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년퇴직이 있어야 하는가 — 체력이 예고 없이 던진 질문
1. 아득한 에너지의 격차, 고등학교 교실이라는 전쟁터
아침마다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하며 나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려 애쓴다. 14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로서, 그리고 수만 명의 제자를 길러낸 교육자로서 나의 자부심은 꼿꼿한 허리에 있었다. 마음은 늘 20대 청춘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새로운 타로 배열법을 익힐 때의 설렘,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문장을 고를 때의 그 짜릿한 전율은 내가 여전히 생의 한복판에서 뜨겁게 달리고 있음을 증명하는 증표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교정으로 다시 발을 들인 순간, 나는 '물리적 시간'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초등학교의 아기자기함과는 결이 다른, 고등학생들의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에너지가 감도는 교실. 그곳은 침묵조차 무거운 압력으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180cm가 훌쩍 넘는 거구의 아이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거친 숨소리, 그리고 입시라는 날 선 칼날 위를 걷는 아이들의 예민한 눈빛들. 그 틈바구니에서 분필을 잡은 나의 손등 위로 흐르는 검버섯과 굵어진 마디는 유독 초라하고 도드라져 보였다.
마음은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고 싶지만, 복도를 한 번 왕복할 때마다 폐부 깊숙이 차오르는 숨 가쁨은 숨길 수가 없다. 아이들은 찰나의 쉬는 시간에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나는 그 에너지를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깎여 나가는 기분을 느낀다. 세월은 마음이 아니라 육체에 새겨지는 것임을, 나는 이 나이에 고등학교 교실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처절하게 배우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나이 듦'이 아니라, 내가 가진 생명력이 저 아이들의 푸른 기운에 압도당하는 냉혹한 생물학적 현실이었다.
2. 4교시의 함정--- 정신력이 육체를 배반할 때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하루에 수업 4교시면 할만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고등학교 수업의 50분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입시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아이들과 벌이는 치열한 기 싸움이자, 나의 영혼에서 에너지를 한 방울씩 짜내어 전이시키는 과정이다. 판서를 위해 칠판 높이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어깨 끝에 걸리는 둔탁한 통증,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뇌세포를 풀가동할 때 몰려오는 현기증... 4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면, 나의 모든 세포는 수분을 다 짜낸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다.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작가도, 유튜버도, 타로 상담가도 아니다. 그저 지구의 중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집으로 향하는 지친 영혼일 뿐이다. 퇴직 후 내가 꿈꿨던 삶은 화려했다.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따뜻한 글귀를 건네는 블로거, 세상의 고민을 타로로 풀어주는 상담가, 그리고 15번째 책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집필가로서의 삶.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방을 내려놓을 힘조차 없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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