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생각하려는 디자이너에겐 방법론이 필요하다.
모든 라면에는 더 맛있게 먹는 예시와 조리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가 있다.
어린 시절 끓인 첫 라면은 먹기엔 부담스럽고, 버리기엔 아까웠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먹을 만한 결과를 얻었고, 10년쯤 지나서야 라면 봉지에는 안내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면 봉지의 앞쪽에는 더 맛있게 먹는 가능성이 있었고, 뒤쪽에는 최소한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정량적인 방법이 크게 쓰여 있었다. 계량컵과 타이머가 있다면, 누구나 적절한 라면을 만들 수 있다.
디자이너에게도 라면 봉지의 가능성과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 주어지지만, 놀랍게도 라면 봉지처럼 쉽게 무시된다. 디자이너는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며 비즈니스 기반의 문제 해결을 한다. 멋지지만, 책상 위의 실무는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 모두 알고 있어도 어제 끓였던 방식으로 오늘의 라면을 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항상 라면 봉지의 패키지 디자이너가 우리에게 보내는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잊으면 안 된다.
우린 항상 더 나은 결과와 절차를 생각할 수 있다.
요약. TL;DR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 도구들'과 '아이디오는 어떻게 디자인하는가'를 추천한다.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글이며, 동의한다면 전체를 다 읽을 것과 같다.
프로덕트를 시작하고, 제작하고 완성하여 성공하는 여정은 너무나 멀고 복잡해 보인다. 노력보다 운이나 트렌드가 더 중요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은 복권 당첨과 다르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순서와 절차가 필요하다.
멋진 계획이 없어도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계획이 있다면 더 많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계획을 세워서 얻을 수 있는 절차는 초기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사용자 경험을 성장시키기 위한 UI를 테스트하고, 사용자의 피드백과 목소리를 듣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계획이 있으면, 전략의 실행을 매끄럽게 한다. 핵심을 찾고, 사용자에게 불편한 부분을 찾고, 개선하기 쉽다. 조금 더 세련된 계획을 세우면, UX 디자인을 통해서 사용자의 행동과 동기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하여, 사용자가 가진 모델과 특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계획을 처음부터 잘 세우는 일은 힘들고 어렵다.
목적지를 모르고 시작하면, 열정과 의지가 있어도 쉽게 지친다.
방법론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람이 과정과 절차를 생각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부족한 경험을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 알려준다.
문제는 초심자의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당장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계획을 세워야 하고, 계획을 세우려면, 방법론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게 된다.
도식과 문서 지침들로 구성된 방법이 크고 느리고, 형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벽면에 인쇄해서 붙이고, 나열하고 쓰는 시간에 UI를 담은 스크린을 만들면 되고, 결과에 다른 점이 없는데, 왜 이런 거추장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해 없이 일단 시작해서 빨리 끝나는 것을 목표로 디자인이 진행되면 실패하기 쉽다.
프로젝트, 프로덕트를 완료하고 완성하기 위해서는 결과를 예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방향과 목적지를 아는 일이다. 해야 할 일이 많고, 고려할 요소가 많을수록 예상은 어려워진다.
몇 걔월 혹은 몇 일 앞의 일을 예상하려면, 혼자 일하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것이 유리하다. 협업을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요청과 답변을 통한 정보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정보 교환은 문서와 데이터, 해석과 의견으로 이루어진다. 정보 교환을 통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공유하면, 목적을 공유하고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
문서와 데이터는 현실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가급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분석과 해석으로 가능성을 모델링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생각이 방향과 목적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방향과 목적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법론은 지도가 되어 준다. 방법론을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재사용할 수 있는 생각의 자원이 생기는 것이다.
수렴과 발산을 제안하는 디자인 씽킹의 더블 다이아몬드는 전체 과정을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도식으로 보여준다. 린은 하나의 순환과 발전 과정 보여주고, 애자일은 반복되는 과정의 연속으로 보여준다. 모두 다른 형식 같지만, 전체를 개선하기 위해서 부분을 분리하고 과정을 정의하여 질서와 순서가 있다.
시행착오가 있을지 몰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를 모두 파악하여, 실마리를 찾고 만들어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계량컵과 타이머, 온도계를 구해놓고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과정일 수 있지만, 방법론을 적용해 보는 과정은 숙련될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적절한 리더가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최근 구직을 하면서 한 회사의 디자인 챕터 리더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디자인 씽킹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디자인 챕터를 이끌고 있었다. 채용에는 실패했지만, 이런 모습이 성과를 내서 스킬 위주의 디자인 교육이 보완되고 발전했으면 한다.
진짜 일을 하는 것과 도형을 채우거나 포스트잇이 무의미해 보인다면, '새로운 디자인 도구들'과 '아이디오는 어떻게 디자인하는가'가 큰 도움이 된다. 두 가지 책에서 과정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도구는 디자인의 도구를 소개하고 의미와 용도, 활용 방식에 대해서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도구의 형식적인 측면만 반복한다는 생각이 들면, 꼭 봐야하는 책이다. 이 책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에 있어서 꼭 지침만 따를 필요는 없으며, 새로운 도구들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
아이디오는 어떻게 디자인하는가는 '인적 요소'에 대한 부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에게서 나오는 열정과 창의성을 여러 측면에서 촉진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효율성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효율성을 팀이나 조직, 회사 단위로 확장하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소개하는 것은, 나 역시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보다 크게 더 알거나 더 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엇비슷한 고통과 답답함을 공감하는 마음에서 제안하는 것 뿐이다.
다양한 디자이너가 있지만, 어떤 형태의 디자인 분야라도 현재 상태를 시각화하고, 데이터를 정렬하고 공유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디자이너 개인의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지만, 전체 팀의 효율성은 올리고, 아이디어를 유지하면서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교훈을 남길 수 있다.
혁신적인 전략일수록 더 많은 실행력이 필요하다. 천장을 높게 만들려면, 벽 속에 숨어있는 기둥과 골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높은 천장을 만들라고 말해도 적절한 건축 공법이 없다면, 생각의 궁전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집착하게 되면, 조바심이 생기고, 하나의 점만 보게 된다. 시야는 생각을 따라간다. 방법론은 사람 밖에 있는 객관적인 절차라서 안전 수칙의 역할을 해준다. 방법론에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이를 측정하거나 무게를 재보는 것처럼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보여준다.
가끔 벽을 덮는 메모나 공백에 도형을 그리는 일이 좀 어색해 보일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은 생각의 범위와 형태를 약간 다르게 다시 정렬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에서 만들어졌다. 생각을 혼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외부로 끌어내서 다시 평가해보는 과정인 것이다.
생각을 외부로 꺼내면서 디자인에 걸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아끼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스케치나 간단한 메모는 생각의 해상도를 높이면서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게 만들 수 있다. 포스트잇을 붙이는게 중요한게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지켜보는 시선과 관점이 중요하다.
누구나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생각하는 과정은 개인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협업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함께 집중하고 더 넓은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더 쉽게 문제를 이해하고 할 일을 정하기 쉬워진다. 노력을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도 쉽다.
하나의 팀이 피그마처럼 공통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효과를 낸다면, 방법론은 도구의 사용법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보이지 않는 도구로 작동한다.
조금 더 느슨한 마음으로 다른 방식의 생각과 작업을 관찰해 볼 수 있는 짧은 여유만 있어도 충분하다.
방법론은 반짝이면서 눈부시게 나타나 충분히 숙련되고, 숙련된 사람들이 성과를 내기 전에 다른 방법론으로 대체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내가 일하지 않는 곳의 누군가는 열심히 성과를 내고 있고, 그 차이는 점점 더 따라잡기 어렵게 된다. 잘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노력하면서 새로운 것을 계속 흡수하고 쌓아나간다.
경쟁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바꾸는 것보다는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방법론이든, 이전의 방법론이든 항상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성공하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체계화되고 관념화되기 때문이다.
방법론을 책장에 꽂아 넣은 지 오래되었지만, 읽지 않는 책처럼 놔두지 말고 계속해서 확인하고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 봐야 한다.
이 브런치에 항상 쓰는 말이 있다. '변화는 빠르고, 따라잡긴 어려우며, 제한 사항은 점점 커지고, 디자인은 점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브런치가 변화는 빠르고, 따라잡긴 어려워서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내가 많이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쓴 책이나 글을 많이 읽는 편이다.
그런 글들의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항상 참여하고, 예상하고,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지 쌓이고 고리타분한 방법 속에 해결책이 있는 경우가 많다.
20대에 강연을 들으러 다닐 때, 그 때도 유명했고, 지금도 유명한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문제는 이미 반복된 경우가 많다. 해결책만 찾으려고 하지 말고, 과거의 질문을 찾으면, 지금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내가 낸 해결책이 부족해서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미쳐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고, 고민하고 공유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과 내가 딛고 올라갈 생각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