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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숭이 Nov 09. 2022

처는 없지만 애처가




'바라는 거 암것도 없다, 너네끼리나 잘 살면 된다' 던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새댁은 신혼 초, 의아하고 당혹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우리끼리 너무나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바라는 게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모든 싸움은 늘 당사자가 아닌 어른들로부터 촉발되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비록 쓴웃음이 지어지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모든 마음이, 모든 입장이, 이해가 된다. 그래도 아쉬운 게 있다면, 부부 두 사람이 좀 더 적극적으로 서로의 편이 되어줬다면 좋았을텐데. 어른들의 바람에 휩쓸리느라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남겼다.


이제는 안다. 정말 바라는 게 없는 사람은, 바라는 게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바라는' 행위에 대한 권리를 취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바라는 것이 없다'는 표현을 굳이 입에 담는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나는 다를 거라고 열변을 토하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어쩌면 나도, 지금의 다짐을 잊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그 시절의 어른들을 닮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나는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

설령 내가 바라더라도, 네가 바라는대로 하기를.

부디, 유주의 눈꼽까지 사랑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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