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것을 이룬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게 끝일까
일상에서 간절히 원하며 꿈꾸던 일이 눈을 감으면 꿈속으로 들어온다. 꿈을 이루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던 날들이 모여 지친 정신을 뚫고 몽환의 세계로 들어와 꿈으로 나타난다. 잠시나마 꿈을 이룬 듯 착각하며 꿈을 꾸다 불현듯 눈을 뜨고 허공 중에 흩어진 정신을 다잡는다.
어느 날 누군가 한마디 뱉어낸다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무슨 뜻일까 미련이 없다는 것일까. 꿈꾸던 것을 이뤘다는 것일까.
삶이 여한이 없을 수 있을까. 무언가를 갈구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일상에서 정말 여한이 없을 수가 있을까
'여한이 없다'라는 뜻 자체만 보면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며 더 바랄 것이 없고 미련이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애쓰고 참아왔던 인내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어깨에 내려앉아 짓누르는 듯한 무거움에 한 발짝 떼는 것조차도 힘에 겨웠다.
저마다 짊어진 고된 삶의 보따리 위에 나에겐 대단하더라도 타인에겐 보잘것없는 내 짐을 또 얹어서 뭐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풀어놓지 못한 마음은 덩어리로 굳어져 홀로 감내하면서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짓눌린 압박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 날들이 생겼다.
나는 나를 흑백 연필로 그린 밑그림으로 남겨두었다. 그 위에 남편을 그리고 아이를 그리고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을 그렸다. 때로는 핑크빛으로 연하게 칠하고 때로는 싱그러운 그린으로 칠했다. 어느 날은 색이 섞여 짙은 어두운 색이 되기도 했다.
색을 칠하다 보니 밑그림이 희미해져 간다. 문득 무엇을 그렸나 잊히기 시작했다. 덧칠하고 지우고 그리고 좀 더 나은 색으로 칠하기 위하여 수정하다 보니 본래의 밑그림은 퇴색되어서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다.
다시 그려야겠다. 다시 그릴 수 있을까 그저 꿈이겠지. 한번 그린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누군가는 꿈을 이룬 이 나이에 무엇을 꿈꾸어야 하나. 나는 꿈이란 걸 꾸고 있는 것인가.
그러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려진 글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사람들은 참으로 열심히 사는구나.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그들은 글을 쓰면서 꿈을 꾸고 있었고 그 꿈으로 치유를 하고 있었다. 나의 보잘것없는 일상에 작게나마 위로를 주는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닮아가며 꿈이란 걸 꾸게 된다. 자면서 꾸는 꿈이 아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꿈을 꾼다.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지만, 아니 못 이루어도 좋으니 그저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이 이미 꿈을 이룬 것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 된다는 걸 알았다.
내향적인 성향이 강하였기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담아두었던 마음을 풀어내고 나의 의지로 감정의 무언가를 들춰내며 비로소 해방감을 맛보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건 그런 것인가 보다. 누가 그러라는 것도 아닌데 술술 잘도 풀어놓는다. 마음을 묶고 있던 끈을 풀어 술술 늘어놓는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지라도 꿈이기에 가능하다고 여기며, 누군가의 글이 나의 이야기 같고 나의 글이 누군가의 공감과 작은 마음이라도 나누기를 바라며 또 꿈을 쓴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 내가 작가로 불려도 될까 갑자기 손이 얼어버린 듯 쓴다는 것이 무겁게 느껴졌다.
무심히 원해서 덜컥 되어버린 브런치스토리 작가는 나에게 자판기를 두드리게 했다. 어린아이처럼 글을 모르다가 글을 알게 된 것처럼 하나씩 또박또박 써나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잘 쓰는 것은 힘든 것이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는데, 나는 브런치스토리라는 글바다에 빠져서 얼마나 숨을 쉴 수가 있을까. 쓰고 또 보고, 쓰고 또 보고, 비어있는 것이 보이고 눈에 들지 않아도 또 채우면서 글을 썼다. 그렇게 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글들이 써지기도 했다. 사물은 온통 글로 그려지며 머릿속에서 통통 튀어 다녀 잠을 이루기도 힘들 정도로 정신을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정말 잘 쓰고 싶다. 내면의 감정을 끌어올려 담담하게 쓰고 또 쓴다.
'잘 쓰고 싶다'란 욕망이 강해져서 억지 꿈을 꿀지라도 꿈을 꿀 수밖에 없다.
꿈
잠자는 동안에 생시처럼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여러 가지 현상.
마음속에 바람이나 이상.
덧없는 바람이나 이상.
(현실을 떠난 듯한) 즐거운 상태나 분위기
참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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