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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Apr 25. 2023

대체 불가능한 핵심 인재, 린치핀의 시대가 온다 (1)

직관: 300년 간의 산업혁명 패러다임 붕괴 이후 가장 중요해질 능력


직관: 300여 년 간의 산업혁명 패러다임 붕괴 이후 가장 중요해질 능력



 나는 직관의 힘을 믿는다. 뿐만 아니라 직관이야말로 앞으로 도래할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질 능력 중 하나일 거라고도 믿는다. 검색과 인공지능이 발달해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게 점차 간편해지는 시대에는 검색 시간과 인공지능에게 질문하는 행위와 사실 확인 과정 등을 생략하고도 바로 문제의 원인과 답을 알아챌 수 있는 직관이 우리를 손쉽게 차별화해 줄 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검색엔진이나 인공지능은 알 수 없는 내부 정보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하게 판단할 수 있고, 부서와 부서 간, 사람과 사람 간의 이해관계 등 감성적인 영역까지 순간적으로 파악해 답을 내릴 수 있는 게 바로 직관의 힘이다. 정보의 정리와 요약이 곧 '업무'가 되고 능력이었던 시대는 이미 끝나고 있다. 필요한 건 정보로부터 도출해 내는 '의견'이다. 그것이 앞으로 도래할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능력이자, 여기서 '직관'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의 본질이다. 바꿔 말하면 훌륭한 직관은 평소에 쌓아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관이란 ‘연산,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이다. 다시 말해 직관은 미처 발현되지 않은 재능과 축적된 경험들과 숙련된 기량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났을 때 발생하는 화학 작용이다. 문제를 해결할 때 직관의 쓰임은 지렛대와 같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작은 힘으로 힘보다 큰 중량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지렛대의 원리가 직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관은 수많은 정보와 지식, 주변의 조언과 간섭 속에서 오직 본질에만 집중해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다. 직관의 작용은 논리와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대개 직관으로 파악하거나 결정한 이후에야 논리와 이성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직관의 힘은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에는 없는 경이로운 힘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읽어내고 해석하는 일 또한 직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직관은 지난 시간 동안의 경험과 축적되어 있는 지식이 맞물려, 어느 한순간에 감각적으로 발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직관의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우리는 적재되어 있던 데이터가 감각으로 발휘되어 활용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직관의 순간은 지식과 경험이라는 추상이 감각이라는 실재가 되는 드물고 귀한 순간이다.


 예술가들은 직관의 힘을 빌리곤 한다. 기발한 착상은 의외로 평범한 일상에서 탄생한다. 일상적으로 쓰던 단어나 익숙한 음악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간판 속 글귀나 별생각 없이 본 광고 문구가 영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음악가들은 탁자나 벽을 두드리는 소리, 의자를 끄는 소리, 심지어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는 파열음에서도 영감을 얻고 곡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자 악기를 만지다가 우연히 낸 ‘삑삑’ 소리에서 곡의 콘셉트와 분위기, 멜로디까지 한꺼번에 떠올려서 곡을 써냈다는 래퍼 겸 프로듀서도 있다. 그 곡이 수록된 앨범은 상업적으로 대단히 성공해 최소 20만 장이 넘게 팔렸다. 1999년도 하반기에 대한민국에서 판매된 전체 음반 중 공식 집계 판매량만으로도 당당히 2위 안에 든다. 앨범의 제목은 <In Stardom Version 2.0>이고, 타이틀 곡의 이름은 <Fever>다. 이정현이 참여한 그 노래 맞다. 이 곡의 주인인 조PD는 앞서 1999년도 상반기에도 데뷔 앨범인 1집 <In Stardom>을 50만 장 이상 판매한 바 있다. 그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원조 ‘랩스타’였다. 그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00년에 래퍼로는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했다. 그 당시 ‘힙합 가수’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다는 건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데뷔 앨범 또한 미리 쓴 가사나 악보 없이 틈틈이 골방에서 녹음한 곡들로 이루어진 앨범이다. 이 모든 게 직관이 보여주는 지렛대 효과라고 단언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조PD가 음악 활동 기간 중 직관의 힘으로 만든 곡이 이것 하나뿐은 아니다. 그의 또 다른 인기곡인 <친구여>도 1시간 만에 완성한 곡이다. 그는 2003년에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작업실로 직행해 바로 작업에 착수하여 곡을 만들었다. 완성된 곡에는 인순이가 보컬로 참여했다. 결국 이 곡은 조PD의 음악 중 가장 인기가 많고 가장 오래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이 곡은 앨범이 발표된 2004년 그 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에 선정되었다. <친구여>는 약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종종 찾아 듣거나 따라 부르는 곡이기도 하다.


 창의성의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이라 그런지, 유독 음악가들 중에서 직관의 힘을 실감한 사람들이 많다. 다른 음악가 중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문득 떠오른 시상을 비행기 탑승 전에 머무르던 호텔 메모지에 후다닥 기록하고, 단숨에 써 내려간 그 가사를 단 한 줄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발표한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9일 만에 곡을 발표했다. 그 곡은 다름 아닌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팝 음악을 꼽으라고 하면 지금까지도 항상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고대하는 메시지가 담긴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런 역대의 명곡도 직관의 힘이 작용해 나온 곡이라니, 직관의 힘이 어떠한지 실감이 나는가? 하지만 직관이 힘을 발휘하는 건 비단 예술 계통의 창작뿐만은 아니다. 예술가들이 유독 ‘영감의 힘’에 민감하고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이라는 널리 알려진 편견 때문에 유명 사례가 많을 뿐이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지만, 직관은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발휘하고 있는 능력이다.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 직관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대단히 유용하게 쓰인다. 예를 들자면 초행길에서 지도 없이 목적지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직관이다. 하지만 도로나 건물의 배치나 동네의 분위기 등 지역과 지리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서 그런 직관은 발휘되지 않는다. 직관의 힘을 기르려면 평소의 경험이 중요하다. 평소에 읽어둔 책, 들은 음악, 인상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예전에 다녀온 여행지에서의 경험, 사람들과 나눈 대화 등이 모여 직관이 발휘될 수 있는 역량을 만든다. 우리의 지식과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뇌에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여러 상황에 활용된다. 즉, 평소에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하면 직관이 발휘할 수 있는 힘도 미미하다. 막상 필요한 순간이 되어 황급히 검색을 하고 참고 서적을 뒤적인다고 때맞춰 직관이 발휘되지는 않는다.


 좋은 직관은 마치 신에게서 계시를 받듯 불현듯 찾아온다. 평소에 직관이 발휘되기 좋도록 데이터를 축적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직관이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언제든 필기나 녹음을 할 수 있는 ‘메모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두는 게 좋다. 그러다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잠깐, 드물게 신세계가 펼쳐지면 몇 분 안에 쭉 써나가야 한다. 운전을 한다거나 시끄러운 장소에 있어서 단숨에 기록하지 못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특히 아이디어가 중요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까딱 놓쳐버린 직관의 힘이 유독 더 아쉽다.


 평소 직관의 힘을 기르고 직관이 찾아왔을 때 잘 포착할 수 있도록 항상 메모할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을 만들어두자. 기록은 인간의 뇌를 활성화하고 더욱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다. 기록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전부가 아니라, 기록하는 행위 그 자체가 정보를 뇌리에 더욱 깊게 새기는 행위이기 때문에 설령 기록물이 사라지더라도 내용의 대부분은 기억 속에 보존된다. 그러니, 일단 적자.




연필은 기록이다 심이 모두 닳은 순간부터 기억이다 - 안시아, 詩 <관계> 중




'심이 모두 닳은 순간부터 기억이다'




* 참고 및 인용 도서 목록: <낭만적 인간과 순수지속> (조중훈 저), <린치핀> (세스 고딘 저), <레버리지> (롭 무어 저), <엣지> (로라 후앙 저),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갤럽 프레스 저), <콘텍스트 마케팅 혁명> (매슈 스위지 저), <수상한 꽃> (안시아 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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