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즉문즉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륜 Sep 06. 2017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것이 상처가 됐습니다.

진정한 학벌


초등졸업이 최종학력이란 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요


질문자 “통일의병*에 가입해서 활동 중인 50대 주부입니다. 어릴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했고, 직장생활하면서 동생들 뒷바라지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제 낮은 학력이 상처로 다가와 너무 힘이 듭니다. 상대는 그냥 이야기할 뿐인데 사람들과의 모임도 싫고 우울한 게 의욕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백일동안 매일 300 배씩 하던 정진도 3일을 남겨둔 채 못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마음을 잡고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까?”     


법륜스님 “초등학교밖에 못 나와서 밥은 어떻게 먹을 줄 알고 한국말은 어찌 그리 잘 하세요? (모두 웃음) 통일의병 가입조건에 초등학교 졸업한 사람은 안 된다는 게 있었어요?”     


“없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사실은 통일의병 공부하는 중에 그 마음이 확 일어나서 제 자신이 너무 싫고 힘이 듭니다.”     


“초등학력이라고 열등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최종학력과 별개로 지식은 좀 있어야 해요. 조선말엽에 의병활동하고 독립운동 했던 신돌석 같은 사람들이 초등학교를 나왔을까요? 안 나왔어요. 서당을 다녔을까요? 안 다녔어요. 그래도 다 의병운동하고 독립운동 했어요. 오히려 나라 팔아먹은 사람들이 대부분 학벌이 높아요.(모두 웃음)      


얼마 전 어떤 대기업에서도 회계처리를 속여서 돈을 몇 조씩 손해 끼친 사람들이 주로 S대 출신이고, 외국 유학 다녀오고, 무슨 은행장을 지내서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잖아요. 그러니 학벌이 낮거나 설령 초등학교를 못 나왔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오히려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온 자신이 귀하다는 관점

즉 희소가치에 중점을 두세요     


질문자 나이 또래에서 초등학력은 정말 귀한 일이에요. 금이 흙이나 돌만큼 많고, 흙이나 돌이 금만큼 드물다면, 돌이 금보다 귀해지잖아요. 다이아몬드는 성분으로 보면 탄소, 즉 숯이나 석탄과 똑같아요. 그런데 숯이나 석탄처럼 많지 않고 아주 적으니까 보석으로 귀하게 쓰이는 거예요. 그런데 당장 오늘밤에 얼어 죽게 됐는데 다이아몬드 한 자루랑 숯 한 자루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가지겠어요?”     

“숯 한 자루요.”     


“숯보다 다이아몬드를 껴안고 죽는 게 낫지 않아요? 그래요. 값이란 원래부터 정해진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자신을 귀하다는 관점에서 보세요. 지금 이 자리에 초등졸업한 분이 질문자뿐이라면 제일 귀한 사람이에요. 마찬가지로 통일의병 중에도 질문자가 제일 희소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희소성에 중점을 둬야 해요.(모두 박수)     


다만 어떤 지식이 필요하다면 배워야 해요. 예를 들어 이 세상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연기법은 대학 다녔다고 아는 게 아니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영원한 것처럼 보이지만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끊임없이 변해요. 모든 생명이 생로병사를 거치듯 정신작용 또한 생주이멸을 하기 때문에 영원하지 않아요. 다시 말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 이런 건 학력과 아무 관계가 없는 기본적인 지식이니 누구나 알아야 해요.     


물을 분자식으로 H₂O라고 하는데 이런 궁금증은 책을 구해보면 되고 만약 학벌에 대한 열등의식이 있다면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다니면 돼요.”     


“학원에 가서 상담해 봤는데 안 된대요. 제가 머리 수술을 받아서 기억을 잘 못하거든요.”     


“기억을 못하면 초등학교 나왔다는 것도 잊어버리면 되잖아요.(질문자 포함 모두 웃음) 그러면 한글 쓰기와 읽기는 되나요?”     


“됩니다.”     


“더하기, 빼기, 나누기, 곱하기 같은 셈본은요?”     


“됩니다.”     


“요즘은 전자계산기가 있어서 두드리기만 하면 되니까 못해도 괜찮아요. 그 정도면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산업일선에 나갔으면 할 줄 모르는 게 없겠네요. 요리도 할 줄 알 테고, 농사도 지을 줄 알 테고, 공장에 가서 바느질도 할 줄 알 테고, 다 해봤을 거 아니에요.”     


“네.”     


“그래요, 그게 최고예요. 저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밭 매는 일은 물론이고 호미질에 낫질도 했어요. 초등학생 때는 지게 지고 일도 했구요, 이렇게 다 할 줄 아니 집에 뭐 고장 나면 척척 고칩니다. 이걸 조기교육이라 그래요.  


그런데 요즘은 이런 조기교육이 없어서 나이 들어 농사짓는다, 요리한다 하니까 힘만 드는 거예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조기교육을 받아서 사는 게 끄떡없을 뿐 아니라 외국 가서도 잘 살아요. 어려서부터 받은 영재교육 덕분이죠.(모두 웃음)      


질문자도 저처럼 조기교육을 받았으니 나머지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배우면 돼요. 제 또래 중에서 제가 조금 희소성이 있는데, 질문자도 희소성이 있네요.”(모두 박수)     

“그런데 수행하면서 이걸 뛰어넘으려 했지만 잘 안 됐고 그게 반복돼서 자책하니 힘들어요.”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라니까요. 남들만큼 교육받지 못한 거로 열등의식에 휩싸여 있지 말고 생활에 필요한 조기교육 덕에 남보다 더 생활력이 있고 잘 산다고 생각하세요. 사는 데 지금 지장 없잖아요?”     


“예, 없습니다.”     


“그래요. 질문자 같은 분은 직장 다니다 그만둬도 아무 걱정이 없어요. 철물점을 하던 음식점을 차리든 농사를 짓든 뭐든지 잘 할 수 있어요. 조기교육을 다방면으로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대학 나온 사람들은 자기가 전공한 분야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부속품으로 교육받았기에 전천후가 못 돼요. 그러니 질문자가 어릴 때 받은 그 생활교육이야말로 박사과정 이상이니까 자부심을 갖고 살면 돼요. ‘다시 말씀 드리자면, 나는 조기교육을 다방면으로 받아서 세상살이에 대한 전문가가 됐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사세요.”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세월과 흔적들이야 말로 

우리들의 진정한 학벌이에요.                                   


▶더 자세히 읽기(클릭)




*통일의병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스님) 평화교육원에서 아카데미 강좌를 수강하며, 평화통일을 염원하게 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비영리 단체입니다. 

문의 : www.tongilkorea.kr /  02-6959-9501


매거진의 이전글 [법륜스님 즉문즉설]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