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하루가 끝나면 꼭 노트나 노션을 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김없이 손이 먼저 반응한다.
마치 이를 닦듯, 기록이 일상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원래 기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일기장은 3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웠고,
예쁜 노트는 첫 장만 야무지게 쓰고 곧 빈 페이지가 되곤 했으니까.
‘꾸준히’, ‘기록’, ‘글쓰기’는 내게 늘 멀고도 어려운 키워드였다.
하지만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계속 흘러가는 하루가 너무 아깝다.”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지만,
나도 하루쯤은 잘 살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었다.
그 확인을 남에게서 찾지 말고,
기록으로 나에게 스스로 증명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아주 작은 시도로 시작했다.
딱 10분만 쓰자.
글이 아니라 그냥 ‘오늘 기억하고 싶은 문장 하나’만 남기자.
결심은 소박했지만, 삶은 조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째,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 때는 막연했던 아이디어들이
글로 쓰면 줄을 맞춘 군인처럼 차례대로 정렬된다.
회의 후 기록을 남겨두면, 다음 회의 때 ‘우리는 왜 이렇게 말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가’를
차분히 증명할 수 있다.
증거는 많을수록 좋다. 회사 생활은 늘 그렇다.
둘째, 감정이 흐르고 쌓이지 않게 되었다.
속상했던 상황을 글로 쓰는 순간, 나는 ‘피해자’에서 ‘관찰자’가 되었다.
"아 그때 나는 서운했구나."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풀렸다.
기록이 마음의 정리함 역할을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셋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해졌다.
쌓인 기록을 보면 관심사가 드러난다.
글이 방향이고, 방향이 결국 나다.
남의 언어가 아니라 나의 문장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테두리가 선명해졌다.
기록은 나를 설명해주는 가장 사적인 자기소개서였다.
기록은 결과보다 축적의 힘을 믿는 과정이다.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쌓이면, 한 달 후엔 30개의 생각이 남고, 1년 뒤에는 ‘하나의 사람’이 만들어진다.
기록은 시간을 모으는 기술이기도 하다.
잊어버릴 뻔한 순간을 붙잡아두고, 내가 어디에서 고민했고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매주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완벽한 글이 아니라,
성장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글.
직장인으로 살며 느끼는 생각들,
기록하며 배운 감각,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실험들.
글이 쌓이면 언젠가 책이 될 수도 있고, 노션 템플릿이 될 수도 있고, 강의가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기록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는 늘 성장하고 싶어 하지만 ‘기록 없는 성장’은 금방 증발해버린다.
나는 기록하며 변하고, 변하는 나를 글로 남기며 또 성장한다.
성장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조용히 켜켜이 쌓인 문장의 총합이었다.
오늘의 당신은 어떤 하루를 살았나요?
혹시 한 줄이라도 적어볼 수 있다면,
그 문장은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