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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영화 여행기
by 포카텔로 Mar 05. 2017

노팅힐, 두 번째

Notting Hill,  London


포토벨로 마켓엔 기념품과 생필품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동네 초입에 있는 낡은 예배당을 지나자 부채꼴 모양의 동네가 나타났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외관, 수십 채의 현관문에는 수십 가지의 인생이 묻어있었다. 이들의 인생을 채 둘러보기도 전에 포토벨로 마켓이 나왔다. 시장은 영화를 모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겨울이 무색해질 만큼 싱그러운 과일과 온갖 종류의 기념품이 시장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영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상인과 여행객들 사이에서 파란색 대문을 보았다. 파란대문 집은 주인공 윌리엄의 친구 스파이크의 집으로 나왔던 곳이다. 영화 촬영 전, 노팅 힐의 메가폰을 들었던 로저 미첼이 실제 거주했던 집이기도 하다.  

   

로저 미첼이 살았던 '스파이크의 집'

평일이어서 사람들이 많진 않았지만 주말만 되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로저 미첼이 집을 팔고 난 후 많은 주인들이 거쳐 갔고 그중 한 명은 소음을 이유로 대문 색을 바꿔버리기도 했다. 전 세계 팬들이 대문의 색깔을 원래대로 바꿔달라고 했고 되돌려놨다고 한다. 새하얀 벽에 새겨진 파란 네모는 포토벨로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스파이크의 집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영화에서 나온 ‘윌리엄의 여행 책방’, ‘카페’, ‘벤치’ 등을 볼 수 있다.      


마켓은 오른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일임에도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노팅 힐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이 동네에 온 것만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부채의 왼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동네는 hill이라는 명칭만큼 언덕이 많았다. 도로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차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영화 속 정원의 모습(사진=네이버영화)

10분쯤 걷다가 정원의 낙엽을 쓸고 있는 남성을 만났다. 그분에게서 근처에 영화에 나온 ‘벨라’의 집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파스텔 빛깔을 내며 줄지어 있는 집 사이로 은은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벨라의 집을 지나 몇 발자국 떼면 정원이 나온다. 작품에서 기자들의 눈을 피해 숨었던 정원. 

      

정원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많은 관광객들이 담을 넘어 정원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여행 후 검색해 본 결과로는 본래 사유지인데 영화의 유명세를 겪으며 일반인들의 무단침입이 잦아 폐쇄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정원을 보고 역이 있는 대로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동네 입구서 되돌아본 노팅 힐은 세월에 익어가는 암갈색 낙엽을 닮았다. 단순한 러브 판타지를 넘어 누구든 꿈꿀 수 있는 사랑이야기가 된 영화 노팅 힐. 가을과 겨울의 중간에 만난 그곳의 햇살은 언덕 저편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굿바이 노팅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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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음악, 영화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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