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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수술실

이 정도로 합시다

by 모모


'나도 다래끼가 생기기는 생기는구나.'


거울을 보다 우연히 만진 오른쪽 눈꺼풀에서 작은 알갱이가 만져졌다.


평소 같으면 며칠 쉬면 낫겠지 하고 끝났을 텐데,

마침 지난달에 스스로와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일, 육아로 너무나 바쁘게 지냈으니까,

남들 다 가는 피부과도 성형외과도 한 번 안 가봤으니까,

이제는 작은 일이라도 병원에도 가고, 관리도 하자—



동네 안과에 갔다.

백발의 할아버지 선생님이 눈 밑을 꼼꼼히 만져보고는, 이곳은 간단한 치료만 하고 다래끼 치료 같은 시술, 수술은 하지 않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 보라 했다.

머리에 걸친 노안용 돋보기. 진료기록을 적는 내내 떨리는 손.

'그래요, 저도 그게 나을 거 같아요.'


소개장을 들고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 부근에서는 큰 병원이니 또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지는 않겠지.

의사 선생님은 눈 밑을 대충 만져보고는, 이 정도는 절개해서 잘라내는 게 빠르다며 당장 수술 날짜를 잡자고 했다. 이 병원에서 다래끼 제거 같은 건 일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내 인생 첫 얼굴 국소 마취 수술.


내 평생 두 번 다시 받고 싶지 않은, 지옥 같았던 수술.




이유는

둔하게나마 자르고 꿰매는 느낌이 나서도 아니고,

마취가 빨리 풀린 부분이 아파서도 아니었다.


수술실의 듣고 싶지 않은 대화를 하나하나 다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우, 왜 이렇게 안 잘라지지. 다시 한번 세게 당겨 봐요. 하나 둘 셋. “

"이게 왜 이럴까요? 잘 안되는데. “

"선생님, 너무 딱딱한데요. 메스 말고 가위 같은 걸로 잘라 볼까요?"

"이 방에는 없으니까 어디든 부탁해서 빨리 좀 가져와 봐요."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잘 안 잘린다며 눈꺼풀을 들었다가 당겼다가 해대는 통에, 후반에는 부분 부분 마취가 풀려 버렸다.


“휴, 이 정도로 합시다."


30분이면 끝날 거라던 수술은 결국 한 시간이나 걸렸다. 어찌나 눈꺼풀을 주물럭댔는지, 얼굴 전체가 욱신욱신했다.


"수술은 잘 끝났어요. 딱딱해서 2분의 1밖에 못 잘라내기는 했지만… 겉으로는 안 보이니까, 이대로 지내도 문제없을 거예요. "


반이나 남았는데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할 수가 있나? 마지막 "이 정도로 합시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별 거 아니겠지만 일단 몸에서 잘라낸 거니까 조직검사를 할 거예요. 2주 후에 결과 들으러 오세요.

뭐, 별 거 아닐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그 말은 안 했으면 좋을 뻔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근거 없는 말. 괜히 안심하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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