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지하철

어바웃 시리즈

by 싱가

여전히 많은 일들이 남아 있지만 네버더레스! 써보는 글들


%EC%96%B4%EB%B0%94%EC%9B%83_%EC%A7%80%ED%95%98%EC%B2%A0.jpg?type=w773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

전 세계에는 수많은 지하철이 있다. 그리고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지하철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수많은 직장인과 학생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동을 가능케 해 주는 지하철의 중요성은 특히 성인이 되고 나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학생 때에는 지하철을 탈 일이 별로 없었다. 반경이 넓지 않고, 큰 변화가 없는 일상에서 내게 '지옥철'은 먼 일상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며 적어도 주 4일 이상 엄청난 5호선 - 8호선 - 2호선 코스의 마스터가 되었기 때문에 ㅜㅡㅜ 이 지하철을 타면서 느낀 점을 써 보려고 한다.



1)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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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로만 한정해도, 1호선~9호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등 수많은 지하철이 존재한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내가 생활하는 범위 이상은 잘 겪어 보지도, 겪으려 하지도 않았던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 수많은 얼굴들과 마주한다. 사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중 활짝 웃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피곤해 보이고, 퇴근길의 사람들은 지친 표정으로 유튜브나 SNS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에어팟을 끼고, 무표정한 채로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 때는 참 공허해 보인다. 대부분 나도 그 중의 일부가 되곤 한다.

지하철의 사람들은 내게 익명과도 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 안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사실 혼잡한 지하철을 타다 보면 부딪힐 때도, 낑길 때도, 그리고 의도치 않은 길막(?) 을 당할 때가 많다. 그 사람이 당장 나에게 준 사소한 피해만 보면 얼굴을 찡그리게 되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마냥 찡그릴 수는 없게 된다.

사실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마저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람을 미워하게 될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을 자꾸만 하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ㅜㅡㅜ 지옥철 속 인간성 살리기 프로젝트


2) 다른 길이 있고 다른 기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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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환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이 환승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한 가지 정해진 노선을 제시하곤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벌로 좋은 직업을 얻고, 적당한 자산과 명예를 가지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노선이지만, 모든 사람이 이 같은 노선을 따라갈 수는 없다. 출발점에서 앉아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중간에 낑겨 들어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도 있고, 더 이상 탈 수 없어 눈앞에서 기차를 떠나 보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열차가 떠난 뒤에야 도착해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다른 경로를 택할 수도 있다.

또 아예 다른 열차를 타야 할 수도 있다. 같은 열차를 타고 가다가도 길이 엇갈려 다른 열차를 타야 할 수도 있고, 내 인생에서의 환승 구간이 다가와 새로운 열차를 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들 대부분은 상징이다.

누구나 원하는 열차를 타기는 어렵다. 운이 좋게 그 열차를 앉아 갈 수 있다면, 그래서 종착역까지 닿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고, 각자의 열차를 찾아가게 된다. 서울에 그렇게 많은 열차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만큼 수많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해서일 것이다.

세상이 말하는 열차에서 내려서 새로운 열차로 환승해야 할 때, 그리고 대부분의 친구들과 떨어져 경험해 보지 못한 열차를 타야 할 때의 감정은 두려움일 것이다. 내가 타는 열차가 과연 맞는 열차인지, 내 목적지와는 반대 방향을 고른 것은 아닐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의 발목을 옥죄어 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하철 노선도를 더 자세히 보았다. 정말 많은 구간에서 열차는 갈라지고... 그만큼 통합된다.

지금 작별인사를 했던 친구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수도, 나와 같은 열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몇 정거장을 가면 없어지는 것처럼 끊임없는 돌고 돌기가 진행되는 게 지하철이다.

당장은 익숙해진 열차에서 내려 다른 열차로 가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그 열차가 적성에 잘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안 맞을 수도 있다. 좌절할 수도 있지만, 다시 다른 열차로 옮겨갈 수도 있다.

특히나 100세 시대, 한 사람당 적어도 2-3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세대인 요즘 2030에게는 더더욱 가까운 문제인 듯 하다.

다양한 노선을 타고 돌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지금 당장 한 정거장 앞뒤는 내 전체적인 인생에서 그만큼 많은 지분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이번 열차를 놓쳤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릴 수도, 다른 열차를 쓸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앞 열차를 타고 갔던 친구와 만날 수도 있다. 더 나은 열차를 만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조금 앞서나가는 사람들은 자만하지 않을 수 있다 . 내가 운 좋게 출발점에서 앉아 갈 수 있었다면 그건 오로지 내 실력만이 아니라 복불복에서 운이 조금 더 좋았던 것임을 알고 감사할 수 있다.

지금 조금 뒤처지는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열차가 간절하다면 다음 열차를 기다릴 수도 있고, 다른 열차를 탈 수도 있다. 다시 합류할 수도 있고, 다시 흩어질 수도 있다. 자신의 열차를 타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만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위로를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나는 나에게 어떤 위로를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생각이다. 집에 오는 길에 핸드폰이 아니라 지하철 노선도를 유심히 살펴보며 든 짧은 생각을 어바웃 시리즈로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