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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사랑에 대하여(3)

이별하는 중입니다.

by 천둥벌거숭숭이

누구나가 사랑을 한다.

사람에게, 사물에게, 혹은 무형의 지물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주기도 한다.

내 주변에는 사랑이 많은 이가 있다.

쉽게 애정을 쏟고, 쉬이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친구의 연애소식은 언제나 나의 귀를 트이게 만들고 눈을 맑게 한다.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웠고, 애달프고, 안타까웠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지냈던 친구사이는, 어느새 가족보다 끈끈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연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누구보다 진지하게 듣고, 평가하고, 나의 생각을 아낌없이 털어내었다. 그녀에게 보다 좋은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욕심을 언제나 아끼지 않았다.


흔히 얘기하는 결혼 적령기라는 시기가 있다.

오래 만나 결혼하면 보다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인연이란 마음처럼 쉬이 나타나지 않고, 좋은 사람이라고 다 자신에게 맞는 사람은 아니다.

친구의 이상형은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여백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자신 또한 상대방에게 기꺼이 여백을 채워주는 사람임을 확신하기에 나 또한 그런 사람이길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그녀의 연인은 그녀에게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연애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지금을 함께하는 관계다.

다른 사람이 볼 때 친구를 더없이 사랑해 주는 것이 보인다며 부럽다는 말을 듣는다는 커플의 모습을 언젠가 꼭 보기를 고대했다.


자신은 헐렁하게 살지만, 친구의 연인을 볼 때는 항상 도끼눈을 뜨고 보는 나에게 자신의 연인을 보여주는 일은 친구에게도 특별한 일이다. 대충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한참 보아도 뻘쭘하지 않게 1박 2일의 코스를 짜버렸다. 심지어 소개팅과 함께하는 연인 보여주기 1박 2일은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잊지 못할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완전히 망해버린 소개팅과는 별개로, 내가 바라본 친구의 연인은 나의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이었다.

친구를 많이 챙겨준다는 사람의 행동에서 그 사람의 고집과 집착이 보였고, 연인의 친구로 함께하는 나에게도 불친절한 모습에 그 사람의 평소 모습이 어떨까,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모습들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낯을 많이 가리고, 자신만의 철칙이 뚜렷해 사회생활이 원만하지는 않다는 말이 그대로 보이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에게는 괴로웠던 1박 2일의 성토는 한 달이나 지난 후에 친구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분노는 서운함으로, 서운함이 다시 미움으로, 그리고 덤덤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약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시작한 평가는 어느새 분노로 치환되었고, 친구는 당분간 나에게 연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정도로 내가 극렬하게 싫어했다.

내 사람이 별로인 사람을 만나는데 화가 안 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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