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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03.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7

길고양이를 닮은 펠트 브로치



‘부스럭’

인기척이 느껴지면 소리 없이 조용한 곳으로 숨어 들어간다. 마치 발레를 추듯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사뿐사뿐, 꼬리는 부드러운 음악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좌우로 살랑거린다. 유연한 몸으로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잠시 뒤를 돌아보며 응시하다 이내 쪼르르 달려가버린다. 함부로 쫓아갈 수 없다. 너무 빠르고 민첩하다.

그들은 고양이다.

낮에 만난 그들의 표정은 얄궂다. 커다란 고양이 눈은 어디 가고 가로로 긴 두 눈이 마주한다. 햇빛을 마주한 그들도 눈이 부신 건지 눈을 크게 뜨지 못한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괜히 이름을 불러본다. 두려워하는 게 아니고 수줍어하는 것이면 좋으련만. 가깝게 지내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우리와 그들의 관계에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동네에도 길고양이들이 참 많다. 편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이 없어서 어쩌다 보니 길에서 살게 되었으리라. 다가갈 수 없으니 그저 관찰해 본다. 동그란 얼굴에 입은 자그마하고 두 귀는 쫑긋 털은 짧고 복실한 모습. 이 모습이 참 좋았다. 볼 때마다 눈이 가고 왠지 계속 보고 싶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언니 하리의 작품에 고양이 소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때도 풍요, 하리, 반달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았기에 언니는 자체적으로 캐릭터를 그리고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에 소개할 이 펠트 길고양이 브로치도 2019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때는 우리에게 반려묘가 존재하지 않던 때이다.


이 브로치는 손가락 두 마디가 안 되는 작은 크기다. 작지만 또렷한 길고양이의 이목구비가 모두 표현되어 있고 어여쁜 볼터치까지 안성맞춤이다. 하리에겐 길고양이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예쁜 꽃 같은 존재였나 보다. 그들의 귀여움을 작은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이 작품의 얼굴은 살짝 삐뚜름한데, 이유는 길고양이여 서다. 정면으로 마주 대할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 이들은 사람을 볼 때 비스듬히 쳐다본다. 몸은 도망갈 방향을 향해있고, 얼굴만 우리를 돌아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서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묘생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작고 약한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브로치라 따라 만들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펠트는 재단부터가 쉽지 않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단면이 수직으로 예쁘게 잘려야 하고 얼굴이 조화롭게 보일 수 있도록 실의 가닥수와 땀 크기를 조정해서 디자인해야 한다. 이 브로치는 풍요하리의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오고 있다. 가방, 파우치, 모자 어디에든 달릴 수 있는 길고양이 브로치가 볼 때마다 참 정겨운 느낌이 든다.




그 뒤로 이 브로치는 완제품 라인으로 제작하기 위해 얼굴 스티치에만 포인트를 주는 형태로 바뀌었다. 현재는 이 모습이 조금 더 익숙하다. 아주 많이 만들었고 많이 판매됐다. 개성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다양한 컬러로 담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고양이가 구매자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예상하기 어렵다. 우리 자매는 반달이를 만니기 전에는 옐로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애교 많고 귀여운 치즈냥이를 어렴풋이 생각해서였다. 반려묘 반달이를 만나고 나서는 블랙이나 그레이 컬러를 좋아하게 됐다. 우리 고양이를 닮게 만든 작품들도 상당하다. 길냥이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마음에서, 이제는 한 길냥이의 가족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작품 속 고양이는 어두운 표정이 아니다. 생동감 넘치고 밝은 표정도 짓고 있다.



하리는 이 브로치 이후, 길냥이 모티브 작품들을 확장해 나간다. 이후 소개할 길냥이 카드지갑 또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작품 소개와 작품명에 ‘길고양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이 작품이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고양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만났던 노랗고 까맸던 우리 동네 길고양이를 기억하고 사람들에게 꾸준히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일상 속 풍요로움을 찾는 자매들의 여정에서 이런 작은 행복은 우리에게 큰 원동력이 된다. 앞으로 소개할 많은 수의 작품들이 모두 우리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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