만큼이나 실패에 자유로운 것도 없습니다. 

실패를 해도 감정적 동요가 아주 적습니다. 

실패 뿐인가요, 심지어 “너 죽었어! 아웃”이라는 말에 “앗, 나 죽었네” 하는 여유를 부릴 줄 압니다. 


나아가 놀이 만큼 아이를 칭찬하기 좋은 환경도 없습니다. 

칭찬할 것 하나 없는 아이라도, 칭찬에 인색한 부모라도 말입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회색 공간에서도 아이들은 놀 거리를 찾아 신나게 놀 수 있는데, 

하물며 알록달록 빛으로 풍요로운 세상에서 부모와 함께 놀이하는 아이는 어떨까요. 

창조적이고 다양한 놀이를 시도할 수 있고, 한 가지 놀이에 깊게 몰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존감, 자신감, 자기조절, 인내, 강한 정신력, 자아탄력성 등 이 모든 것은 놀이가 주는 선물세트입니다.





‘이명경(2014), 자존감교육, 북아이콘’

‘박찬옥, 정남미, 곽현주(2016), 놀이지도, 양성원’

‘강수경, 김민정, 정미라(2015), 유아의 놀이성, 자기조절능력, 자아탄력성 간의 구조적 관계’를 기반으로 분석·보완하여 작성하였음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바로 우리 아이에게 쥐어줄 수 있는 풍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