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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영화 여행기
by 포카텔로 Mar 05. 2017

노팅힐, 두 번째

Notting Hill,  London(노팅힐, 런던, 영국)


우리는 가끔 동화 속 사랑을 꿈꾼다


포토벨로 마켓엔 기념품과 생필품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사진=포카텔로)

초입에 있는 낡은 예배당을 지나자 부채꼴 모양의 동네가 나타났다. 유럽의 여느 주택가처럼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외관, 수십 채의 현관문에는 수십 가지의 인생이 묻어있었다. 마음 같아선 한집 한집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영어실력도, 시간도 없어서 동네 중심의 포토벨로 마켓으로 향했다.


카니발이 열리기도 하는 시장은 영화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12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형형색색 한 과일과 푸른 꽃이 시장에 가득했다. 시장을 둘러보며 걷다 보면 멀리서도 눈에 띄는 파란대문을 만날 수 있다. 파란대문 집은 주인공 윌리엄의 친구 스파이크의 집으로 나왔던 곳이다. 촬영지를 물색하던 로저 미첼 감독이 실제 거주했던 집이기도 하다.  


로저 미첼이 살았던 '스파이크의 집'

평일이어서 사람들이 많진 않았지만 주말만 되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로저 미첼이 집을 팔고 난 후 많은 주인들이 거쳐 갔고 그중 한 명은 매일 집 앞을 메운 관광객들로 인해  대문 색을 바꿔버리기도 했다. 


이에 전 세계 팬들이 파란색으로 돌려달라고 했고 지금의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시장과 함께 스파이크의 집은 포토벨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집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영화에서 나온 ‘윌리엄의 여행 책방’, ‘카페’, ‘벤치’ 등을 볼 수 있다.      


노팅힐로 오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윌리엄의 여행 책방과 카페는 현재 영화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는 글을 봤다. 북적이는 인파를 비집고 들어갈 생각도 없어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파를 벗어나자 한적한 골목이 나왔고 영화의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도로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차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영화 속 정원의 모습(사진=네이버영화)

10분쯤 걷다가 정원의 낙엽을 쓸고 있는 남성을 만났다. 그분에게서 근처에 영화에 나온 ‘벨라’의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스텔 빛깔을 내며 줄지어 있는 집 사이로 은은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벨라의 집을 지나 몇 발자국 떼면 정원이 나온다. 작품에서 기자들의 눈을 피해 숨었던 정원. 

      

정원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많은 관광객들이 담을 넘어 정원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여행 후 검색해 본 결과로는 본래 사유지인데 영화의 유명세를 겪으며 일반인들의 무단침입이 잦아 폐쇄했다는 피드가 있었다. 평범하게 손잡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임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굳게 닫힌 문 안쪽으로 그들이 앉았던 벤치가 보였다. 오래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벤치에 앉아 이야기한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 속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잠시 회상에 잠겼다.


정원을 보고 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동네 입구에서 되돌아본 노팅 힐은 세월에 익어가는 암갈색 낙엽을 닮았다. 단순한 러브 판타지를 넘어 누구든 꿈꿀 수 있는 사랑이야기가 된 영화 노팅 힐. 가을과 겨울의 중간에 만난 그곳의 햇살은 언덕 저편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굿바이 노팅 힐(사진=포카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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