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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같은 머릿속의 한 조각

선과 악. 선택의 기로에서 마음이 기우는 곳

by 천둥벌거숭숭이

아주 읽기 힘든 책을 다 읽었다.

바로 살로소돔의 120일.

[소돔의 120일]은 권력자, 위정자 4명의 본능을 소돔이란 지역에서 120일간 표출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드. 사디스트의 어원이 되는 주인공이 쓴 글이라 호기심이 동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주안점이 되는 것이 바로 호기심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얼마나 대단한 필력이길래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을까.

1975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매우 궁금하긴 하지만, 책이 원작이니까 더 대단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쉽게 책을 구해서 좋았다.

하지만 좋은 것은 그 순간뿐이었다.

채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내용에 압사되고 있었다.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내가 감당 못할 이야기들이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었다.


한 권의 책을 2주 동안 읽은 것이 언제였을까.

지저분하고 잔혹하면서 괴랄한 내용에 압사되었지만, 책의 반절이 넘어가면서부터 글보다는 그 안에 담긴 내용에 심취하게 되었다.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

성악설, 성선설, 성무선악설.

태어나면서부터 선한가. 악한가. 혹은 오로지 욕구에 대한 욕망만 존재하는가.

긴 시간 오랜 토론이 있었지만, 정확한 정설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래도록 성악설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오로지 본능만 가능한 존재라면, 자기 자신만을 위해 행하는 행동이 무조건 선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면, 누군가는 입에 먹을 것을 넣어 준다.

곁에 있는 사람이 샤워 중이건, 밥을 먹는 중이건. 혹은 넘어져서 아픈 상태에서도 열심히 우는 아이에게 밥을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에게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선과 악이 존재하는가.

본능에 충실한 것. 그것이 선과 악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순수악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소돔의 위정자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우리 모두는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 해하는 것. 거짓말하는 것.

그 악의 선을 넘지 않는 이유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게 있을 테지만, 본질적으로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고,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 혹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악보다는 선에 가까운 선택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대의를 위한 소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 사람들을 여유롭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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