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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크라노스 Dec 30. 2020

ask the artist: 결 KYUL


Q&A INTERVIEW
/ ask the artist: 결 KYUL



좋아하는 뮤지션의 모든 이야기가 궁금하곤 합니다. 직접 물어볼 수도, 흘러와 들을 수도 없는 질문들을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와 듣는 이 서로가 궁금했던 이야기를 모집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모였고, 몇몇 질문과 답변을 모아 지면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질문을 나눠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본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팬들의 질문과 뮤지션의 응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Q.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A. 이런 자기 얘기는 똑 부러지는 하나의 스토리로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어요. 다만 한 가지만 말하자면, 20대가 된 이후 전 쭉 우울했던 것 같아요. 어떤 역경이든 잘 극복하니까 주변에 티가 나진 않았지만 도저히 말할 곳이 없더라구요. 그런 감정을 좋아하던 음악을 들으며 풀게 되고, 자연스럽게 저도 노래를 쓰는 쪽으로 변하게 됐어요.


Q. 음악을 시작하기까지 가장 영향 또는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A. 중학교 친구였던 인호(tm)가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어요. 이 친구와는 2019년 9월에 같이 앨범을 내기도 했었구요. 얘도 뒤늦은 입시로 서울예대에 진학했던 만큼 배우는 것에 노하우가 많았고, 제가 프로듀싱을 혼자 배우기 시작할 때 이미 대중가요 필드에 들어가 있었거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1년에 1~2번 보기도 힘들지만, 그 친구와 자주 연락하면서 직업으로 이 일을 간접적으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게 되게 컸어요.



Q. 가사가 나오는 영감이나 과정이 궁금해요. 경험이 토대가 되기도 하나요?


A. 대부분의 영감은 경험에서 오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꼭 경험을 써야지”라는 신념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그냥 대부분이 겪을 수 있는 얘기라면 굳이 다른 출처가 아니라 내가 겪거나 든 생각을 쓰는 게 편하지 싶어서요.


-이서, 현, 인


Q. ‘나무’ 가사 쓸 때, “내가 나무가 못 되면 어쩌나. 내 그늘이 작으면 어쩌나. 내 그늘이 필요 없어지면 어쩌나.” 이런 생각은 안 드셨나요? 제가 요즘 그런 마음으로 듣는 중이라, 우울하지 않은 노래인데 우울하게 들어 왠지 죄송하네요.


A. 확신을 갖고 만든 노래예요. ”나는 분명 더 멋진 사람이 될 테니 조금만 기다려줘!”라는 철없지만 자신감 있는 감정이 노래를 더 순수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Q. ‘도망가자’를 작곡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변치 말자는 말에 아파했었잖아”라는 가사를 제가 쓰면서도 조금 낯설었는데, 보통은 “초심을 잃지 말자” “변하지 말자”는 말을 격언처럼 하잖아요? 그렇지만 그 말이 오히려 압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 노래로도 볼 수 있지만, 스스로를 내리누르는 압박을 안도감이라는 이유로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써 보고 싶었나 봐요. 물론 이런 심오한 주제를 정하고 쓰는 건 아니에요. 가사는 아주 빠르게 직관, 본능적으로 쓰고, 가사가 쓰이고 나서야 “이런 말은 왜 했지?”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곤 하거든요.




Q. 발매곡 중 제일 마음이 가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지금까진 ‘Broken’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앞으로 나올 노래들을 통해 계속해서 갱신될 것 같아요. 점점 고르기 어려워졌으면 좋겠어요.


-현, 한지훈, ProudofGuri


Q. 결님이 생각하는 결 노래의 리스닝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가사를 빠르게 쓰니까 스스로 가사가 리스닝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가사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그런 점이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나 해요. 그렇지만 좀 더 사운드 면에서 칭찬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원래 프로듀싱으로 시작하기도 했고, 차후 정규 앨범에서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그 전에 많은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Q. 결님이 느끼는 뮤지션 결의 매력은 무언가요?


A. 팬분들은 편안한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인스타 라이브 방송에서 좀 멍청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서 사실 걱정했는데 좋아하시더라구요. “컨셉이냐” “이거 페이크 다큐 아니냐” 하시던데 리얼이고, 꾸밈없는 제 모습이에요.


Q. 곡당 작곡부터 편곡까지 보통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A. 보통 미리 완성된 러프(기타와 노랫말 정도)를 기준으로 작편곡이 한 달, 녹음이 일주일, 포스트(믹스/마스터)작업이 1~2주일 정도인 것 같아요. 아예 처음부터 곡을 쓴다면 훨씬 더 걸려서 많이 힘들어요. 여럿이서 쓸 때랑 다르게 혼자 쓸 때는, 미안함 없이 바로 엎을 수 있어서 혼자 작업하는 게 더 만족이 되기도 해요. 그래도 tm이랑 앨범 [4]를 작업할 때는 오래 알던 친구라서 별로면 바로 얘기하고 엎을 수 있었어요. 그때는 분업이 잘 돼서 곡당 사흘 내지 일주일 정도에 완성했던 것 같아요.


Q. 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좋은 멜로디, 발음 체계라고 봐요. 좋은 노랫말을 지어도 좋은 멜로디가 아니면, 또 발음하기 편하지 않으면, 귀에 익지가 않아서 결국 듣기 힘들어지더라구요.






Q. 최근 앨범의 앨범 커버는 전부 결님이 촬영하고 보정한 사진인가요?


A. 네! 음악 외 취미 활동이랄 게 없어서 카메라 기초는 독학해서 여기저기 생각난 곳들을 찍어서 커버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딱히 잘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재밌어서 하고 있어요. 이건 완벽주의 같은 걸 떠나 힘을 전혀 쓰지 않는 소소한 재미예요.


-이서


Q. 결님은 예전 사람, 예전 일들로 이루어진 본인 노래를 들으면 괴로우신가요? 아니면 지난 일이니까 아무렇지 않으신가요?


A. 그래도 대부분 따뜻하고 밉지 않은 내용들이지 않나요?


Q. 결님이 생각하는 좋은 노래란?


A. 생각을 별로 안 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어쩌다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할 게 많아지는 음악이 좋은 음악 같아요.


Q. 정규앨범 발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2022년 말 계획 중이에요!


Q. 음원 말고 피지컬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A. 2021년 중순에 Broken부터 발매된 모든 곡이 피지컬로 엮일 예정입니다!



Q. 서른이 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3가지


A. 콘서트, 운전면허, 이사!


Q.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A. ‘Every Frame a Paining’이라는 영화 채널을 가장 좋아해요. 20여개의 영상만으로 구독자가 180만이 넘었는데 많은 인기를 얻고 대뜸 영상을 이제 올리지 않겠다며 은퇴해버린 전설의 채널입니다. 한 두 장의 정규로 정상의 자리일 때 은퇴해버린 로커를 보는 기분이에요. 본 영상 또 보고, 또 보고 그래요.


Q.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뭔가요?


A. 마르게리타 같은 담백한 피자를 좋아해요! 근데 항상 그런 게 우리 동네엔 없네요.


Q. 죽기 직전에 들을 마지막 노래는?


A. Coldplay - Viva la vida, "I used to rule the world"


Q. 결님은 살면서 뭐가 가장 힘들었나요? 너무나도 힘들고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이, 내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때 결님의 노래를 들으며 위안 받고 여기까지 올라왔어요. 그렇게 노래로 위로받게 해주는 결님은 힘들 때 어떻게 하시나요?


A. 이 질문을 받고 곰곰이 떠올려봤더니 저는 “혼자서 해야 하는 걸 정말로 혼자서만 버티는 게” 가장 힘들더라구요. 예컨대 친구들이 다 대학으로 떠나간 뒤에 해야 하는 재수 생활이라든지(심지어 독학 재수했고), 모두가 가는 길을 내팽개치고 나 혼자만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할 때라든지. 근데 그럴 때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1~2명이라도 있으면 그 길이 나락에서 많이 멀어지더라구요! 꼭 만나지 않아도 같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됩니다.


-Luminou_s


Q. 글 계정에 올라오는 글들은 모두 경험담 혹은 본인의 일기인가요? 픽션도 있는지 궁금해요.


A. ‘결글(kyulgeul)’ 계정은 일단 제 얘기와 생각을 쓰는 장소예요. 오래된 일기장에 썼던 글귀들을 몇 개 긁어오다 다 떨어지면 닫으려고 했는데, 노래 외의 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하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로 지어내서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만 쓰려구요.


Q. 내가 꿈꾸고 원하는 행복한 삶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A.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이요. 그리고 그 삶을 앨범을 내기 훨씬 전부터 지키고 있어요.



*모든 질문은 뮤지션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질문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


글: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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