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거야

"이봐, 색시!" "네, 어르신." "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

이봐! 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거야

오늘은 요양원이 평소보다 활기찹니다. 복도마다 웃음소리가 넘치고, 알록달록한 한복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설날이니까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에 어르신들의 얼굴도 밝아졌습니다.

"이봐, 색시!" "네, 어르신." "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 정신이 하나도 없어." "어르신, 방금 누구 왔다 갔는지 생각해 보세요." (어르신의 자식들이 10여 분 다녀가신 후였습니다) "몰라, 누가 왔어?" "어르신 생각 안 나세요? 오늘이 설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셔요." "그렇구나. 그럼 우리 떡국 먹는 거야?" "네, 어르신 떡국 드시게요."

금방 다녀간 자녀들이 생각이 안 나시나 봅니다. 그런데 저의 눈에는 오히려 어르신의 표정이 환했습니다. 마치 매일이 새로운 날인 것처럼, 모든 순간이 선물인 것처럼 살아가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잊어버린다는 것은 때로는 우리에게 보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의 눈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으니까요. '떡국을 먹는다고?' 하는 반짝이는 눈빛에서 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도 많은 것을 잊으며 살아갑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밀쳤던 순간, 직장에서 상사가 던진 날카로운 말, 친구와의 작은 다툼... 이런 것들을 모두 기억한다면 우리의 아침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전날 겪었던 수많은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고 100% 남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에게 찬란한 아침이란 없을 것입니다. 망각은 때때로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물합니다.

반짝이는 햇살처럼 어르신의 미소가 요양원을 밝게 비춥니다. "떡국 먹는 거야?" 그 한마디에 담긴 기대와 설렘. 어쩌면 행복이란 이런 작은 순간에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단지 노인은 우리가 막 엄마에게서 태어났을 때처럼 모든 부분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어르신들의 까다로운 요구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도움을 줘야 하는 상대가 어제까지도 의지하던 엄마이고 아빠였는데,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어서 그것도 사춘기를 겸한 어린아이가 되어 버리니 우리 모두는 힘들고 힘든 것입니다.

하지만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어르신들을 만나고 가시는 가족들의 표정에는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함께 웃고 추억을 나누며 서서히 밝아지는 얼굴들.

"어머니, 이거 새 옷이에요? 정말 예쁘시네요." "아버지, 저 기억나세요? 큰아들 영호예요."

가족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어르신들의 눈이 반짝입니다. 비록 잠시 후 그 대화를 잊으실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가족의 손을 꼭 잡고, 옛 추억을 나누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서 '여기 와서 뭐하는 거야?'라고 묻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마다 누군가 다정하게 알려주고, 함께해 준다면 우리의 세상은 얼마나 따뜻할까요?

오늘 요양원에서 본 설날은 특별했습니다. 비록 기억은 흩어져 가지만, 감정은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따뜻한 손길, 반가운 목소리, 사랑이 담긴 시선... 이런 것들이 모여 행복한 하루를 만들었습니다.

다녀간 모든 분들의 가슴에 노인과 행복했던 기억만 남아 있기를, 나머지는 모두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를 기도하면서 맛있는 떡국을 기다립니다.

어르신, 오늘 떡국은 특별히 맛있을 거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다리는 아픔 / 조용필

고독한 이 가슴에 외로움을 심어주고
초라한 내 모습에 멍울을 지게 했다
함께한 시간보다 더 많이 가슴을 태웠고
사랑한 날보다도 더 많이 아파했다

아픔속에 지워야 할 사랑이면
고개숙인 향기마저 데려가지
눈을 떠도 감고 있는 내 그림자
그대에게 가고 있는데

날 위해 힘들다 말해줘
내가 기다릴 수 있게 해줄래
돌아와 베어진 가슴에 눈물이 마를 수 있게

아픔속에 지워야 할 사랑이면
고개숙인 향기마저 데려가지
눈을 떠도 감고 있는 내 그림자
그대에게 가고 있는데

날 위해 힘들다 말해줘
내가 기다릴 수 있게 해줄래
돌아와 베어진 가슴에 눈물이 마를 수 있게
눈물이 마를 수 있게

이전 06화어르신 허리를 펴시고 오른발을 앞으로 내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