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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03. 2016

레드 핫 칠리 페퍼스│The Getaway

그들은 항상 활화산처럼 ‘핫’하게 타오르고 있다

Red Hot Chili Peppers - We Turn Red [OFFICIAL AUDIO]


음악가 : Red Hot Chili Peppers(레드 핫 칠리 페퍼스)
음반명 : The Getaway
발매일 : 2016.06.17.
수록곡
1. The Getaway
2. Dark Necessities
3. We Turn Red
4. The Longest Wave
5. Goodbye Angels
6. Sick Love
7. Go Robot
8. Feasting On The Flowers
9. Detroit
10. This Ticonderoga
11. Encore
12. The Hunter
13. Dreams Of A Samurai




 “우리 레드 핫이 달라졌어요!” 마냥 사춘기인 줄로만 알았던 펑크(Funk) 악동은 어느덧 청년으로 성장했다. 직선적이고 주체할 수 없는 펑크의 에너지를 발산하던 이전 음반들과는 달리 <The Getaway>의 RHCP는 내면 깊숙한 곳으로 침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보다 무거워진 사운드와 키보드, 기타 이펙터 등을 적극 활용한 다채로움이 음반을 곱씹을수록 청자에게 새로운 풍미를 선사한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동명의 곡 ‘The Getaway’부터 변화한 기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Around The World’, ‘By The Way’, ‘Dani California’ 등 폭발하는 에너지를 여실히 보여줬던 지난 음반들의 첫 곡과는 달리 ‘The Getaway’는 차분한 어조로 곡을 이어나간다. 그럼에도 곡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코러스, 기타의 오버더빙 덕분이다. 한 겹 한 겹 소리를 착실히 쌓아가는 전개 방식이 제법 섬세하다. 영롱한 건반음이 매력적인 ‘Dark Necessities’를 지나고 나면 우리에게 익숙한 RHCP가 들리…는 듯 했다. 도입부에서는 베이스가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더니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더욱 강력해진 기타 리프가 가세한다. ‘Detroit’, ‘This Ticonderoga’와 더불어 RHCP 식 펑크 메탈(Funk Metal)이라고 해도 좋을 곡이다.
 
 멤버들의 강렬한 연주가 인상적인 ‘Goodbye Angels’ 또한 주목할 만하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절(Verse)에서 폭발하는 후렴으로 나아가는 방식은 이전의 RHCP와 비슷하지만 공간감을 가득 머금은 기타, 중간중간 전자음악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사운드의 질감이 새로운 맛을 더한다. 그러나 음반의 백미는 매력적인 디스코 넘버 ‘Go Robot’이다. 은은한 신시사이저 음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베이스와 화려한 색채의 기타가 미러볼처럼 빛나고 있다.
 
 후반부의 3연타는 RHCP가 <The Getaway>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Coldplay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인 ‘Encore’, 스트링 콰르텟, 트럼펫 등의 악기 참여 그리고 공간감의 극대화를 통해 쓸쓸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The Hunter’, 보컬 콰이어(Choir)와 흡사 즉흥연주처럼 느껴지는 밴드가 돋보이는 ‘Dreams of a Samurai’까지. 각각의 존재감이 보통이 아니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혈기를 폭발시키기 보다는, 차분하게 계획적으로 쏟아내는 방법을 택했다. 과거의 RHCP가 형편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를 청자에게 전달하는 어법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날 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맘껏 쏟아내던 그룹이 이토록 치밀하고 세심하게 사운드를 구축하는 모습이라니! 이 30년 관록의 밴드에게 과거가 어땠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항상 활화산처럼 ‘핫’하게 타오르고 있다.

4.0/5.0


※이 글은 아무개 뮤직(www.amugaemusic.com)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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