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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Feb 14. 2022

여기가 서울? 01

서울 방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기껏 했야 서울에 사는 지인을 보러 가끔 가는 정도니 그럴 법도 하다.


가끔 들리던 서울역에 도착하면 지인이 자차로 나를 태우고 숙소로 이동한다.

지인은 드라이브도 할 겸 조금은 돌아가서 가기도 했는데 그렇게 보게 된 게 안국역 주변이었다.

사실 양산 촌놈이 뭐든 안 멋져 보일까 싶다.


이번엔 생각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던 터라 안국역 주변을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면 금방이지만 주변 경관이 보고 싶기도 해서 시청을 경유해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서울역에서 내려 목적지로 향하려는 순간 제일 놀란 건 역시 노숙인이었다.

물론 부산에 살 때도 부산역 주변의 노숙인을 몇 번 봐 왔는데, 왜 그리 놀랐는지는 모르겠다.

걸어가는 동안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사람 사는 곳은 죄다 비슷비슷하구나.' 정도?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는 모습이나,

브리프 백을 쥐고 각자 길을 걸어가는 모습들은 익숙하면서 뭔가 두근거렸다.

어쩌면 그들과 나의 복장 차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흥얼거리며 서울시청에 다다랐을 때 옆에 덕수궁이 보였다.

덕수궁 돌담길... 말로만 들었던 곳이다.

순간 여길 들렀다 갈까 생각하다 쏟아져 나오는 커플(?) 들을 보며 이내 포기한다.


그렇게 도착한 안국역...

역시나 멋지다.

특히나 갤러리들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쇼윈도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어 넣고는 하나하나 다 훑어보았다.

오길 잘했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부산, 특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양산에선 볼 수 없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렇게 즐거워하며 올라간 안국역 주변길은 가면 갈수록 '임대'란 글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츰 줄어드는 사람들...

빈 가게를 볼 때마다 안타깝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코로나의 여파를 견디긴 어려웠으리라...

관광객을 상대하는 매장은 임대료도 제법 비싸다.

그런 임대료와 반대로 줄어드는 관광객은 자신의 생업을 위협했을 것이다.

잠시 이쁜 매장 앞에서 서서 임대라는 글자 뒤에 빈 공간을 쳐다봤다.

잘 꾸며놓으면 이쁠듯한 매장이, 먼지와 낙엽으로 바닥이 어지럽혀져 있는 게 안타까웠다.


그렇게 걸어가는 동안 어느새 북촌마을에 닿았다.

아... 이렇게 가까웠구나..

조금은 신기했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곳을 내가 걸 아다니고 있다는 게...

북촌마을에서 내려다본 안국역 주변의 가게는 하나하나 작은 불빛을 발하며, 

각자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불빛이 약간은 애처롭게 보인 건 앞에 본 임대라는 글자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둘러보고 내려왔을 때 나는 공예박물관 쪽에 서 있었다.


곧 지인이 퇴근한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그와 얘기를 나눌 때 자랑하 듯 말하는 내가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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