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낯설도록 피로하다면 체한 감정이 남아있는지 돌아볼 것
이번 주는 '나답지 않게' 피로했고 아팠다. 나답다 또는 너답다는 표현은 한 사람을 규정하는 듯해서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 아픈 편이 아닌 나인지라 이번 주는 확실히, '나답지 않았다'.
간만에 계획 없이 비어 있는 토요일 아침. 두통은 가셨지만 여전히 컨디션은 줄기가 꺾인 꽃마냥 시들시들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유 있는 주말 아침이니 개운하게 일어나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내 머리와는 달리, 몸은 일어나기 싫다고 말하고 있었다. 원래 집에 가기로 한 주였는데, 가기는 글렀다 싶어 아쉬운 대로 몸을 꾸역꾸역 일으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주무시고 있진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빠는 일어나서 유튜브를 보고 계신다고 했다. 몸은 좀 괜찮냐고 묻는 아빠에게, "이번 주는 의식적으로 일을 최대한 안 하려고 애썼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돌아온 아빠의 대답.
"이번 주 내내 네가 신경 쓸 일이 많았나 보다. 정신적인 노동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엄청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거든. 사실 몸으로 힘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야."
내 한 주를 거칠게 곱씹어보니 그랬다. 금세 떠오르는 몇 가지만 해도 벌써 내가 신경을 바짝 세운 일들이었다.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아프고 피곤하니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한 한 주였는데, 자꾸 자고 싶은 것도 뇌가 쉬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몸 상태가 안 좋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아빠의 말이 나를 다독여주었다. 더불어 내가 휴식이라 느끼고 즐거워할 만한 것을 하라고 말해주는 아빠가 있어 다행이었다.
전화를 끊고 곰곰 생각했다. 좋아하고 즐겁다고 느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당장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생각나는 것도 없었다. 확실히 의욕이 없는 상태였다. 날씨가 맑게 갰으니 동료 선생님이 좋다고 한 트레킹 코스에 나서볼까, 가볍게 동네라도 잠깐 걷다 올까, 며칠간 먹고 싶었던 스무디와 베이글을 주문해서 드라마를 보며 먹을까, 하다가 이내 생각들을 내려놓았다. 대신, 방에 붙여뒀던 포스터들을 새롭게 배치해 붙였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기분 전환은 되었다. 택배 보낼 것이 하나 있어 편의점에 택배를 보내러 갔다가 간단히 요기할 것을 사 와서 먹으며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를 몇 편 보고 있는데, 창밖에 들리는 오토바이의 굉음이, 드라마 속 정점을 찍는 노랫소리에 신경이 곤두서면서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처음 느꼈던 날, 나를 찾아왔던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두통과 어지러움, 뒷목의 뻐근함, 메스꺼움, 안압, 얼굴이 붓는 듯한 열감이 찾아왔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두통이라 병원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토요일 저녁까지 하는 병원은 없는 듯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일단 노트북을 덮고, 누워서 쉬려다 막연한 두려움에 두통에 대해 잠시 찾아보았다.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띄었다. 동시에 오전에 아빠와 했던 통화가 떠올랐다. 아빠의 말과 예전에 사 두었던 책의 힘을 빌려 내 한 주를 돌아보기로 하고, 꾹 눌러 차 있었던 감정을 일기장에 게워냈다.
노트 3장에 걸쳐 게워낸 내 일주일은 두통의 원인을 금세 밝혀주었다.
통화를 하며 말했듯, 이번 주는 일부러 학교에서 의식적으로 일을 덜 하려 애썼다. 최대한 게으르려고 했고, 급한 일이 아닌 이상 공들이지도, 빨리 처리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여유롭다고 느꼈던 날은 금요일 오후 딱 하루였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하면서 '일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음에도 나는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던 순간이 스쳤다.
이번 주는 모임을 두 개나 주최했는데, 심지어 그중 하나는 내키지도 않는 모임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컨디션 난조 때문에 걱정도 엄청나게 했고, 학생에 관한 문제로, 하지만 내가 어찌 손댈 수가 없는 문제를 안고서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최근에 부쩍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내 손을 벗어나려는 아이가 눈에 보여 뾰족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고질병마냥 오래 안고 있었던 고민도 몇 번이나 나를 쿡쿡 찌른 한 주였다.
저번 주말에는 어떤 대회가 있어 아이들을 인솔하고 참가시키느라 반나절을 소비했다. 저번 주 내내 그 대회를 준비하느라 피로해 있었고, 텅 빈 교무실을 보며 슬슬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던 지난주 이래로 나는 계속 뭔가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의식적으로 게으르려고 했으나, 사실은 게으르지 못했던 한 주였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많은 것에 신경을 쏟고 있었음이, 아빠와의 통화 덕분에 드러났다. 토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훨씬 개운하다. 감정도 체하면 토해야 함을, 오늘에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