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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영화 여행기
by 포카텔로 Mar 19. 2017

원스, 첫 번째

Grafton street & Stephan green, Dublin

음악과 영상, 그리움이 만났을 때


그라프튼 스트리트, 스티븐스 그린, 더블린 그리고 아일랜드。


지난 토요일, 2년 만에 더블린 패밀리들과 만났다. 2013년에 더블린에 머물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건 아니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어제 만났던 친구를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아일랜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블린을 떠올렸다. 항상 걷던 그 길, 그 가로등, 항상 그 자리에 있던 버스커들... 아일랜드를 떠난 지 3년이 훌쩍 넘었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침대에 눕자마자 ‘원스(Once)'를 켰다. 최근에 JTBC에서 방영된 '비긴 어게인'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그때는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된 길, Grafton Street.(사진=포카텔로)

영화의 첫 장면은 그라프튼 스트리트에서 시작된다. 내가 이야기 나눠봤던 버스커들은 대부분 투잡을 뛰고 있었다. 우리나라나 아일랜드나 직장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가수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길을 메우고 거리공연을 펼쳐나갔다. 주인공 남자 역시 근근이 삶을 이어가며 공연을 하고 있다. 몇 시간을 서서 노래 불러도 고작 몇 푼의 돈밖에 모이지 않는데 그것을 뺏어 달아나니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주인공. 그나마 외모가 빼어나거나 노래 실력이 좋다면 팬을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자신의 공연 앞에 사람 하나 없을 때가 허다한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내가 살던 셰어하우스는 세인트 패트릭 성당 근처의 코크 스트리트로 어학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영화에 나온 스티븐스 그린을 지나곤 했다. 아침이면 분주하게 움직이는 환경 미화원들과 신문배달부, 출근을 하는 회사원, 학생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쇼핑을 즐기고 술을 마시러 가곤 한다. 


남들이 휴식을 취하는 그 시간에 버스커들은 공연을 준비한다. 작품에서 글렌 한사드가 맡은 ‘남자’ 역시 이 곳을 무대로 공연하는 버스커이다. 그래도 그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이미 자리 잡은 이름 있는 버스커들이 주변에서 공연한다면 자신이 공연할 자리도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영화 속 스티븐스 그린의 모습


스티븐스 그린은 남쪽으로는 포토벨로 지역으로 연결되고 북쪽으로는 시내의 중심인 컬리지 그린과 오코널 스트리트 쪽으로 이어진다. 두 번의 공연 중 하나는 길이 끝나는 스테판(스티븐스) 그린 근처에서, 소녀와 남자가 만나는 저녁 버스킹은 몰리 말론(Molly Malone) 동상이 있는 초입에서 찍었다. 얼마 전 TV에 나왔던 비긴 어게인 팀의 공연도 이 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촬영된 듯했다. 여느 거리와 다를 것이 없지만 버스커들의 음악과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특별함을 주는 곳이다.


거리 공연은 더블린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 중 하나다.(사진=네이버영화)

그가 불렀던 노래 중에 버스킹을 했을 때 나왔던 'Say it to me now'를 좋아한다. 잔잔하면서 슬픈 'Falling Slowly'는 영화의 대표곡이면서 아일랜드를 잘 드러내는 노래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 땐 가슴속에 처연함이 느껴질 정도로 슬펐다. 반면에 'Say it to me now'는 울분을 내지르는 듯한 그의 창법처럼 깊이 와 닿는 무엇이 있었다. 


겨울의 더블린을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은 조금은 음울하고 바닥으로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에 한 서린 목소리를 더해 이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을 자아낸다. 아이리쉬의 음악에서는 흥과 한으로 대표되는 우리 음악의 정서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척박한 환경과 슬픈 과거를 딛고 일어선 그들의 역사는 선율 속에 그대로 담겨있고 글렌 한사드가 소리쳤던 외침 속에서도 녹아 있었다. 기네스만큼 묵직하고 아이리쉬 위스키처럼 흩뜨러짐이 없는 맛이 그들의 음악이 아닐까 싶다. 



스티븐스 그린 공원엔 일상, 여유가 함께 하고 있다.(사진=포카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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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음악, 영화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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