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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카텔로 May 09. 2019

당신도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 거야

브런치 무비 패스 - 영화 '논픽션'

전주 국제영화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오늘, 브런치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나온다는 소식에 바로 신청했는데 다행히 당첨이 됐다. 표를 받고 나니 구석자리였다. 오히려 한적하게 보기 좋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만족스러웠다. 정확히 말하면 오랜만에 괜찮은 작품을 만난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감독은 배우의 입을 빌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 관객들이 생각했으면 하는 주제를 계속 던진다. 주제들은 책, 출판, 인터넷, 글, 문학 그리고 사랑 등이 있었다. 낯익지 않은가? 브런치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브런치 작가들이 가장 많이 연관된 것들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연기와 눈빛, 배우 크리스타 터렛(오른쪽)의 연기에 흠뻑 빠졌다 / 이하 영화 '논픽션' 스틸컷


1. 책은 사라질까?


출판사 편집장인 알랭은 숨겨둔 애인 로르와 책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인터넷과 전자책 분야 담당자인 로르는 "비평의 시대는 갔어. 사람들에게 제한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지. 결국 책 판매는 인터넷에 의해 좌지우지돼"라며 종이책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알랭은 그러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종이책의 시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여긴다.


종이책의 생존은 출판뿐만 아니라 언론, 종이신문과도 연결된 문제다. 최근엔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이 뜨면서 TV도 사라질 거라고 말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환경보호 측면에서 종이책이 사라지는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책, 그리고 문학이 어떤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인지 고민한다.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언급됐듯이 종이책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로서의 책이 유지되는 한 종이책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음악을 듣는 장치가 바뀌었을 뿐 음악이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삶에 녹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영광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어느 하나 확실하지 않다.


맞바람을 피고 있는 셀리나-알랭 부부


2. 인터넷 글에 대한 생각


영화에서 책만큼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인터넷이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무료지만 인터넷을 쓰는 데는 비용이 든다", "평론가의 말보다 블로거 글이 더 인기 있는 시대다", "책에는 원고료를 주지만 인터넷 글에는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 등등 공감되는 말들이 많았다. 아마 영화를 함께 본 브런치 작가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취미로 글을 쓰는 게 아닌 이상 부가적인 수익이 발생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최근에 영상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도 돈 때문에 고민한다.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인터넷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로 언급된다.


브런치 작가들 중 상당수가 브런치 공모전에 응모한다. 상금도 주고 출간도 해주니까. 브런치 입장에서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플랫폼을 만든 값으로 많은 작가의 글을 공짜로 얻고 있다. 브랜드 가치는 올라가지만 특별히 돈을 더 지불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모두 좋은 글을 아니다. 뻘글도 많다.



작품에서 트위터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생각난다.


"트위터 영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글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게 민주주의와 무슨 상관이야. 뻘글도 많은데?"

"좋은 글도 많다" / "몇 줄 되지도 않는 그 글이 좋은 글이라고?"


인터넷 글이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난 대화다. 그러는 동시에 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책에는 권위가 있다. 많은 유튜버, 명사, 연예인, 정치인, 전문가 등이 인지도를 얻은 후 종이책을 낸다. 책의 권위에 자신의 명성을 더하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닐까?



3.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영화 제목에서 나오는 '논픽션'도 작품 내내 언급된다. 소설가 레오나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한다. 그런데 그 정도가 좀 심한 편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그의 소설을 팩션(Faction)이라고 말한다. 그는 작품에 항상 자기 경험을 넣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일지라도.


서점에서 '독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 레오나르. 남성 독자 2명은 그에게 날 선 질문을 한다. 꽤나 와 닿은 내용이었다. '경험도 돈이 될 수 있는가'와 '경험은 내 것인가 타인의 것인가'하는 문제다.


소설가 레오나르

"경험은 나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 나옵니다. 타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내 것이기도 합니다"


독자

"그래서 경험을 팔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만 당신은 그 경험을 팔면서 상대의 치부도 드러냈습니다"

"소설 속 여성분도 레오나르 당신에게 청구권이 있다는 건 아시죠?"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내용이다. 과연 내 기억은 온전히 내 소유 인가하는 문제 말이다.



위 세 단어만 보면 영화가 지루하거나 심각하게 흘러갈 것 같지만 생각보다 경쾌하다. 남녀 사이, 정확히 말하면 부부 사이의 애정 문제가 결합되면서 지루하지 않게 영화가 진행됐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얘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니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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