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언저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칠리아정 Jan 25. 2024

백화점 VIP가 뭐길래

백화점일까, VIP일까

지난주에 내 브런치 방문자가 갑자기 폭등했다고 알림이 왔다. 무심코 열어봤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놀랐다. 평소 100명도 안 되는 방문 숫자가 10,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었다. 브런치 통계를 확인하면서 흥미로웠다. 나는 시간마다 통계를 확인하는 재미난 상황이 벌어졌고 괜히 호들갑도 떨었다. 그날 방문자 수는 밤 12시에 15,104명을 찍고 다음날로 넘어갔다. 다음날도 꼭두새벽인데도 몇 분만에 600명이 되었다.


방문자 수가 폭등한 글은 "친구 따라 간 백화점 VIP룸"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제대로 찍어서 제대로 된 글을 쓸 걸 그랬나 보다...

짐작건대 그 제목을 검색하여 들어온 사람들은 실상 내용을 읽고 실망하지 않았나 싶다. 근사하고 멋지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그야말로 고급에 고급을 더한 꾀나 럭셔리함을 소개하는 뭐 그런 글을 기대하고 들어왔을 텐데 내 글을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 난 그저 무심코 따라갔고 VIP라고 해서 은밀한 곳에 비밀스럽게 카드를 갖고 있는 '나'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공간이라는 것을 빼면 크게 호들갑 떨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동네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창 넓은 카페가 분위기로는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그 공간이 주는 뭔가 특별한 느낌을 받았는데 심리적인 것이었을 테다.




몇 해전 해외 봉사 차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적 있었다. 긴 시간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주최 측에서 대원들에게 수고의 보상으로 쇼핑 시간을 줬다. 일행 중 방글라데시 경제문화에 대해 잘 아는 분이 잠깐 VIP라운지에 다녀왔다고 하였다. 그때 그분이 찍어온 사진을 통해 본 방글라데시 백화점 VIP라운지는 정말 대단했다. 보름 동안 흑먼지 뒤집어쓰고 다니며 봤던 세상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초호화 세상이었다. 그곳만 딴 나라 같았다.

(마음에 오갔던 씁쓸했던 기억은 이 글에서는 접고)



아마 내 글 제목을 보고 온 방문객들도 어쩌면 그런 호화스러운 라운지를 기대하고 왔을 텐데 실내 사진 하나 없는 딸랑 커피사진 한 장과 이렇다 할 홍보성 하나 없는 내 글에 족히 실망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명품이 없다. 아니 어쩌면 명품이 있을 텐데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품 이름도 잘 모르고 뭐가 뭔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 막내 시누에게서 받은 명풍백이 있기는 하나 이름도 기억 못 한다. 알아놓고도 또 까먹는다.

나는 살면서 쇼핑하는 시간이 제일 아깝다.(그런 면에서 인터넷쇼핑몰이 생긴 건 순전히 나를 위함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물건을 사러 가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내가 사려고 생각한 물건이 첫눈에 들어오면 가격 따지지 않고 그냥 산다. 그렇게 산 물건들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사용기간도 거의 반영구적이다. 옷도 그렇다. 내 옷장엔 거의 10년 이상 된 옷들이다. 그래도 촌스럽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오히려 유행 타지 않는 옷들이 나를 나타내 준다.



잠깐 내 브런치를 찾은 키워드가 백화점이었을까 VIP였을까. 궁금했다. 아니면 둘 다였을까.

뭐였든 일단 잘 찾아왔다.

내가 곧 명품이므로. 그대들 또한.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 따라 백화점 VIP라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