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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Dec 15. 2019

UX가 망했어요?

깊이와 넓이를 모두 보자.


디자이너의
대멸종


'UX는 끝났다. 망했다.' 글을 본다. 가끔은 SNS에서도 보게 된다. 이런 글은 그냥 말하는 어그로 글에 가깝다. 왜냐하면, 나는 이런 말을 벌써 3번째 듣기 때문이다. 지구에 대멸종이 몇 번 찾아왔던 것처럼... 디자이너에게도 대멸종의 시기가 있었다.


20년 전쯤...

웹디자인이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모든 사람들은 웹디자인을 찬양하고, 편집 디자인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편집 디자인은 죽은 산업이고, 이제 편집을 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영원히 잃을 것처럼 말했다. 유명 디자인 잡지에서 나는 40살 디자이너가 디자인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적은 짧은 칼럼을 보았다.

 

10년 전쯤엔...

이번엔 웹의 시대가 끝났다면서 사방에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당시 유명한 IT잡지 와이어드에는 웹의 종말이라는 기획기사가 크게 실렸고 난 그 기사를 아이패드의 와이어드 앱으로 보았다. 웹디자인의 종말하고 뭔가 다른 것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었는데, 그 뭔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UX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열쇠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그리고 그 UX가 이번엔 망해간다는 이야기가 미디엄과 브런치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미디어는 변했지만, 비슷한 일은 반복된다.



이제 UX는
차례인가?


뭔가 망했다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한 칸짜리 상자이고, 그 상자엔 하나의 물건만 담을 수 있다. 상자가 커진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명함부터 웹디자인, 앱까지 하는 사람을 잡부 디자이너(놀랍게도 다른 한쪽에서는 풀 스택 디자이너라고 한다.)라고 하고 자신을 디자인을 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잡으면 나머지는 누군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 보통은 한 가지 일만 하고 싶어 한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UX를 하겠습니다.' 하면,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은 많은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폭넓게 참여해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UX가 '아직 모르는 뭔가'를 해결할 수 있는, '뭔지 모르지만 바로 그 어떤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회의실에 앉는다.


그리고 UX가 말하는 문제 인식과 해결책은 복잡한 여러 단계의 어려운 일을 거쳐야 나온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좋은 것은 알지만, 너무 크고 느려 보인다. 그리고 그 결정 과정은 블랙박스 같은 부분이 있어서,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생긴다.


어렵게 문제를 발견했다고 해도, 거기의 해결책을 다시 알아내려면, 또 시간과 비용을 또 써야 한다. 그럼 정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과정을 1명의 디자이너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말 맞을까? 의심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제 UX 직업군은 크게 3가지로 분화된 것으로 보인다.


UX Designer
흔한 UX/UI에서 UI 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제외하거나 일부 포함한 개념

UX 기획자
기존의 기획 업무에 UX 방법론이 흡수된 개념

UX Researcher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 같은 조사와 분석, 인사이트 도출로 전문화

UX Strategist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관점의 UX 전략, 프로세스, 조직 컨설팅


내가 보는 현재의 UX는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제품을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실무적인 기법과 결합하고, 많은 이론들을 흡수해나가면서, 데이터를 축척하고 분석하는 기술과 결합되었다. 하는 일이 전문화되면서, 실제 제작 업무와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UX 디자인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전문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과 실무에서 많은 커리어를 쌓은 사람들이 채용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구직 경쟁의 질도 매우 치열해진 상태다.


덤으로 회사에서는 적은 수의 사람이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 프로세스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추세는 매우 빠르게 진행돼서, 그렇지 않은 회사와의 격차를 더 크게 한다. 그리고 더욱 빠른 실행력을 요구할 것이다. 프로세스의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마케팅 조직의 지원이 필요하고, 관련 직군과 협업이 매우 중요해졌다.


2020년 UX 트렌드를 보면, 각종 화려한 신기술을 제품에 응용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런 부분들은 기존의 모든 직군, 디자이너, 기획자, 프로그래머도 보는 부분이다. 다이내믹한 비주얼과 화려한 UI로 포장된 신기술 데모를 보는 것은 UX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uxdesign.cc에서 보는 2020년 UX 트렌드는 좀 다르다.

Designing for the post-truth era
웹과 앱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데, 2019년부터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가 퍼지기 시작하고, 이 반향으로 사용자는 디지털로 공급되는 정보에 대해서 냉소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신뢰라는 공공 자원이 급속도로 파괴되면서 마케팅과 커머스를 비롯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모든 단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비롯한 모든 소통 채널에서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The rise of micro-communities
디자이너 간의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더 이상 거대한 커뮤니티가 모든 계층의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는 시기가 지났다. 소규모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작은 규모의 디자이너 그룹에서 편안한 가운데, 피드백과 트렌드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Design as a team sport
분업화와 전문화가 지속되면서 팀 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양식화되고 있다. 더 이상 한 사람의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상황을 찾기는 힘들다. 특히 개발자에게 작업물을 전달(Hand-off)하는 것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없다. 부서 이기주의와 사내 정치를 넘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

Rendering intentionality
운영 중인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점점 쉬워진다. 그런데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하면 기존의 의도가 희석되어 결국엔 의미가 없는 제품이 된다. 기능을 제거하는 것이 팀의 실패는 아니다.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The death of design files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피그마 등을 통해서 이제 완성된 결과물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투명한 상태에서 작업을 공유하는 방식이 정착했다. 쉽게 관계자를 초대해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강화되고 있다. 실시간 협업은 부서의 장벽을 넘은 열린 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Rediscovering information architecture
제품이 실생활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치면서, 기존의 정보 시스템이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실제로 필요한 정보가 시각화되어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흘러가고 있다. 단순하고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 IA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Embracing new superpowers
UX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고, 다양한 재능과 스킬을 요구하는 직업군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UX Writing의 경우가 그렇다. 이에 대한 디자이너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UX 디자이너는 이런 건 하지 않아.'와 '그럼 한 번 해볼까?'이다. 모든 스킬에 관심을 갖거나 협업하는 것이 좋다.

Invisible design systems
협업을 위해서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UI 라이브러리나 가이드가 시스템의 전부는 아니다. 분위기와 대화, 트위터, 게시판 등도 보이지 않는 디자인 시스템이다. 디자인 시스템은 문서화된 결과물이 아니라 회사의 가치를 반영한다.

Designers, unite
디자이너는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디자이너들도 서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일이 많다. 변화를 위해서는 디자이너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


uxuitrend.com의 2020년 UX 트렌드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Designing for speed
5G에 걸맞은 속도를 제공하는 UX, 빨라진 통신 속도를 충분히 활용하는 UX, 다양해진 속도 차에 대비할 수 있는 디자인

No more loaders
빨라진 통신 속도로 화면을 로딩하기 위한 대기 시간이 줄어들지만, 중요한 선택을 충분히 확인하기 위해서 금융과 커머스에서 의도된 지연이 필요하기도 한 상태

Product owner everywhere
제품을 사용하는 자가 더 이상 B2C의 개인이 아니라 내부 직원, 협력 업체, 관련 업체의 사람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커머스 분야에서 이런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동시에 백엔드와 다양한 기기 간의 품질 관리도 중요해질 것.

UX audit becoming a trend
경영진이 업계에서 주류를 이루는 UX 품질의 수준과 질을 확인하고, 자사의 수준을 상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지표를 제공하는 추세.



제품은 함께
만들어진다.


디자인 과정은 공개되는 추세이며,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프로세스가 진짜 트렌드다.


스케치, 피그마, 어도비 모두 실시간 업데이트와 열람이 가능한 클라우드 파일 시스템을 만들었다. 구글 드라이브가 있는데도, 각자 자신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언제든지 초대만 받으면 디자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모니터 근처를 어슬렁 거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많은 디자이너는

항상 쓰는 기능만 쓰고, 하던 일만 하려고 한다.

자신의 일을 복기하거나 추적해서, 다른 사람이 합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는 적다.

기록을 해두면, 결과에 대해 평가를 당할 수 있으므로 종이 다이어리에만 적어둔다.

일정은 항상 길게 잡는다.

작업은 끝나면 보여준다.

디자인은 인간적인 감이 더 중요하다.

개발자에게 넘기면 내일은 끝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런 디자이너는 경쟁 상황에 노출되면, 금방 풀이 죽는다. 그리고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다른 일을 하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피드백하면, 결국 자존심에 상처만 남는다. 이렇게 생긴 인간적인 갈등은 회복하기 힘들다.



결론


배달의 민족의 강점은 온오프라인의 인프라 조성과 마케팅, 경영, 조직과 재무 관리 등이 있겠지만, 디자이너의 입장 혹은 UX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면, 제품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용자(음식을 만드는 사용자, 배달하는 사용자, 소비하는 사용자)의 인지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이며, 브랜딩과 재치 있고 개성 있는 디자인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UX는 사용자와 시장, 사회에 맞춰서 계속해서 변한다. 마케팅, 비즈니스, 서비스 디자인, 제품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과 영역을 교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사용자가 접하는 상황에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은 조사 방식(시장분석, 인터뷰와 각종 데이터 분석), 설계 방식과 실제 제작에 사용되는 툴(스케치, 피그마, 어도비 XD 등)에 적용되어 체계적으로 공유되고, 토론되며 폭넓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UX가 망할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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