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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여 Nov 27. 2024

화끈하게 내린 첫눈

솜뭉텅이처럼 쌓였다

질척대면 더위에 시위라도 하듯이

밤사이에 온 세상은 한 폭의 동양화가 되었다

내가 바로 겨울이다 하듯이

11월의 끝자락에 겨울은 존재감을 뽐냈다

역시 겨울은 눈인가 보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늘 새롭다

여기저기 괜히 기웃대며 눈 구경을 한다

 

이나무가 이쁜가 저나무가 이쁜가

어떤 나무가 예쁜가

몽글몽글한 눈이 나무에 송이송이 달렸다

솜사탕보다도 더 달콤해 보이는 눈꽃이 눈을 사로잡는다

차마 떨구지 못한 단풍잎이 눈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출근할 때 곱던 눈이 퇴근할 때 흐물거리듯이 녹아내린다

감상도 잠시 녹아버린 눈에 질퍽질퍽 신발이 빠진다

눈을 치우느라 수고하시는 분들이 고맙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어쩌나

밤사이 얼지 않아야 할 텐데

빙판길이 될까 걱정하며 차창밖을 본다


눈은 참으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올 때 잠시 좋다가

출근길 퇴근길 걱정을 하게 된다


할머니들이 손주를 보면

올 때 반갑고 갈 때 반갑다고 한다더니


눈도 올 때 반갑고 녹을 때 반갑다

얼지만 않았으면 좋으련만


몽글몽글한 눈에 덮인 나무
빨간 노란 단풍잎이 눈을 맞으며 환상적으로 다시 피어난다



#첫눈

#눈꽃

#나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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