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에 어떤 문장과 단어를 써야 할까?

'단어의 사생활'을 읽고

by 이선주

UI 디자인을 하다 보면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UI 디자인이나 UX에 관련된 작업을 하다가 보면, 많은 글을 쓰게 된다. 사용자를 표현할 때도, 제품을 표현할 때도, 제품과 사용자 사이의 UI를 디자인할 때도 글쓰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고문을 쓸 때도 있고, 안내문을 쓸 때도 있다. 꼭 필요한 단어를 선택해야 할 때도 있고, 마케팅에 필요한 단어를 선택하고 글을 쓸 때도 있다.


'단어의 사생활'은 업데이트 문구에서 UI에서 사용되는 메시지 텍스트의 글까지 어떤 단어와 문장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제임스 W.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로 심리학 교수이며, 사회과학자이다. 소설가가 쓴 작법서나 마케터가 쓴 이론서와 달리, 이 책은 언어 조사와 단어 계산 프로그램, LIWC(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 사람이 쓴 언어와 단어를 분석하여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얻은 결과이다.


가끔 유력한 정치인의 연설에서 어떤 단어가 몇 번 쓰였다는 식의 기사나 보도를 보게 되는데, LIWC는 단어의 개수를 세서 그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 외에 그 사람의 감정 상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실제 사람들의 사용형태를 분석하고 검증하면서 발전시켰다. 그러면서 트라우마에 대한 글에만 주목하던 것을 일반인이 사용하는 메신저, 일상 대화, 연설문, 녹취록까지 확장시켰다.


컴퓨터 기술이 없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면 언어학자들은 단어를 연구하고 심리학자나 의사들은 건강을 연구할 뿐, 자연스럽게 그 둘을 연결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무심코 내뱉은 말에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다.

-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은 단어들의 숨겨진 힘이 있다.

-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특정한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지위를 과시한다.

- 거짓말과 정직한 말의 특징과 단어에는 차이점이 있다.

- 단어들에는 감정과 트라우마가 표현된다.

- 단어에는 통해 성격과 욕구가 표현된다.

-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단어 사용이 다르다.

- 두 사람 간에 오가는 단어들로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 지역마다 언어 사용의 스타일이 다른 이유

- 언어에 남는 지문들



UI에서 단어와 글은 이미지만큼이나 친숙하다.


UI 트렌드를 보면, 친근한 형태의 글쓰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써야 하는지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장 명확한 케이스는 A/B 테스트를 했더니 더 낫더라 정도이다. 하지만 글쓰기의 경우는 단편적인 A/B 테스트 만으로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한 제품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단어와 글쓰기들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할 때는 보통 몇 가지 문장이나 글로 첫 콘셉트를 만든다. 그리고 사용자 역시 어떤 형태로 제품이나 앱을 사용할지 예상해본다. 그럴 때 디자이너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진정성이나 공감, 감성적인 부분들에 대한 반응이다. 제품을 만들고 나면 보통 제품을 홍보하는 문구도 생각하게 되는데 대개 사람들을 자극하는 문구를 써보려고 한다.



내가 쓴 제품 소개는 사용자들에게 믿을만한 글이었을까?


우리가 쓰는 문구의 진정성은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질까? 당연히 모른다. 대기업은 전문가가 문구와 영상과 이미지를 만들지만, 스타트업의 팀원들은 대개 서툴다. 그래서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떤 스타트업들은 시작부터 이상한 경우가 많지만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문장이 이상하다거나 메시지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다른 이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단어의 사생활'에서는 몇 가지 단서를 더 준다. 그중에 하나가 '자기기만 언어'이다.


자기기만을 감지할 수 있는 언어적 단서가 존재한다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단서가 발견될까?


자기기만 언어의 특징은 3가지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 구체적이고 딱딱하며 묘하게 거리감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반면에 정말로 솔직한 문장에는 '더 긴 단어와 어려운 문장', '긍정적인 단어의 사용 빈도가 낮다.', '더 자세한 정보의 전달'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만일 사람들이 소개 문구를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소개문이 형식적이 재미없고, 진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리뷰어들의 글이나 방송들의 언어는 길지만 재미있다. 글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이 문제였을 수 있다.



내가 쓴 업데이트 문구는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을까?


내가 쓴 UI 문구와 업데이트 문구, 안내문과 도움말도 다시 떠올려봤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 본 대부분의 업데이트 문구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내가 최근에 본 업데이트의 문구들은 대부분 긴 문장으로 쓰여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업데이트 문구를 썼다. 그런데 어느 날, 팀원이 긴 문장을 모두 읽어보는 사람도 없고, 긴 문장은 어려우니 간편하게 짧은 문구로 쓰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당시에 나는 팀원의 의견을 따랐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긴 문장은 트렌드였고, 왜 다들 그렇게 길게 쓰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추정 외의 근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어의 사생활'을 읽고 나서는 몇 가지 근거를 더 보강할 수 있게 되었다. 긴 문장이든, 목록화된 짧은 문장이든 대부분의 사람은 훑어본다. 하지만, 사람은 짧은 순간이라도 대부분의 문장에 들어 있는 '내용어'를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목록화된 짧은 문장의 경우, '기능어'가 불충분하면, 해석한 내용을 행동으로 바꾸기 힘들어진다.


'기능어'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쓰는 말처럼 단어를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글에 개성이 생기고, 글을 쓰는 사람의 인간적인 특징이 글에 반영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보기에 긴 문장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행동으로 쉽게 이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어를 듣고, 세고, 분석함으로써 그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고, 그들 스스로 인식하거나 파악하지 못하는 측면마저 알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이 기능어를 사용하는 스타일은 우리가 그 사람들 자체와 그들의 메시지를 인식하는 방식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어와 언어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인상적인 부분들만 소개했지만, 세부적으로 이 책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글이나 언어로 무언가를 전달할 때, 그리고 내가 전달받은 글이나 언어가 무언가 찜찜할 때 모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소개한 것은 2가지뿐이지만,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디자이너라면 소중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작년에 앱에서 텍스트를 쓸 때, 'ME'를 쓰는 경우와 'MY'를 쓰는 경우에 대해서 고민한 칼럼이 많이 공유되었는데, 드랍박스 디자이너가 말하는 UX글쓰기 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브로카와 베로니케의 영역, 사람들이 남기는 수많은 흔적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