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PLITHUS 인터뷰/Greenhorn
덱빌딩 로그라이트 장르는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 그 재미를 입증해 온 분야다. 하지만 반복 플레이 중심의 구조 특성상 서사나 캐릭터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본 인디팀 Greenhorn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 솔라리스(Project Solaris)>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익숙한 덱빌딩 로그라이트 시스템 위에 JRPG 특유의 캐릭터와 이야기, 성장 요소를 더해 장르의 재미와 서사의 몰입을 동시에 담아내겠다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Greenhorn은 ‘프로젝트 솔라리스’ 개발을 위해 설립된 일본 인디 개발팀이다. 팀은 일러스트레이터 사나키와 프로그래머 tomo-mana, 두 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일본의 게임 제작 행사인 Unity 1Week에서 시작됐다. ‘1주일 안에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이 행사 관련 디스코드 서버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 간단한 게임 두 편을 함께 제작하며 협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판단에 이르렀고, 그 결과물이 바로 <프로젝트 솔라리스>다. 팀 이름 Greenhorn 역시 이러한 출발점을 반영한다. Greenhorn은 영어로 ‘풋내기’ 또는 ‘신출내기’, ‘초보자’를 뜻하는 단어다. 실제로 팀원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게임업계 출신이 아니다. 사나키는 약 10년간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왔고, 또 다른 개발자는 프린터 등 임베디드 시스템 분야를 다뤄온 프로그래머다. 게임 개발을 본업으로 삼아온 팀이 아닌 만큼, 스스로를 아직 배워가는 입장으로 인식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도전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 이름을 선택했다.
<프로젝트 솔라리스>의 장르적 중심은 덱빌딩 로그라이트다. 특히 게임 <Slay the Spire>로 대표되는 장르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일본식 RPG 특유의 캐릭터와 이야기 요소를 결합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개발 계기 역시 명확하다. 개발진은 <Slay the Spire>를 매우 인상 깊게 플레이하면서, ‘왜 이 장르에는 이야기나 배경 서사가 상대적으로 적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드래곤 퀘스트> 같은 JRPG를 즐기며 성장한 입장에서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이 장르의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해 덱빌딩 로그라이트의 시스템 위에 JRPG의 서사와 캐릭터성을 결합하면 조금 더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프로젝트 솔라리스>의 시작이 되었다.
현재 개발은 기본적으로 2인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음악을 담당하는 외부 협력자가 참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3명 규모의 프로젝트에 가깝다. 실제 개발 기간은 약 1년 남짓이지만, 퍼블리싱 협의 등 개발 외적인 과정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약 2년 정도가 소요됐다. 개발팀은 올해 6월 전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개발자가 대부분의 작업을 원격으로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사나키는 나가노에, 프로그래머는 사이타마에 거주하고 있어 처음부터 온라인 협업으로 개발을 이어왔다. 이후 게임 행사인 ‘도쿄 게임 던전’에 출전하면서 처음으로 직접 만나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의 나이 차도 꽤 나는 20대와 40대 후반이라는 조합이지만, 세대 차이보다는 서로의 강점을 존중하며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 팀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프로젝트 솔라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로그라이트 장르임에도 시나리오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진행 중 ‘행동 카드’를 선택하며 하루하루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서브 시나리오가 달라지고, 이야기의 전개와 엔딩 역시 변화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전투 효율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특정 이야기를 보기 위해 다른 행동을 선택하는 플레이도 가능해진다. 개발팀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반복 플레이 속에서도 새로운 동기를 제공하고자 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턴제 방식으로 진행되며 여기에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입력해야 하는 액션 요소(QTE)가 결합돼 있다. 즉, 공격이나 기술을 사용할 때 특정 순간에 맞춰 버튼을 입력해야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명령만 선택하는 전투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매 턴 집중해 조작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액션 요소를 넘어 주인공 솔라리스와 파트너 호무의 관계를 표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마법사 소녀 솔라리스(Solaris)이며, 전투의 중심은 그녀의 파트너 호무(Homu)가 맡는다. QTE의 성공 여부는 솔라리스의 명령이 호무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를 의미하며, 두 캐릭터 사이의 신뢰 관계를 상징한다.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기술을 사용하기 쉬워지고, 반대로 플레이어가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신뢰 관련 능력 대신 공격이나 방어 능력에 스탯을 투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행동 카드와 장비 제작 시스템 역시 JRPG적인 감각을 반영해 설계됐다. 솔라리스의 장비는 강력한 지원 능력을 제공하지만 사용 타이밍을 고려해야 하며, 호무의 장비는 효과는 비교적 약하지만 항상 발동되는 지속형 능력으로 구성돼 있다. 플레이어는 기술, 장비, 지원 능력 사이에서 시너지를 만들며 전략을 구성하게 된다. 개발팀은 이를 통해 로그라이트 장르 특유의 랜덤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면서도,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재미는 유지하고자 했다.
Greenhorn은 타이베이 게임쇼, 도쿄 게임 던전, BitSummit 등 여러 행사에 참가하며 플레이어 반응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왔다. 특히 체험판 설문을 통해 어떤 요소가 좋은 평가를 받는지, 어떤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초기 버전에서는 카드 시스템의 랜덤성이 더 강했지만, 실제 플레이어 반응을 통해 게임 진행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후 현재의 기술 강화 시스템으로 구조를 조정했다. 개발진은 이러한 변화가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반응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출시 플랫폼은 Steam이 중심이며, Nintendo Switch 버전도 계획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모바일 플랫폼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타깃 시장은 아시아권이다. 개발팀은 귀여운 캐릭터와 일러스트 스타일이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을 주요 시장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한국어 지원 가능성 역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Greenhorn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은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대부분의 협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했던 만큼, 서로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합의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의 프로젝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발팀은 <프로젝트 솔라리스>가 단순히 귀여운 덱빌딩 로그라이트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캐릭터의 외형적인 매력뿐 아니라, 솔라리스와 호무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역시 이 작품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한 뒤에 <프로젝트 솔라리스>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