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2025년을 되돌아보니 “어떻게 버텼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격변의 한 해였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사 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 자체가 힘든 건 사실 괜찮았는데, 문제는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다. 매일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휴가를 자주 쓰기도 했다.
이런 상태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도 궁금했다.
컬리x네이버 콜라보 관련 업무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회의가 엄청 많아지고 대화 채널도 많아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팀에서 새로 오픈하는 서비스를 위한 디자인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화면 디자인까지 다 내가 해야 했고, 개발자들은 그동안 컬리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PoC 뿐만 아니라 인프라 쪽과도 씨름해야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원하는 기간 내에 착착 진행됐다. 어떻게 보면 나랑 팀원들 모두 능력치가 폭발한 시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동시에 병행하면서 쉬지 않고 달렸다는 거다.
당연히 번아웃이 왔다. 팀원들 모두 지쳐가는 게 눈에 보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반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 속도로 계속 가면 우리 다 쓰러지겠는데…”
3분기는 진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업무적으로는 빠르게 완성도 있는 제품도 오픈해야 하고, 출장도 계속 가야 하는데 인원 보충은 없었다. 4명이서 큰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리고 이직을 위해 계속 면접을 봤는데 최종 합격을 못하고 있었다. 서류는 통과하는데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면접에서 질문 포인트를 중간에 놓쳐서 엉뚱한 대답을 많이 한 경우도 있었고, 컬처핏에서 주로 떨어졌는데 “내가 뭐가 문제지? “라는 고민이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개인사에서 제일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운동도 하고 취미도 만들 겸 해서 성인발레를 시작했는데, 적응할 때쯤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하고 회복하던 와중에… 오빠가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아직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행복주택이 당첨되어서 이사도 해야 했다. 발목은 아직 회복 중이고,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짐을 싸고 이사를 해야 했다.
격변의 3분기였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힘든 3분기를 보내고 나니 휴가도 얼마 안 남았고, 이직 준비도 더 이상 할 기력이 없었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볼까” 생각하던 찰나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쁘긴 한데 복잡했다. 회사에서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잘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 현재진행형인 프로젝트 생각에 계속 다닐까 고민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 팀원들 모두 퇴사 준비를 하고 있었더라. 서로 눈치를 보면서도 각자 알아서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웃프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에서는 뒤늦게 아쉬워했는데, 솔직히 너무 늦었다. 타이밍이 안 맞은 것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디톡스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성공적으로 안정적이게 빠지고 있어서 건강도 좋아지고 있어서 뭔가 잘 풀리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2월, 주식회사 혜움의 급여 BPO 팀으로 이직했다. 인수인계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바로 일을 시작했다. 여기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라 차차 정비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회사 메인 서비스를 맡은 것이어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오래간만에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잘 아는 도메인이기도 하면서 새로운 도메인이고, 새로운 팀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이번엔 좀 더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2025년은 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많이 넘어선 한 해였다.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3분기는 진짜 어떻게 버텨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살아남아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2026년은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집안도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