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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funding Apr 19. 2016

새터민에게 가족을 선물했던 따뜻한 투자

P2P금융 최초의 새터민 대출


올해로 팝펀딩이 대한민국에서 P2P금융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째가 됩니다.


사실 국내에 P2P금융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핀테크 열풍 속에 많은 업체들이 생겨났고 이제야 P2P금융이 좋은 투자처로서 그리고 좋은 대출처로서 각광을 받고 있기에 팝펀딩도 이런 업체들처럼 최근에 생긴 곳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팝펀딩은 많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왔고 그중에는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발전되고 있는 서비스도 있는 반면 설계를 잘못하거나 시기를 잘못 만나 아쉽게 접어야 했던 그런 서비스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9년간 팝펀딩이 해 왔던 다양한 서비스와 다양한 에피소드를 [팝펀딩 히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P2P금융을 접하고 있는 많은 분들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잘했던 서비스도 있고, 기억하기조차 민망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 팝펀딩의 히스토리는 대한민국에서 P2P금융의 역사이자 팝펀딩이 9년 동안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점에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팝펀딩 히스토리

P2P금융 최초의 새터민 대출


딸을 데려오고 싶어요

때는 2010년 8월 어느 날.

팝펀딩에 이런 제목의 대출 건이 올라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향이 북한입니다.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서 오랜 시간을 숨어 살다가 갖은 어려움 끝에 좋은 기회를 만나 태국을 거쳐 2009년 5월 2일 날 한국땅을 생전 처음으로 밟았습니다.

저는 지금 자유로운 한국에 와서 잘 지내지만 중국 땅에 제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그 딸을 데려오고 싶습니다.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엄마 보고 싶다고 우는 소리에 저 자신도 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로 잠을 못 잘 때가 대부분입니다.

제 딸은 중국 하얼빈 위에 있는 상지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조선족 학교 2학년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예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입니다. 여러 사장님들 많이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새터민인 대출자가 탈북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두고 와야 했던 딸을 데려오는데 자금이 부족했고 부족한 250만 원을 빌리기 위해 팝펀딩에 대출 신청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출건이 올라오고 나서 게시판에 이런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새터민 맞나요?
올려주신 대출 사연을 보니 새터민인데
한국분들보다도 더 철자법을 잘 맞춰 작성해 주셔서 오히려 더 의심이 되네요.


새터민에 대한 시선은 아직 차갑기만 합니다. [출처: http://www.opengirok.or.kr/1744]


사실 정말 새터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올바른 철자로 대출 사연을 작성해 주셔서 팝펀딩에서도 다소 의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팝펀딩에서 새터민 대출이 처음이었고 혹시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팝펀딩 담당자가 그 대출자분께 연락하여 직접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8월의 무더운 어느 날,

파주역 근처에서 팝펀딩에서 '우향맘' 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대출자를 만났고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확인을 해본 결과 우향맘님이 올린 사연은 모두 맞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어렵게 탈북을 했습니다. 탈북을 하는 과정에 강에 빠져 죽는 사람들도 봤고 그런 참혹한 광경을 보면서 한국땅을 밟았습니다. 저 혼자 탈북하는데도 브로커에게 많은 돈을 줘야 했습니다. 일단 나라도 한국으로 먼저 가서 돈을 벌어 브로커를 통해 딸을 중국에서 데려올 계획이었고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모 대기업 공장에 취직까지 해서 2개월 정도 받은 월급을 아껴가며 돈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딸을 데려오기에는 자금이 부족했고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기 위해 거주지 근처 은행과 새마을금고에 가서 대출을 신청했지만, 제 어눌한 북한 말투를 들은 창구 직원들이 뒤에서 수근대더니 탈북자라는 이유로 대출이 부결되었습니다. 그렇게 낙심하고 있었는데 담당 형사님께 팝펀딩이라는 곳을 알려주었고 대출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영화 '크로싱'


새터민임에도 철자법이 정확했던 부분에 대해 여쭤보니 이렇게 답을 해 주셨습니다.


"대출 사연을 작성하기 위해 일을 마치고 매일 밤 인터넷 사전을 뒤졌습니다. 혹시나 글 속에 북한 말투가 섞여 나올까 봐 겁이 났어요. 은행에서도 제 말투 때문에 대출을 해 주지 않았던 터라... 그렇게 대출 사연을 작성하는데 5일이 걸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팝펀딩 담당자들과 투자자들이 의심했던 것에 대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향맘'님을 만나고 와서 팝펀딩 담당자는 직접 만나서 새터민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투자자분들께 알렸고, 그 이후 투자자들의 십시일반 투자가 이루어져 결국 9월 1일에 팝펀딩을 통해 250만 원을 대출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우향맘'님은 팝펀딩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가슴 졸이며 보냈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여러 기관단체의 도움으로
드디어 제 꿈을 이루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9월 초 팝펀딩을 통해 받은 대출금 250만 원과 그동안 우향맘님이 안 먹고 안 쓰고 모은 몇 개월치의 급여까지 브로커에게 전달이 되었고 그해 12월 우향맘님은 무사히 딸을 중국에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1년 뒤

우향맘님은 마지막 대출 상환금을 팝펀딩에 입금하고 다시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막막한 심정으로 우연히 알게 된 이 곳을 통해서 저의 사연을 전하게 되었고, 너무나 고마운 분들을 통해서 제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가 사정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내보내는 일이 생겼습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겪는 막막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용기를 내게 해 주신 주변의 고마운 분들의 격려를 바탕으로 다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한 동안 대출금을 납부하는 날짜가 지연이 되어 정말 죄송했습니다. 오늘 마지막 대출금을 정해진 날짜에 입금을 하고 나니.. 눈물이 마구 마구 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든 분들 희망과 용기 잃지 마시고요. 저 같은 사람들도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모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더욱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영화 같은 이야기인데요.

당시 우향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모 언론사 기자님께서 직접 우향맘님을 만나 인터뷰를 한 기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8&aid=0002191436


우향맘님의 대출건(2010년 9월 1일)에는 총 196명의 투자자분들이 총 250만 원을 투자해 주셨습니다.


1인당 평균 12,755원이 모여

자칫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몰랐을 한 새터민에게 가족 상봉의 기회를 선물하였습니다.


'희망'을 선물해 주신 팝펀딩 투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1년 간의 약속을 지켜주신 우향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작은 돈들이 모여 큰 자금이 되고

이 자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고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는 것


은행은 할 수 없지만

P2P금융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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