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본격적인 신생아 육아

초보엄마의 100일간의 육아 적응기

by 온늘

조리원에서 집으로 왔다. 거의 한 달 만에 돌아온 우리 집. 이제는 세 식구가 되어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다.


본격적인 육아 전쟁이 시작됐다. 아침에 아기가 예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출근하는 남편과, 아기와 하루 종일 전쟁을 치르는 나. 혼자서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던 아기는 어른 두 명도 부족했다. 결국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는 신호가 올 때마다 엄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조리원에서는 순둥하고 예쁘기만 했던 아기가 집에 오니 등센서도 심하고 이유를 모르겠는 울음이 계속 이어졌다. 일단 안아서 달래도 보고, 울음을 판별해 준다는 앱도 깔아보고, 배고프거나 졸린가 싶어서 먹이고 재워봐도 소용없는,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신생아 육아가 시작됐다.


짧은 텀으로 수유하느라 힘든 와중에 새벽에도 계속 아기가 깨서 우니 어느새 정신을 못 차리는 나. 체력은 점점 바닥이 드러나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을 즈음에 새벽 수유는 남편이 분유로 대신하기로 했다. 제왕절개로 인한 통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출산으로 온몸이 열려서 흐물흐물해진 내 몸은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맥을 못 추렸다.


지속되는 손목 통증에, 잠이 부족해서 몸은 더 축축 처지고, 제왕절개 수술 부위는 여전히 아팠다. 출산은 목숨 걸고 하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겪어보니 진짜 그랬다. 건강하기만 했던 내가 마치 환자처럼 늘 몸이 아플 줄이야.


늘 귀엽고 예쁘기만 할 줄 알았던 아기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무서울 줄 몰랐다. 엄마의 도움 없이 육아하는 날이면 아플 새도 없이 모든 것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몇 배로 힘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둘만의 시간이 점점 무서워졌다. 세상에 둘도 없는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무섭다니... 초보 엄마에게는 우는 아기를 달래며 진땀 빼면서 온몸으로 육아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매일 피곤한 날이 지속됐다. 평일에 퇴근하고 집에서 아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었고, 밤수를 하느라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더 피곤했을 거다. 그럼에도 밤수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항상 웃으면서 맡겨달라고 한 남편. 덕분에 나는 밤에 수유 걱정 없이 잘 수 있어서 점점 몸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남편의 밤수는 둘째 때도 이어졌고, 내가 하루 종일 좋은 컨디션으로 육아를 할 수 있는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 고마운 우리 남편.






아빠와 엄마가 손자를 보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몸이 아파도 아기를 낳기 잘했다고 생각한 여러 순간 중 하나였다. 아빠가 아기를 낳은 이후로 처음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네가 혼자 육아하느라 고생할 거 생각하니 집에 돌아가는 게 쉽지 않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찌나 마음이 찡 하던지. 엄마도 나와 오빠를 키울 때는 이렇게 예쁜지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손자가 이렇게 예쁠 줄 몰랐다며, 집에 가면 긍정이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보고 싶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생후 50일이 지나고 처음으로 긍정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집 근처 산책을 다녀왔다. 이렇게 바깥바람을 쐬니 살 것 같았다! 이후 가족과 함께 유아차를 밀며 산책하는 게 커다란 즐거움이 되었다. 생후 62일에는 긍정이의 하나뿐인 고모가 결혼을 해서 부산까지 KTX를 타고 다녀왔다. 우리 부모님과 나, 그리고 남편까지 어른 4명이 함께했는데도 신생아를 데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녀와야 한다는 부담감에 만발의 준비를 했던 날. 시간이 지나니 모든 게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신생아 촬영에 이어 50일, 100일 촬영은 예쁘게 옷 입고 가족사진을 찍는 날이었고, 셀프 백일상을 차려서 집에서 가족끼리 함께 축하하기도 하고, 조리원 동기들과 모여서 백일상 모임을 하며 귀여운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벌써 출산 후 100일이 되었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느새 난 육아가 익숙해져 있었고, 수유와 기저귀 갈기, 그리고 목욕시키기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엄마가 되는구나 싶었던 나날들,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주길 바란다.




[작가의 한 마디]

아기를 낳고 처음에는 완모 욕심을 가졌다가 점점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모유량이 많지 않아서였고, 또 다른 이유는 밤수를 남편한테 넘기면서 분유의 효능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모유량을 늘리려고 이런저런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는데, 크게 늘지 않아서 중간중간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어요. 요즘 분유가 워낙 잘 나오다보니 성분도 좋고 아기도 든든하게 섭취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출산 후 몸이 아픈데 신생아 육아를 해야 하니 좀처럼 건강이 돌아오지 않았는데요, 수유 때문에 밤에 푹 잠도 못 자니 오히려 건강이 악화되었어요. 그래서 남편이 분유로 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도 건강해지는 데 도움이 되었고, 하루 종일 좋은 컨디션으로 육아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더불어 남편도 부성애를 느끼며 아기와 초기 애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답니다.

수유, 더 이상 혼자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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