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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Jun 04. 2017

밀라노 브랜드 산책, 두번째

@Milan, Italy



게으름 피우다가 이럴줄 알았다. 밀라노 다녀온지가 언제인데, 마지막 포스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북유럽으로 넘어왔다. 물론 그간 중국 출장에 짧은 일본 여행도 있었지만 시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유럽 이야기 만큼은 성심성의껏 남기겠노라 결심을 대단히 하고 있는데, 가능할까. 또 모르지.


이렇게나마 스톡홀름 침대 위에서 밀라노 브랜드 산책 두번째 이야기를 아이폰으로 이어적기 시작해본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강렬한 쇼윈도우

이 시기의 밀라노는 정말 볼거리 천국이다. 꼭 전시장을 가지 않아도, 쇼룸을 찾지 않아도 고개만 돌려도 눈이 즐겁다. 빠르게 걷던 중에 중년의 여성분들이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이밀던 매장이 있었는데, 화려함 하면 빠질 수 없는 돌체 앤 가바나. 시크하기엔 귀엽고, 귀엽기엔 어딘지 모르게 섹시한 쇼윈도우.

 


 

@Fornasetti, Milan

몇 달 전 DDP에서 열린 포르나세티 전에 갔었다. 편집증과 수집광의 냄새가 가득한 전시장은 너무나 볼 것이 많아 오히려 집중이 안되기도 했다. 그의 자손들이 문득 부러워지기도 한 것을 보면, 요즘의 나는 참 머리가 아픈가보다. 포르나세티를 엄청 좋아하거나 제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밀라노에 온 김에 가 보고 싶었다.

 

익숙한 접시들,
비슷비슷해보이지만 프린팅이 정말 다양하다.

포르나세티의 대표적인 얼굴 접시들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고, 물고기와 새를 모티브로 한 것들도 두 번째 본다고 친숙하다.

 

인상적인 투명계단
1층에 비해 한가한 2층 공간
친절하게도 음료를 챙겨주시던 직원분
미술관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르다.

투명한 계단을 오르내리며 꼼꼼히 구경하는 나에게 친절한 직원이 다가와 쥬스를 한 잔 주겠다고 했다. 금방이라도 가구를 살 것 같은 부티나는 노부부와 함께 쥬스를 한 잔 마시고나니 DDP가 화려함은 담았지만 이 여유로운 분위기는 다 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카달로그

열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이번 시즌의 패턴들을 질 좋은 페이퍼에 올렸는데 당장 액자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수준. 이런 것들이 브랜드 가치를 한 칸씩 더 올려주는 듯.


Fornasetti

Corso Venezia, 21/A, 20121 Milano

(홈페이지는 꼭 한번 방문해보길!)


 


@Alessi, Mailan

구경만 한 포르나세티와는 달리 착한 가격으로 쇼핑을 하기 위해 찾은 알레시.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래서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브랜드 제품을 사와야 한다는 것.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는 곳이다.
식기 코너를 빠르게 지나,
안나를 데리러 왔다!

주관적인 내 생각이긴 하지만, 사실 둘이 같이 있는게 안 어울린다. 어쩌면 애초에 둘이 어울린다고 만들어진 아이들일 수도 있는데, 그냥 내 느낌에는 안나 혼자 있는게 더 예쁘다. 그래서 하늘색 안나를 하나 집어들었다.

 

두번째 새가 정말 예뻤으나, 고스트만 두마리 데려왔다.
포장도 마음에 쏙 들게 해준다.

무거운 것들은 아예 제외하고 보려니 결국 마시지도 않는 와인오프너와 맥주병따개만 사버렸다. 언제나 무게 걱정, 부피 걱정, 깨질까봐 걱정되서 지갑이 닫힌다.


Alessi

Via Manzoni, 14/16, 20121 Milano



 

골목과 잘 어울리는 아쿠아 디 파르마 매장.
가을쯔음 이었으면 샀을 것 같은, Sermoneta Gloves
@Emporio Armani Cafe, Milan

골목 골목을 걷다보면 당이 떨어지고 시원한 음료가 땡기기 마련이라, 적재적소에 위치한 카페를 미리 좀 알아둬야 한다. 특히 평소의 10배 정도는 거뜬히 더 걷는 디자인 위크 시즌에는 필수다. 정말 뻔하지만 그래도 찾게된다는 아르마니 카페.

 

레드와 그린 조합이 묵직하다.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점심시간
계단 컬러가 블랙이 아니라 먹색이다.
샌드위치와 달달한 커피로 당 충전.
아쉽게도 서점에서는 득템하지 못했다.

간단히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고 시원한 커피를 함께 하기로 했다. 밀라노에서 커피는 실패한 적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시원한 커피는 비추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묵직하고 비비드한 인테리어 덕에 가볼만 한 곳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Emporio Armani Cafe

Via Croce Rossa, 2, 20121 Milano




@Kartell, Milan

왠지 눈에 띄지않아 그냥 지나쳤던 카르텔 매장. 다시 돌아보니 특정 방향에서 바라봐야 엄청나게 눈에 띄는 외관이다.

 

디자인 위크를 맞이한 매장.
까르텔 st. 가 워낙 많아서일까
구분이 힘들어진 현실

카르텔처럼 st. 즉, 카피 제품이 많은 브랜드를 볼때면 마음이 안좋다. 이 엄청나게 카피되고 있는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에게 미안해서도, 브랜드에 미안해서도 아니고. 별 차이 없다고 한 순간이라도 생각했던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려서. 요즘 떠오르는 신생 브랜드끼리 카피 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예전 디자인이니 너도나도 따라하는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짓눌린듯한 저 부분의 디테일이란.
슬프게도 여기서도 st.가 떠오른다.
조금 아쉬웠던 아래층 전시장
방문객에게 선물로 나눠주는 티셔츠.

아래층 전시장은 위층을 깔끔하게 뽑느라 더 분주하게 채워진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다. 박람회장 전시가 더 낫다고 느껴진 몇 안되는 브랜드였다. 다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직원이 굳이 불러서 알려준 공짜 티셔츠. 사이즈 보고 가져가라길래 조용히 두 개 들고 나왔다. 언젠가 잠옷으로 입어야지 하며 아직 개봉은 안했다.


Kartell

Via Carlo Porta, 1, 20121 Milano

 



급하게 마무리하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리포트 하기보다는 언젠가 혼자 읽어보려고 쓴 것에 가깝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과는 또 다르게 조금의 글을 덧붙여, 방문한 순서대로 또는 조금은 덜 골라낸 사진을 연달아 올리며 기록하고 싶었다.


지금 막 일주일을 넘긴 북유럽 여행은 조금 더 꼼꼼하게 정성들여 적고 싶은데,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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