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대면 더위에 시위라도 하듯이
밤사이에 온 세상은 한 폭의 동양화가 되었다
내가 바로 겨울이다 하듯이
11월의 끝자락에 겨울은 존재감을 뽐냈다
역시 겨울은 눈인가 보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늘 새롭다
여기저기 괜히 기웃대며 눈 구경을 한다
이나무가 이쁜가 저나무가 이쁜가
어떤 나무가 예쁜가
몽글몽글한 눈이 나무에 송이송이 달렸다
솜사탕보다도 더 달콤해 보이는 눈꽃이 눈을 사로잡는다
차마 떨구지 못한 단풍잎이 눈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출근할 때 곱던 눈이 퇴근할 때 흐물거리듯이 녹아내린다
감상도 잠시 녹아버린 눈에 질퍽질퍽 신발이 빠진다
눈을 치우느라 수고하시는 분들이 고맙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어쩌나
밤사이 얼지 않아야 할 텐데
빙판길이 될까 걱정하며 차창밖을 본다
눈은 참으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올 때 잠시 좋다가
출근길 퇴근길 걱정을 하게 된다
할머니들이 손주를 보면
올 때 반갑고 갈 때 반갑다고 한다더니
눈도 올 때 반갑고 녹을 때 반갑다
얼지만 않았으면 좋으련만
몽글몽글한 눈에 덮인 나무 빨간 노란 단풍잎이 눈을 맞으며 환상적으로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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