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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Jun 30. 2017

시작은 핀란드로부터

@Helsinki, Finland


헬싱키, 첫 번째 이야기



드디어 북유럽. 가장 가고 싶은 스페인도 아직 가지 못했지만, 이번엔 왠지 북유럽이었다.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2주간의 일정으로 헬싱키, 스톡홀름, 코펜하겐을 거닐었다. 겨울이었다면 오로라를 찾았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번엔 발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도시 곳곳을 걷는 것으로 충만했다.  


위치상 헬싱키-스톡홀름-코펜하겐 순으로 가던가, 그 반대로 가는 게 나아서 헬싱키 IN-코펜하겐 OUT, 코펜하겐 IN-헬싱키 OUT 두 일정을 찾아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 스카이 스캐너(Skyscanner) 앱을 열었다. 핀에어 항공의 헬싱키 직항 가격이 90만 원 후반대로 꽤 괜찮았다. 거기에 도시 이동을 다구간으로 포함해서 몇 차례 더 검색하다 보니 헬싱키-스톡홀름 구간을 포함해서 다구간으로 예약하는 것이 훨씬 더 싸다는 결론. 인천-헬싱키, 헬싱키-스톡홀름, 코펜하겐-(헬싱키 경유)-인천 이렇게 3구간을 92만 원에 예약할 수 있었다. 절대 일정을 변경하지 않으리란 각오로 스톡홀름-코펜하겐 구간도 저가항공사로 예약을 한 번에 해놓았다. 연초에 해두었더니 가격도 착하고 카드값도 전부 나간 후에 가뿐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애증의 핀에어,
출발은 참 좋았다.

여행기 끄트머리에 핀에어에 대한 애증의 이야기 나오겠지만, 출발은 참 좋았다. 기내 컨디션도 좋았고, 서비스도 좋았고, 무엇보다 담요가 마리메꼬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비행기 타자 마자부터 북유럽에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들게 만든달까.



드디어, 헬싱키

  

처음 마주한 흐린 하늘

떠나기 2주 전부터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정말 너무 흐렸다. 금방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져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을 정도로 습하고 흐렸다. 서울은 한창 더워지고 있었지만 헬싱키는 쌀쌀한 가을 날씨였다. 고민하던 가죽 재킷을 가져가길 정말 잘 했다.


눅눅하고 한적한 거리를 지나,
1층에 마트가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헬싱키의 숙소는 에어비앤비(Airbnb)에서 구했다. 북유럽 물가가 엄청 비싸서 식비와 교통비가 많이 들 것이기 때문에 숙박비는 최대한 아껴야 했다. 1층에 마트가 있어서 일단 합격.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에 함께 도착한 대학 후배 K와 첫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Ravintola Muru, Helsinki


Ravintola Muru

Fredrikinkatu 41, 00120 Helsinki

http://www.murudining.fi/ 


첫 식사이니 꼭 핀란드 음식을 먹자며 레스토랑을 검색해서 찾은 곳이다. 순록 고기도 연어 수프도 아니었지만 핀란드 레스토랑이라고 구글이 알려주니 예약도 안 하고 찾아갔는데, 운 좋게도 창가 쪽 테이블이 남아 있었다. 영어 메뉴판이 없어 물어물어 메뉴를 선택했다. 각각 2 코스로 간단히 정했는데 나는 샐러드와 양파를 곁들인 스테이크, K는 파스타와 생선요리를 주문했다.


유독 짭짤한 버터와 함께 나온 식전빵
첫 식사가 혼자가 아니라니, 뜻밖이었다.
모든 메뉴가 나쁘지 않았다.
마음에 들었던 사진

왜 이렇게 짜-라는 말은 여행 기간 동안 여러 번 터져 나왔다. 음식 간도 짜지만 버터도 유독 짰고 심지어 샐러드도 짰다. 나중에 들어보니 북유럽 지역이 전반적으로 짜게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스테이크는 질겼다. 모든 메뉴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식도락 여행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스쳤다. 덕분에 과일과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어딜 가도 그 지역에서 가장 흔히 먹는 과일과 유제품을 아침 식사로 먹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재미다. 헬싱키는 베리 종류가 많다고 하니 일단 1층 마트에서 블루베리와 요거트를 구입했다. 한국에서부터 달고 간 감기 기운이 조금 심해지는 것 같아 첫날은 일찍 잠을 청했다.




거짓말처럼 맑은 아침 하늘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맑은 아침
맑고 평온한 공원이 곳곳에 있다.

첫날처럼 내내 흐린 것은 아니었다. 아니, 반반이었다. 조증이 올 것처럼 맑다가 우울할 만큼 갑자기 흐려지다가를 반복했다. 걱정했던 비는 오지 않았지만 헬싱키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보다 더 적응이 안되었던 것은 백야(白夜)였다. 새벽 4시 반에 뜬 해가 밤 11시 반까지 이어지다니. 일교차가 크고 바람이 많이 불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해가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 한창 낮인데 왜 졸리지 하고 시간을 확인하면 밤 10시가 넘는 것이 일상인 도시. 저녁에도 밝기 때문에 공원에서 여유 부리기가 아주 좋았다.


양지와 음지의 온도차가 상당하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양지는 덥고,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에 음지는 춥다. 햇살을 따라 건널목을 여러 번 건너며 길을 걸어야 한다면, 양지와 음지의 온도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갈까. 햇빛 따라 걸어 다닌 덕분에 내 얼굴과 발등은 까맣게 타버렸다.


@Helsinki Cathedral, Helsinki
고소한게 정말 맛있었던 아이스크림
앞으로도 이랬으면-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하늘

유난히 햇살이 좋았던 날, 새하얀 헬싱키 대성당을 찾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얀 구름에, 하얀 대성당도 모자라 갈매기는 또 왜 이리 하얗고 깨끗한지.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은 차가운 헬싱키에서 주어진 5일의 시간이 왠지 짧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북유럽 여행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제목이 떠오르면, 하나의 매거진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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