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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RA Jan 05. 2019

페와 호수를 날다

패러글라이딩~페와호수~포카라 시내 관광

일시 : 2018년 12월 16일
코스 : 사랑곳~페와호수~포카라시내

오늘 아침엔 8시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기로 했다. 윈드폴을 통해서 예약을 해서 패러글라이딩 샵에서 윈드폴 앞으로 픽업을 온다. 봉고를 타고 패러글라이딩 샵으로 이동을 한다. '죽더라도 우리 샵에는 책임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싸인을 하고 패러 파일럿과 함께 다시 봉고를 타고 사랑곳으로 이동한다. 사랑곳에 도착하니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온 사람들이 꽤 많다. 여기서 내리나 싶었는데 우리가 뛰는 포인트는 더 높은 곳인가 보다. 작은 산길을 달려 더 높이 올라간다. 아마도 사랑곳에서 가장 높은 포인트인 듯하다.

사랑곳에서도 제일 높은 패러 포인트


막상 올라오니 너무 높다.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게다가 뛰어야 하는 곳의 경사가 심해서 더 두렵게 만든다. MJ는 무서워할 틈도 없이 날아가 버린다. 그다음 내가 뛸 차례다. 파일럿을 믿고 열심히 뛰었다. 메고 있던 가방이 의자가 되면서 편안하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게 분다. 그래서 패러글라이딩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인가 보다. 네팔에 와서 왜 이렇게 날씨 운이 좋은 건지. 훗. 페와호수와 히말라야를 모두 감상할 수 있게 방향을 바꾸어 날고, 바람을 타고 더 높이 올라가기도 한다. 하늘 위의 공기가 너무 상쾌하고 포카라의 멋진 풍경이 너무 짜릿해 그 순간 큰 행복감이 밀려온다. 'I'm so happy!' 하늘을 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독수리인지 꽤 큰 새가 같이 날고 있다. 바람이 좋아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알록달록 떠있는 패러슈트들의 모습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다. 그러다가 페와호수를 향해서 계속해서 내려가다가 빙글빙글 돈다. 으악. 페와호수에 빠질 것만 같아 오금이 저렸다. 페와호수 옆 공터에 안전하게 착지를 했다. 30분 정도 비행을 하는데 내려오니 너무 아쉽다. 혼자서 타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도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고 싶다. 파일럿들이 패러슈트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힘들어 보여서 배우고 싶은 마음을 바로 접었다. 그냥 이렇게 놀러 와서 한 번씩 타는 걸로.

패러글라이딩 샵 모습


다시 봉고를 타고 사진과 영상을 받으려고 샵으로 돌아왔다. PC로 옮기는데 30분 이상 걸린다고 하여 점심을 먹고 다시 오기로 했다. 트레킹을 하면서 지겹도록 피자를 먹었지만 포카라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는 'God father pizza'를 지나칠 수 없지. 화덕피자는 단연 맛있었고 라자냐 미트소스 스파게티는 산에서 먹은 라자냐와는 맛이 천지차이였다. 소들이 길강아지처럼 돌아다니는 포카라의 여유로운 거리의 느낌이 물씬 들어 나도 덩달아 여유로워진다. 한적한 일요일 오후다. 산에서 계속 춥게 지냈더니 이 따스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패러글라이딩 샵에 다시 들렸는데 아직 작업이 덜 끝났다고 하여 페와호수를 산책하기로 했다.

한적한 포카라 길거리 풍경


호수가를 따라서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함께 이 여유롭고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를 만끽했다. 페와호수는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인가 보다.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산책을 하고 있는 커플들이 많았다. 마음껏 광합성을 하며 페와호수에 한동안 취해 있었다.

페와호수의 뱀부 카페에서 광합성을 즐겼다
페와호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란 보트들


패러글라이딩 샵에 들려 CD로 구워준 사진과 영상을 받고 길거리 쇼핑에 나섰다. 거리에 줄지어 있는 샵에 차례대로 다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산에서 800루피짜리 털모자를 온갖 아양을 떨어 100루피를 깎아 700루피에 구입을 했는데 버젓이 350루피 딱지를 붙인 털모자들이 박스채로 쌓여있다. 나는 털모자 하나를 더 구입해 평균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다. 사고 싶었던 안나푸르나 트레킹 와펜도 구입하고 마그네틱도 구입했다. 쪼는 산에서부터 안나푸르나 트레킹 지도가 담긴 티셔츠를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덩달아 같이 티셔츠를 구경하다가 귀여운 야크 세 마리가 그려진 'yak yak yak' 티셔츠를 구입했다. 역시 쇼핑은 언제 어디에서 하더라도 엔돌핀이 돌게 만든다.

티셔츠 무덤에서 보물찾기


어느덧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네팔이 인도의 이웃 나라니까 인도커리를 한 번 먹어보자. 저녁 손님이 없길 바랬던 것 같은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래, 여기는 네팔이니까 그럴 수 있지. 커리는 한국에서 먹은 커리와 상당히 비슷한 맛이었다. 음! 우리나라에서 파는 커리가 완전 인도식 커리가 맞네. 

포카라 거리에 어스름이 내려앉고있다


해가 지니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가로등이 거의 없고 어두워서 혼자 걸었으면 너무 무서웠을 것 같은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간다. 별이 분명 한국보다 많이 보였지만 ABC에서 본 별을 머릿속에 가득하여 포카라의 별은 '별이 거의 안보이네.'로 전락해버렸다. 숙소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earthy'라는 옷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오가닉 티셔츠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곳이었다. 부들부들하고 촉촉한 재질이 너무 마음에 들어 티셔츠를 또 구입했다. 양손 가득 기념품 꾸러미를 들고 흡족해하며 숙소로 들어왔다.


내일 아침엔 다시 카트만두로 가야 한다. 포카라에 이틀 정도 더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짐을 싼다. 다시 포카라에 올 기회가 생기면 자전거도 타고, 오토바이도 타고, 보트도 타고, 페와호수 카페에 앉아 그림도 그려야지. 이거 다 하려면 이틀은 부족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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