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캠퍼스 UX/UI 디자인 세미나
패스트캠퍼스에서 주최하는 디자인 세미나를 다녀왔다. 토요일 오전에 시작해서 저녁 늦게 끝나는 강연들이었다. 강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배울 것이 정말 많았다. 들으러 온 사람들의 6할 정도는 여자, 나머지는 남자였고, 학생부터 현업 디자이너, 스타트업 대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들으러 온 꽉 찬 자리였다.
강연의 구성이나 컨셉이 탄탄했던 것 같다. 브랜드, 비즈니스,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꽉 차 있었다.
강연자들도 모두 매우 화려한 분들이었다. 모두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었고, 개성적이었다. 에이전시 대표의 자리에 있거나 리딩 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주최 측에서 사진 촬영을 삼가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글로만 적는다.
첫 번째 시간은 라이트브레인의 은영상 디자이너였다. 조금 늦게 들어가서 초반부의 내용을 듣지 못했는데, 지금의 UX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색상에 사용에 대한 분석에 대한 내용이었다.
'UX의 관점에서 화면/사용자 흐름과 컬러의 사용이 중요하다. 사용자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화면을 만들기 위해서 분명한 색의 사용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브랜드 컬러를 남용하면 안 된다. 사용자의 인지 한계를 생각해야 한다. 일관되고 전략적인 색상 사용이 중요하며, 사용자의 사용과 인지의 흐름에 따라 색의 사용이 필요하다. 컬러는 심미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기능에 적합하게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다.'라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시간은 카카오뱅크의 길은정, 리드 디자이너의 이야기였다. 카카오뱅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작업 과정, 그리고 오픈 후의 이야기까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은행은 이미 오랫동안 존재해왔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혁신이 아닌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여기서 잘 몰랐던 사실인데,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는 것이다. 토스와 헷갈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카카오뱅크의 계좌가 3초에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카카오뱅크의 첫 화면은 계좌 계설이었다. 아마도 첫 화면이 이체가 아닌 계좌 만들기였던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카카오뱅크의 계좌가 빨리 늘어나고, 그 결과가 다른 은행 앱에 큰 충격을 주었는지, 갑자기 은행 앱들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다. 은행을 전혀 모르는 팀이 은행을 만들게 된 과정은 재미있었다. 은행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관례에 휩쓸리지 않고,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만들어진 듯했다. 첫 번째 강연과 마찬가지로 쉽고 편리한 UX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 점이 강연 내내 느껴졌다.
브랜드 부분에서도 카드 디자인, 그리고 저금통 모양의 카카오뱅크 아이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세 번째 강연은 송병용, 리드 디자이너의 '기획이 시각화되가는 과정'이었다. 좀 더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강연이 시작되었다. 트렌드와 제작기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실제 부딪치는 갈등과 문제에 대한 경험이었다. 사용자와 회사의 갈등과 회사 내부의 직군, 팀 간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큰 프로젝트를 할 때, 자신이 한계를 느꼈을 때,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라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용자와 회사의 갈등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져도 그게 전체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아주 소중한 실패 경험과 인하우스에서 디자이너가 뭔가 만들고 싶어 하고 바꾸고 싶어 하는 욕구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과 인사이트를 주었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디자이너가 개발 언어를 얼마나 배워야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대답은 개발자가 포토샵을 배워서 그림자 효과를 넣어 와서 디자이너에게 어떻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할꺼냐?라는 부분이었다. 다른 직군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디자이너가 진짜 무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지금은 먼 미래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이기 때문에 서비스나 제품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요구되었고 현실이 된 변화들의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한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한 흐름을 보여주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하기, 화면의 한계, 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내용은 좋았다. 트랜드를 넘어선 트랜드를 생각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송병용 리드 디자이너의 강연을 들으면서,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은 5년 전이든, 10년 전이든 멋진 디자인을 하고, 깊은 생각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회사를 만드신다고 하는데, 원하시는 것처럼 오래가는 강한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네 번째 강연은 '매체를 넘어선 브랜드 통합 경험'에 대한 변사범 공동대표의 강연이었다. 지난번에 들은 강연이 2014년의 강연이었는데, 지난 4년간의 이야기가 깊은 농도로 압축되어 있었다. 지난 4년간 난 뭐 했나 하는 자괴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나름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인기이기 때문에 이 강연을 할 때, 사람들이 좀 늘어났던 것 같다. 사진 찍는 소리도 많이 들렸다. 매번 강연이 있을 때마다 들으러 가는데, 항상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진짜라는 이야기를 하고, 본인이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강연 자료 초반부에 넣는데, 이번에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요즘은 툴이 매우 강력하고 디자인 이론이 많기 때문에 비주얼에 대해서 경시하는 풍조가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해서 말로는 잘 하고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툴이 강력해진 대신 툴에 의존해서 허울만 좋은 결과를 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의미와 설명으로 정당화하는 디자이너가 많아지면서 많은 디자이너가 점점 비평가가 되는 것 같다.
여전히 멋진 자료가 많았고, 정말 많은 텍스트를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원래 말이 좀 빨랐던 것 같은데, 랩을 하는 것 같은 강연이 이어졌다. 다들 사진을 찍는데, 녹음을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거의 모든 사내 프로세스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변사범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작업을 했는지, 플러스엑스는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작업을 했는지, 프로젝트 시작은 어떻게 하는지, 견적서 어떻게 쓰는지, 내부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작업 공유를 위해서 어떤 규칙을 만들었는지, 얼마큼 노력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쏟아졌다.
29cm를 작업할 때, 인터렉션이나 모션 부분에 개발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젠 프린시플(http://principleformac.com/)이나 프레이머(https://framer.com/)를 통해 모션에 대한 데이터를 개발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신내 살았던건 이번에 처음 들었다...
소름 끼치는 점이 하나 있는데, 발표 내용의 구성과 강조하는 내용이 배달의 민족에 가기 전에 듣던 한명수 이사의 강연과 내용과 비슷해지고 있었다. 물론 비주얼 스타일은 다르지만, 구성이나 말하고 싶어 하는 내용이 닮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비슷하다고 느낀 점은 '디자이너의 알량한 자아를 넘어서는 생각이 필요하다. 많은 양을 만들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라는 벽을 넘을 때도 있고, 친해져야 할 때도 있다.' 같은 부분이었다.
정말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했는데, 항상 알찬 내용이 많았다. 항상 변화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점점 더 강하게 구축해 가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내가 20대였다면... 청소부 역할로라도 취직하는 건데... 너무 늦었다. 좀 있으면 경비로 취직해야 할 듯싶다.
다섯 번째 강연은 최민상 인터랙션 디자이너의 '구글에서 인터렉션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법'이었다. 구글의 자랑이나 홍보가 아니라 정말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회의와 회의 전의 준비에 대한 인사이트, 작업의 자유과 모두에 대한 규칙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었다.
요즘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디자이너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의견의 교환이 매우 필요한데, 시차와 거리, 비대면의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의사소통도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제한된 시간에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미리 하는 준비가 필요한데, 이 준비와 경험에 대해서 큰 도움이 이야기였다. 내가 지금까지 접한 사람들은 회의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난 이게 매우 큰 낭비라고 생각한다. 최민상 인터랙션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위한 회의와 결정을 위한 회의의 구분하고 작업 결과물에 대한 공유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구글의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줬다. 최민상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말하는 구글은 외부적으로 보기엔 아주 꽉 짜인 가이드와 제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아주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갖고 있었다. 개인이 작업할 때는 불필요한 규칙이나 업무 절차를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가급적 컴포넌트화 하고 제한 없이 공유한다고 하는데 정말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것이 이상적이지는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섯 번째 강연이 끝나니까 조금씩 자리가 비기 시작했는데, 난 이 다섯 번째 강연이 오늘 들은 강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길 잘 하였다는 생각이 드는 강연이었다. 강연자는 MNXMONIC(니모닉)의 함영훈 대표였다.
롯데월드 타워의 전망대에 가면 비범한 픽토그램이 있는데, 이 픽토그램이 인상적이어서 찍어둔 적이 있었다. 보통은 이런 작업을 하면, 각기 다른 사물을 각기 다르게 그리는데, 롯데월드 타워의 전망대에서는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다. 이 작업을 한 사람이 함영훈 대표였고 그의 강연은 다시 듣기 힘든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함영훈 대표는 두 가지 작업을 하는데, 내가 보기엔 한쪽은 극단적으로 감성적이고, 한쪽은 극단적으로 논리적인 작업이었다. 그런데 소재는 같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강연은 논리적인 작업 쪽에 대한 내용이었다.
'GUI로서 아이콘/픽토그램 디자인'이라는 제목은 오늘 강연 중에서 가장 내용과 걸맞은 제목이었다. 픽토그램의 기원과 흐름, 그리고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그 브랜드의 가이드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강연이었고, 나는 솔직히 큰 충격을 받았다. 잘 모르는 내용이었고,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는 내용이었다.
요즘은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말이 많다. 요즘 말하는 디자인 시스템은 코드와 디자인, 기능이 결합된 형태로 최소 단위의 작업이 전체 작업을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프레임웍이다. 함영훈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의 디지털 작업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픽토그램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픽토그램은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최소의 의미로 구성된 요소들이 논리적으로 결합된 것이라는 설명은 현대카드, 평창 올림픽 픽토그램, 롯데월드 픽토그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만든 사람의 설명이 이렇게 와 닿고, 감명 깊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흘러서 대체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실제 살아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분석하고 구현한 결과가 상업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고, 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강의 자료는 학술적인 부분과 자신의 해석과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끝까지 남아있던 분들에게 폰트와 아이콘, 픽토그램의 이해를 크게 높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큰 이정표가 되는 하루였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강연 하신 분들의 발표자료를 받아보고 싶었는데, 주최측에서 안된다고 하니 참 안타까웠다.
까먹기 전에 정리하느라 먼저 쓰고, 나중에 내용을 좀 더 정리해서 보강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