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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근소근) 타이포잔치의 웹페이지는 항상 예쁘고 감각적이다!
매년 다른 타이포잔치의 홈페이지를 비교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2019.11.03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타이포 잔치를 다녀왔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전시였는 데 '가야지! 가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 겨우 끝물이 되어서야 다녀왔다. 늘 미술관 리뷰를 빠르게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데 항상 나의 게으름이 나의 열정을 이긴다.
어릴 적 나는 타이포그래피에 크게 관심이 없었고 문장의 배열과 교정에 매력을 느끼지도 못했었다. 나의 숙명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이미지가 항상 우선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분야를 둘러볼 그릇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학과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방문한 타이포잔치는 정말 나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전시회는 글자를 통해 디자이너들의 영감과 매력을 뽐내는 일종의 패션쇼였다. 그 후 매년 꾸준히 타이포잔치를 보러 방문했다.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한 타이포의 매력이 하나의 작품으로써 다가와 내 머리에 꽂힐 때 알 수 없는 소름과 경이를 느꼈던 것 같다. 그 후 취업을 준비하면서 바빠서 오지 못하다 드디어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반강제적으로 방문했다. 학생 때에 느꼈던 감정과 추억을 가슴에 섞어 담고서 타이포그래피가 그때 이후로 어떻게 발전했을지, 또 얼마나 바뀌고 확장되며 달라졌을지에 대한 기대를 안고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다녀왔다.
타이포잔치는 몇 년째 서울역에서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오랜 역사가 담겨있으며, 시간의 흐름이 잘 나타나는 이곳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한 표지판들과 예전의 글자체들을 통해 타이포그래피의 변화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사람들이 처음 서울에 도착해서 느끼는 설렘과 낯선 감정들, 그리고 그들이 지나가며 내뱉는 그들의 삶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폰트의 미래를 본다.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타이포그래피를.
이전 다양한 매체에서 Variable Type에 대해 접한 적이 있었다. Variable Type은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적절하게 폰트의 사이즈와 두께, 높이 등을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사이즈를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더 유연하고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Variable Type에 관한 전시 세션이 있어 반갑고 좋았다. 다양한 한글의 Variable Type이 있어서도 좋았던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개인 프로젝트로 Variable Type를 제작해보고 싶다.
이번 배리어블 타입 쇼에서는 장식적인 타이포그래피들이 인상적이었는데, 0:38 초의 비바람과 5:13 초의 뿌리가 그래픽 이미지로써 타이포그래피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weight, Size, Scale, Length 등을 조절하여 재미있는 글자를 만들 수 있다.
Variable Type에 관해서는 다음에 한번 이 세션만 따로 다루어볼까 한다.
▼ 참고해 볼 만한 웹사이트들.
✦ 잡동사니 :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물건
거리의 표지판에서 필통 속의 문구류들까지, 우리 생활 속 어디에나 글자들이 있다. ‘잡동사니'에서는 옛날 활자, 타이포그래피 도구, 글자 모양의 가구나 장난감, 글자 비누, 학습 도구, 놀이 도구 등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분류한다. ‘잡동사니’에서는 일상의 물건부터 전문적인 용품까지 가장 직관적인 사물과 타이포그래피의 예들을 볼 수 있다. 또, 이와 관련된 새로운 물건을 기획하고 제작한 결과물들도 전시된다.
- 타이포잔치 개요 중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물건들에 관해 접할 수 있었다. 글자를 응용한 놀이 완구뿐만이 아니라 모빌, 태피스트리 등글자들이 언어로서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이미지적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KITTY를 말하고 있는 타입 작업물.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움직이는 고양이 장난감을 연결해 설치해두었다.
이번에는 글자와 사람이 교감하는 시민참여형 작품이 많았는데, 나의 흥미를 끄는 작품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가 치는 글자와 다른 문장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친 글자가 무작위로 조합되어 나오고 이걸 인쇄할 수 있는 전시였다. 평소 나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을 조합하거나 제외해 새로운 맥락을 발견하는 습관이 있는 데 텍스트를 통해서도 세상 다르게 볼 수 있어서 새로운 맥락 잇기의 다른 방식을 접한 것 같아 좋았다.
다른 하나는 감정 조명기구라는 것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표정을 지어 보이면 컴퓨터가 내 표정을 분석해서 텍스트와 스크린 이미지가 달라진다. 사람들이 거의 웃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컴퓨터가 충분한 학습을 하지 못해 감정 조명기구의 화면을 다른 표정으로 변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재미있었던 작업이었다.
Apple → Apple-Condensed → Apple-Light 발상이 너무 귀엽고 재미있다.
✦ 시계: 한 개의 사물과 타이포그래피
시계는 시간을 초, 분, 시로 분해하고 조립하는 기계장치다. 시계는 분해하고 조립하는 타이포 그래피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사물이며, 시계 본체의 입체적 형태와 숫자나 눈금과 같은 평면적인 문자 정보가 결합된 흥미로운 사물이기도 하다. ‘시계’에서는 시계를 한 주제로 여러 작업자들의 시각을 통해 시계의 기계적인 성질, 문자반의 숫자, 기호, 시간 등의 특징과 타이포 그래피적 해석을 보여준다.
- 타이포그래피 개요 참고
다양한 작가들이 타이포그래피 작업물들이 시계를 테마로 전시되고 있다.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모션 포스터들과 기호들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컬러를 가진 아트웍들과 각자의 개성을 가진 타입들을 접할 수 있어 재미있고 신기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스스로 의도를 잘 깨닫지 못하겠는) 작품들이 많아 작가를 이해하고 싶어 답답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작품은 시각언어의 일종으로 보는 것만으로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하기 때문에 의도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이 어렵고 난해하게 다가왔다. 이 작품을 이해하고 싶어 작품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작품 설명도 찾아보고 했지만 끝까지 궁금했던 작품들이 있어 갑갑했다. 내 스스로도 공부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러모로 자아성찰적인 전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타이포잔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롭게 사용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배리어블 폰트에서부터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들까지 앞으로 또 얼마나 발전하고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