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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생(生)

비오는 밤에

by 그리여

가을은

온 것인가 만 것인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격렬하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마음이 촉촉이 젖어들어

습도 높은 감정속으로 빠져든다


방바닥은 닦아도 뽀송해지지 않고

기쁨도 슬픔도 눅눅할 것만 같다


이 낯선 여름도 아닌 가을도 아닌

빗줄기 소리가 귀에 꽂히는 밤


나무 같은 삶에

나뭇잎처럼 매달린 소소한 일상이

기쁜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슬픈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감동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설렘 잎으로 하나 떨어지고

들뜬맘 또 한 잎 떨어지고

차분함 또 한 잎 떨어지고


그렇게 삶이라는

찬란하고 아스라한 희노애락 잎들을 떨군다

나무는 고스란히 버틴다


따스한 생의 봄날도

열정적 생의 여름도

화려하고 쓸쓸한 생의 가을도

혹독하고 시려운 생의 겨울도


그렇게

비 오는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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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에 눅눅한 방바닥에 발이 쩍쩍 둘러붙고 방바닥처럼 마음도 같이 끈적끈적하다



#시답잖은 #시 #감성

#가을 #나뭇잎

#삶 #감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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