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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04.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8

고양이를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의 플란넬 프레임백

고양이의 털을 만져본 경험이 있는가. 고양이는 워낙 예민한 존재여서 털을 만질  있는 기회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반려묘를 키우는 우리 자매는 매일 반달이의 털을 만지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리도 털이 많이 빠질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모질이 정말 부드럽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을 한다. 반달이의 털은 자세히 보면 완벽한 검은색이 아니라 회색 또는 짙은 갈색에 가깝다. 가끔  옷에 붙어서 파고들면 따갑기도 하고 뭉쳐서 돌아다니면 먼지 구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고양이 은 사람의 털(?)과는 또 다른 양상을 지니고 있다. 지금에서야 고양이 털에 대한 자세한 감상을 늘어놓을  있게 됐지만,  가방을 만들 때에는 상상에 많은 의존을 했다. ‘고양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언니 하리의 상상에서 시작된 고양이털 질감의 가방, 고양이를 닮은 가방이다.


프레임백은 보고만 있어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만큼 매력적이다. 똑딱거리는 나무 프레임을 열어젖히면 펼쳐질 가방  세상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딱딱한 프레임에 비해 가벼운 나무 소재는 가방의 무게감을 줄여준다. 따뜻한 느낌의 가방과 플란넬 원단이  어울려서 베이지색 코트에 살포시 메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높은 난이도의 가방임에도 여러 사람이  가방을 만들고 싶어 했다. 초창기 공방에 오는 분들은 항상  가방을 탐냈던 것도 기억난다.

이 가방은 단순히 프레임백이라는 사실 말고도 디자인적인 영감이 포함되어 있다. 언니의 작품은 늘 어떤 영감을 통해 창작되지만, 이 작품에 대한 언니 사랑은 남다르다. 길고양이 펠트 브로치가 그들의 새초롬한 표정을 담고 있다면, 이 가방은 고양이 털의 질감을 담고 있다. 마치 치즈색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그루밍을 해서 털을 가지런하게 만든 모습과 같은 모양이다.




플란넬 원단을 손바닥으로 가만히 쓸어보면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이 들며 털의 결이 느껴진다. 또, 반대 방향으로 넘기면 털의 가지런함이 흐트러진다. 이는 고양이 털도 마찬가지다. 사람 머리의 가르마처럼 반대방향으로 넘기면 어색한 꼴이 된다. 천의 이런 특성을 고양이 털과 연관 지어 작품을 만드는 하리의 머릿속에 궁금해진다. 가만히 가방을 들여다보면 얼룩 고양이, 카오스 고양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브라운 계열의 예쁜 고양이들이 패치워크 원단처럼 서로 얽혀 다정하게 앉아 있는  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고양이들을  군데 그러모아둔  같아 사랑스럽다.


가방의 옆면은 청지 원단으로 되어 있다. 옐로, 브라운 계열의 플란넬 원단과 우리에게 익숙한  원단이 조화롭다. 심심할뻔한 가방의 디자인을 청지원단을 사용해 산뜻하게 만들었다. 옆면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실루엣이 숨어 있다. 고급 명품백에서 사용되는 격자무늬 퀼팅과 고양이 얼굴 실루엣이 바느질되어 있다. 추후에 만들어진 작품에는 고양이 실루엣으로 직접 가방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때는 고양이를 이러한 모티브 사용했다. 가방의 세련됨을 잃지 않으면서 귀여움을 챙기고 싶은 욕심 많은 언니 하리의 노력이 돋보인.


이제는 완판이 되어버린  가방을 보며 나도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언니 하리가 고양이들의 예쁜 면만 골라서 만든 가방답게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인지  가방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자꾸 손이 가고 뚜껑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풍요하리의 고양이 프레임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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