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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락
by Soyeon Jan 10. 2018

쿠바에서는 아직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여행여락 쿠바여행 참여자 인터뷰 2 : 김희경 님

쿠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혁명에 관한 것이다. 쿠바라는 나라에 대한 편견도 호기심도 대부분 여기서 비롯된다. 쿠바를 매혹적인 나라로 만드는 것은 '혁명의 나라'라는 타이틀뿐 아니라, 옛 것에 대한 존중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요소는 연결되어 있다. 오래 된 것이 부정되지 않고, 새 것과 옛 것 사이의 위계가 없는 나라. 쿠바 사람들 모두가 즐기는 음악은 그것을 잘 보여 준다. 어떻게 음악이 혁명의 나라를 특징짓는 유산이 되는지, 음악과 혁명에 이끌려 쿠바로 떠났다는 김희경 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오래 된 쿠바의 매혹에 이끌리다


여행을 다녀온 지 두 달 지났네요. 그런데 막 전생에 갔다온 것처럼 너무 오래 전 일 같아요. 작년 12월 말 회사를 그만뒀거든요. 올해는 인생과 돈을 탕진하는 해(웃음)로 정했기 때문에 1월부터 국내고 해외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그전에도 여행은 워낙에 많이 다녔어요. 여행여락 따라다니기 전에는 혼자만 다니다가 재작년 가을에 제주도 여행을 한번 따라가 봤어요. 여자들끼리 여행가면 어떨까 궁금해서 따라가 봤는데 좋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따라다니고 있어요.


여행갈 때 준비하는 거 귀찮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여행 준비할 때가 제일 설렌다고 하는데, 저는 여행의 전 과정 중에 준비하는 게 제일 싫어요. 예약하고 알아보는 것, 동선 짜는 것도 귀찮아서 혼자 갈 때도 비행기표하고 첫날 호텔 외에는 아무 일정 안 정하고 그냥 가거든요. 그런데 그걸 다 해주니까 편하고, 정반대로 그룹 일정이 있어서 계속 좇아다녀야 되면 힘들잖아요. 여행여락은 그냥 좀 흩어놓는 편이에요. 혼자 가기 뭐해서 꼭 가야되는 곳만 함께 움직이고, 대부분의 일정은 알아서 놀라고 풀어놓아요. 그런 게 저는 좋더라고요.


같이 간 사람들이랑 ‘왜 쿠바를 선택했느냐’ 그런 얘기를 서로 했거든요. 저는 아주 애매한 매혹이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음반을 좋아해서 많이 듣는데, 음악에서 비롯된 매혹이 있었고, 또 하나의 줄기는 체 게바라 때문이에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책도 보고 영화도 봤어요.


혁명을 성공한 나라인데, 되게 특이하다고 느꼈어요. 사회주의혁명을 성공한 나라라고 하면 대체로 좀 느낌이 칙칙하잖아요. 북한도 그렇고 옛날 소련도 그렇고. 뭔가 사람들이 생기도 없고 딱딱하고 이럴 것 같다는 선입견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쿠바는 갔다 온 사람들 사진이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나, 살사, 춤추는 사람들 보면 사회주의혁명에 성공한 나라인데도 울긋불긋하고 노는 나라잖아요. 이게 왜 그럴까, 어떻게 이게 매칭이 되나 궁금했어요. 그래서 가 보고 싶었어요. 또 그전에 우연히 여행잡지 보는데 카리브해의 색깔이 너무 예뻐서,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어요.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에 들어가니 기둥이랑 벽면이 전부 빨개요. 빨간색을 되게 많이 써요. 공항에서부터 다른 나라들이랑은 느낌이 달랐어요. 제가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 있을 때 개발도상국 출장을 많이 다녔는데, 대부분 공항에서부터 칙칙해요. 쿠바도 그렇게 잘 사는 나라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쿠바는 공항 분위기가 제가 가 본 다른 개발도상국하고 되게 달랐어요. 첫날 아바나 시내 구경을 했는데, 그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도시의 색깔이었어요. 도시가 하늘색이며 노란색이며 천연색깔에서 약간 파스텔톤 같은 색깔들로 되어 있고, 차들도 올드카들인데 다 색깔이 울긋불긋해서 정말 예뻤죠.



바라데로 바닷가에서 혁명 영웅의 젊은 시절을 만나다


10월 8일이 체 게바라가 50년 전에 볼리비아에서 체포된 날이고 10월 9일이 서거일이에요. 산타클라라에는 체 게바라 박물관이 있는데, 우리가 산타클라라 갔을 때가 10월 9일 전이었거든요. 기념식 준비한다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안 받더라고요. 그래서 아쉽게도 안에 들어가서 보지 못했어요.


대신 10월 9일에 아바나에 있었는데, 혹시나 하고 아바나 혁명박물관에 갔어요. 거기서 우리로 치면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기념 행사를 하더라고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스페인어를 못 알아들으니까 처음에는 뭔지 몰랐는데, 체 게바라 사진 그려진 판넬을 들고 나와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린 아이들이 뭔가 막 자랑스러운 포즈로 뭐를 외치고, 그 다음에 한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춤을 추고. 젊은 세대, 어린 아이들이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혁명영웅을 기념하고 있더라고요. 여기서는 아직도 대단한 영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쿠바의 전 국가적 영웅은 호세 마르티더라고요. 어딜 가나 호세 마르티 동상과 기념물이 있어요. 체 게바라도 서거 50주년이기도 하고 많이 기념하지만, 그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마치 좌파 아이돌처럼 소비되는 면이 있잖아요. 티셔츠에 그려 넣고. 쿠바 바깥에서는 쿠바혁명의 영웅 하면 체 게바라를 떠올리는데, 오히려 쿠바 사람들은 호세 마르티에 대한 존경심이 커 보였어요. 혁명박물관 앞에도 호세 마르티 흉상이 있고 아이들도 다 거기다 헌화하고 들어가요.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뭔가 공경심을 표하게 하는 태도로 가르쳐요. 어떤 어른이 계속 옆에서 설명해주니까 아이가 스카프를 착 단정하게 하더니 가만히 묵념하고 들어가더라고요.


체 게바라 서거 50주년이라고 고속도로에서 지나가다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영문판 책이 있길래 읽은 지도 한참 되어서 샀어요. 그 책 첫 문장이 ‘이 책은 영웅적 여정에 대한 책이 아니다’ 로 시작해요. 나중에 아이돌처럼 상품화되기까지 하고, 심지어 한국 사람인 나도 이 사람 때문에 궁금해서 쿠바에 올 정도로 세계적인 혁명의 아이콘이 된 사람이 ‘영웅적 여정이 아니다’ 라고 젊은 시절의 자기 여행을 기록한 거죠. 바라데로의 바다에 누워 그 책을 읽었거든요. 자기는 산에서 게릴라 투쟁을 했지만 바다가 좋다고 써 놓은 부분이 있어요. ‘온갖 이야기를 다 듣고도 발설하지 않는 비밀스러운 친구 같아서 바다가 좋다’고. 그의 젊은 시절 출발하는 때의 이야기를 그 사람이 좋다고 하는 바다에 누워서, 이틀 뒤면 서거 50주년이 되는 시기에 읽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네요.


누구나 흥에 겨워 춤추고 함께 어우러지는 곳


트리니다드는 아바나보다 훨씬 컬러풀하고, 구도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요. 트리니다드 도시 중심에, 계단 위에 세워진 ‘까사 델라 무지카’라는 음악의 전당이 있어요. 계단에 사람들이 앉아서 볼 수 있는 야외무대가 조성되어 있어요. 거기서 밤마다 공연을 하는데, 그때 본 공연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관객들이 흥에 겨워 자발적으로 나와 막 앞에서 춤을 추고, 우리는 모히또를 마시며 계단에 앉아서 그걸 보고. 인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어요. 한국에서 살사를 조금 배워서 갔는데, 막상 가서는 리듬이 너무 빨라서 다 막춤이 되죠. 기회가 되면 여기저기 안 돌아다니고 그냥 트리니다드에만 살아 보면서 춤 배우고 까사 델라 무지카 앞에서 매일 공연하는 것 보고 지내고 싶어요.


사람들이 어딜 가나 춤을 춰요. 쿠바는 음주가무 좋아하는 사람한테 천국이에요. 저도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편인데, 술 진짜 많이 마셨어요. 모히또와 헤밍웨이가 맨날 마셨다는 다이끼리를 마셨어요. 아바나의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바도 가 봤죠. 술이 진짜 맛있고, 음악이 어디에나 있고. 지방에서도 그냥 길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많이 불러요.


그런데 노래 부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년 이상이에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갔을 때도, 노인들이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는 그게 진짜 되게 좋았어요. 90이 넘은 노인이 계셨는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원 멤버셨대요. 다른 가수 분들도 다 기본적으로 50은 넘어 보여요. 길에서나 식당에서나 가수들이 대부분 다 나이든 사람들이에요.


우리 가이드가 루시라는 되게 젊은 친구였는데, 젊은 사람들도 그런 음악을 듣는다고 그래요. 우리처럼 노인들은 트로트, 젊은 세대는 팝 이렇게 딱 단절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클럽 공연에서도 그런 점이 좋았어요. 한 50대부터 90대까지의 가수 분들이 돌아가면서 부르는데,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없이 그냥 쭉 이어져요. 그리고 같이 춤추면서 분위기 돋우는 사람들은 젊은 남녀들이었는데, 그 친구들도 노래 부르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딜 가나 그런 라이브 뮤직을 듣다가 바라데로의 리조트에 가서 처음으로 라디오나 녹음된 음악이 나오는 걸 들었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쿠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흥이 넘치는 것 같아요. 식당에서 라이브로 부르는 사람들도,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하다가 기분이 좋으면 지나가는 행인들 불러다가 한 바퀴 돌리고 보내고. 식당 직원들도 서빙하면서 흔들흔들하고, 주문하고 대기하는 손님들도 서 있을 때 가만히 안 있어요. 계속 흔들흔들해요. 나중에는 아바나를 걸어가는데 도시가 정말 출렁출렁하는 것 같았어요.




밝고 리듬으로 출렁이는 혁명의 나라


우리 젊은 가이드 루시가 자기네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그 또래가 그렇게 한다면 왕따 당할 것 같은데. 꼭 가이드라는 직업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 나라가 바티스타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고 혁명을 일으킨 뒤에 미국의 봉쇄에 맞서서 어떻게 싸웠는가. 그리고 무상의료에 대해서 바깥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그래도 이제는 돈이 없어서 치료 못 받아서 죽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어요. 젊은 사람들 중에 여기를 떠나고 싶은 사람도 많다고 하던데 여기서 사는 게 좋냐고 루시한테 물어봤을 때도, 자기는 자기 나라가 자랑스럽대요. 그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쿠바의 수도 아바나가 사방이 공사 중이에요. 공사 가림막 보면 다 호텔이랑 쇼핑몰들이더라고요. 미국하고 국교 수교했으니까, 이제 미국 자본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면 망가지는 것이 걱정이죠. 물론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모든 것을 국유화하니까 문제가 있어요. 도로나 기반 시설들도 나빠요. 그런 것을 보면 ‘국가는 도대체 뭘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가이드 루시에게서 ‘미국의 봉쇄가 없었으면 우리도 내부의 발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안 된다’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죠.


그런가 하면 쿠바는 옛날 것에 대한 다 보존을 해놓고 있어요. 예를 들어 산타클라라를 가보면 바티스타 정권 막바지에 체 게바라와 혁명군 들어올 때 도시 시가지에 교전이 있었는데, 그때 호텔에 난 총탄자국 같은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걸 설명도 다 해 주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5·18 당시 전남도청의 총탄자국 이런 것을 보존은커녕 다 없애 버렸잖아요. 쿠바는 역사가 거리마다 그대로 살아 있는 나라였어요.


처음에 이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나라에 대한 호기심 한 줄기와, 음악이 살아있는 나라에 대한 동경이 있었죠. 이것도 편견일 수 있지만 ‘딱딱하고 획일화된 시스템에서 예술이 어떻게 이렇게 계속 살아남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다녀와 보니 그것이 기묘하게 조합돼서 서로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어요.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람이 자기 의료시스템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설명을 갑자기 한다거나. 우리 가이드 루시는 8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대요. 정말 몸에 배어 있는 리듬이 막 나오는 거에요.


혁명과 음악, 이질적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서, ‘우리, 가난하고 별로 가진 건 없지만 그럼 좀 어때? 즐겁게 사는데’ 하는 사람들의 나라. 그런 느낌으로 쿠바는 저에게 남아 있어요.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나라들은 대부분 자본주의에 포위돼서 가난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 나라들을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쿠바는 아마도 제일 밝고 리듬으로 출렁거리는 나라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느린 리듬이 주는 약간의 기분 좋게 늘어지는 느낌. 한국에 돌아와서도 약간 좀 느슨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게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쿠바에서 만났던 몇몇 장면들이 떠오르곤 해요.





여행여락의 쿠바여행 프로그램 보기

https://m.blog.naver.com/localtravel/22115462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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