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기회, 실력, 영향력에 대하여
아주 오래 전부터 ‘실력의 축적’을 통해 원하는 바에 다가가고 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오랜 기간 내 생각에 변함이 없어서 그럴까? 이 공식이 디지털 시대에도 가장 좋은 솔루션으로 통용될까 하는 의문을 가진지 제법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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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장난감을 소개해주고 리뷰하는 컨텐츠를 통해 컨텐츠 제작자는 월 수십억을 벌어들이고, 연예인이 한 번 들고 나온 화장품이 화제가 되어 수십만개 넘게 판매되는 세상. 차근차근 열심히 쌓아서 끝내 어떤 경지에 이르는게 아니라 좁게는 국내에서, 넓게는 글로벌로 순식간에 컨텐츠가 파급될 수 있는 세상. 과거에는 매스 미디어가 아니었다면 크게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면 그 기회가 디지털로 인해 다변화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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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에서 내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생각과 원칙을 계속 가져가는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지 않는건 아니다. 세상 제일 재미 없는 글이나 쓰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진지하기만 한 컨텐츠나 생산하고, 당장 효과도 없는 본질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이처럼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컨텐츠 생산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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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이라는 잘 변하지 않고 티도 안나는 분야에 주로 글을 쓰다 보니, 시류와 트렌드가 잘 담길 수 없고, 점수 몇점을 몇주 안에 올려준다는 자극적인 타이틀도 붙이기가 어렵다. 사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본질의 변화에서 일어나는건데, 사람들은 늘 즉각적이고 티가 나는 변화를 바란다. 변화를 바란다기 보다는,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바란달까. 며칠 지나면 사그러 드는 그런 변화여도 당장 뭔가 효과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바란다. 나름 세워 놓은 원칙으로 그런 컨텐츠를 만들수는 없기에, 이는 나에게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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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세상을 반영해서 어떻게 비유하면 좋을지 생각을 해 보니, 어떤 사람이나 컨텐츠가 세상의 주목을 받아 널리 영향력을 가지는건 땔감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일과 거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해,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스파크: 컨텐츠나 사람이 유명해지는 결정적 계기
불꽃: 영향력
땔감: 실력과 기존 다져온 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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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는 그 컨텐츠나 사람이 알려지는 '계기'다.
과거에는 누구나 부싯돌 혹은 마찰을 일으켜서 불을 피워야 했듯, 과거에는 사람 또는 컨텐츠가 알려지는 경로가 단순했고 소수가 장악하고 있었으며 파급의 속도가 느렸다.
그런데 이제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은 패러다임과 그 패러다임이 만든 디지털 플랫폼에서 전보다 다양하고, 누구나 불꽃을 튀길 수 있으며, 그 파급 속도와 범위마저 훨씬 넓어졌다. 과거에는 알려지는 계기가 신문과 TV 위주였다면, 이제는 디지털 채널, 인플루언서의 채널에 등장하면 그 파급력이 상당해졌다. 디지털 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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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그로 인해 가지게 되는 영향력이다.
불꽃은 크고 화려하게 타오르기도 하고, 아주 작게 타오를수도 있다. 불꽃의 크기는 영향력의 크기이며, 불꽃의 지속 시간은 영향력의 지속 시간이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과거보다 불꽃을 단번에 크게 피우는 일이 쉬워졌지만, 불꽃을 오래 유지하는 일은 전보다 힘들었다. 과거 80년대 가요 1위를 반년 넘게 한 곡이 했던 일이 당연했다면, 90년대엔 두달 넘게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고, 이제는 하루에도 1위 자리가 여러번 뒤바뀐다. 즉, 디지털 시대에서는 불꽃의 사이즈는 커졌지만 불꽃의 지속 시간은 전보다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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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은 실력과 기존까지 다져온 평판이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 말을 하고 싶어서다. 내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평판과 컨텐츠는 사실 '땔감'이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어도 실력을 쌓는일이 중요하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땔감이 없으면 어쩌다 불이 붙어도 금방 꺼져 버리지만 땔감이 충분하면 크고 오랜 불꽃을 피울 수 있듯, 실력을 쌓아놓는 건 언제 붙을지는 모르지만 불이 붙었을 때 길고 크고 오래 타오르게 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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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내어놓는 결과물은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만들어 준다. 함께 해왔던 사람들의 평가. 그로 인해 내가 얻는 평판도 '땔감'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후기, 주변 사람에게 추천해줄만큼 괜찮은 컨텐츠란 믿음, 그리고 내가 또 다른 컨텐츠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어 놓을 때 주저 없이 선택해 주는 일도 땔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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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질에 유독 주목하고 때로 집착하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 한다.
사상 누각을 짓는 일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내가 스파크를 내는 일이 찾아왔을 때 내가 준비해 왔던 땔감이 단단하고 그 양이 많지 않다면 내게 환희의 시간은 정말이지 짤막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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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우직하게 땔감만 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최근부터 해서, 나에게 강력한 스파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분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그런 활동을 하기 시작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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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언젠가 내가 불꽃으로 타오르게 된다면, 강력한 스파크를 만들어 준 그 누군가 덕분이겠지.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크고 오래 타오를 수 있게 된다면 그건 내 노력뿐만이 아닌 지금껏 내가 만들어 내는 컨텐츠를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구매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신 분들 덕분임을 절대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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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처럼,
내가 타오르게 되는 계기는 '순간'으로 다가올테지만,
그 크고 오래 가는 불꽃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의 사랑과 응원은 지속적으로 곁에 있어 주셨기에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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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달라져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마음 아래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감사합니다.
아직 보잘것 없는 저를 벌써부터 알아주시고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바로 여러분들이 있기에 제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나중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지금부터 저를 응원해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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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짜고 있다.
저서로는 행동의 완결,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I 가 있다.
온라인 서점 구매 링크
알라딘: https://goo.gl/daJdGV
교보문고: https://goo.gl/ZpST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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