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시즌2 4화 후기

오히려 분위기는 말보단 흐름과 함께.

by 엠버 테트라

많은 걸 말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과 서로의 침묵이 만드는 그 분위기의 흐름. 많은 것들은 그저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하나하나의 장면이라고 느끼며 기억하지는 않는다. 어렴풋이 맞춰지는 미묘한 조각들을 우리 스스로 하나하나 각색한다. 현재였던 것들도 기록이 되는 현재, 바로 지금조차 과거의 것들이기에 그 각색은 빛을 발한다. 그 미묘한 조각이 단순한 긍정적인 감정이 되어 각색은 우리를 짜릿하게 만든다. 그녀가 손을 잡은 후 생긴 찰나의 침묵과 그녀의 그윽한 눈빛은 서로가 모여 이상한 감정을 만든다.


그때는 어느 여름 날 밤이었다. 어린 아이인 노아에겐 작은 일탈을, 선자와 한수, 경희와 창호에겐 꿈과 같은 날이었다. 이들은 같은 시간, 불과 몇리 속에서 각각 다른 감정을 느낀다. 노아는 어머니께 밤중에 밖에 나간 일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친구와 함께 듬성듬성 보이는 반딧불이의 불을 보며 좋아한다. 선자와 한수는 좋아하는 이와 같이 있으며 밤이 깊어질수록, 과거와는 다른 감정, 서로와는 같은 감정을 느낀다. 경희와 창호는 서먹한 느낌에서 미묘한 갈등이 생긴다. 이렇게 같은 시간일지라도 서로는 다른 공간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런 달콤했던 각각의 사건 속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그 고요함을 깬다.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노아는 그 경적이 울리는 방향으로 달려간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서로의 감정은 뿔뿔이 흩어졌다. 대신 공통된 사건 속 각각의 다른 대처가 또 다른 갈등을 만든다. 한수는 자신의 재산을 몰래 훔쳐간 이를 두들겨 팬다. 이 상황을 노아가 보게 된다. 이 사건과 동시에 선자와 선자의 어머니 간의 대화가 이어진다. 선자와 선자의 어머니와의 대화는 이 사건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 사람이 맞제? 아 아부지...... 선자야 니 알제. 아가 절대 알면 안 된데이"

"... 안다."


이후 선자의 엄마는 선자를 씻긴다.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내린 뒤 손을 씻은 것처럼, 선자의 어머니는 그 죄책감을 씻기는 방법을 택했다. 그 죄는 한수의 폭력으로 더욱 깊어진다. 한수는 고작 닭 몇 마리 때문에 한 이를 사정없이 팬다. 주먹으로 얼굴 한 대, 다리로 복부 한 대, 상체에 올라 타 무차별하게 얼굴 여러 대. 선자의 죄는 주관적이지만, 이로써 객관적이게 보인다. 그저 자신의 신념, 한수를 사랑하는 것이 죽은 자신의 남편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드디어, 한수의 폭력으로 객관적으로 드러난다. 한수를 사랑하는 것은 지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그의 가족인 모두를 파멸로 만들 수 있는 씨앗이 된다.


1989년, 노년의 선자는 이를 그의 손자 솔로몬에게 말하고 있다.

"니가 누군지는 잊지 말래이"

한수와의 첫 만남이 선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지만, 그 후 또 다른 만남으로 그의 아들 노아도 선자를 버렸다. 노년의 선자 곁엔 노아가 없다. 하지만 그것만은 확실하다. 선자의 신념은 아직도 올곧다는 것을. 선자는 한수와의 첫 만남부터, 재회까지 한 번도 자신의 신념을 어기지 않았다. 노년의 선자가 이를 증명하는 듯 보인다. 사랑이란 마음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올곧게 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노년의 선자는 다시 이를 증명한다. 우연히 마주쳤던 가토라는 이와 친구가 되어 전화번호도 알게 됐다. 그와의 전화에서 손자 솔로몬의 여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 지금 도쿄예요. 손자 보러 왔어요. 걱정돼서요. 근데 데이트 하고 있었어요."

"여자친구인가요? 손자 여자친구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일본인이에요"

"그렇군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

"우린 이제 젊진 않죠. 다만 저는 이 세상에 있을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뭘 볼지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요. 우리한테 그 정도 권리는 있잖아요?"


한편, 경희와 창호의 갈등은 마지막 장면으로 해소된다. 몇 달 동안 몇 날 며칠을 일해가며 수확했던 곡식이 한 순간에 불 타 없어졌다. 경희는 이내 좌절하며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창호는 경희를 따라 간다. 왜 따라오냐는 경희의 말과 대답하는 창호, 둘은 대화를 나눈다. 이내 조용해진다. 그윽한 눈빛만이 그 분위기를 알려준다. 이번 화의 갈등이 이 미묘한 사랑으로 해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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